박근혜정부로 튄 ‘MB자원외교’ 불똥

‘글로벌 봉’ MB정부 헛발질 “최경환·윤상직은 알고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MB자원외교 실패 책임론이 박근혜정부로 옮겨갈 조짐이다. 해외자원 개발로 수십조원을 날린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당시 책임자였던 인사들이 현정부에서도 중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야권이 ‘MB정부 국부유출 자원외교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까지 꾸리며 국정조사 및 청문회 증인으로 이들을 세우기 위해 벼르고 있어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MB정부에서 자원외교 명목으로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돈은 약 40조원이다. 이 중 현재 회수한 돈은 5조원 정도로, 나머지는 대부분 결손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의 설명이다. 투자액의 87%(35조원)를 날린 셈이다. 이와 같은 막대한 국부의 손실은 결국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MB자원외교 결과
투자액 87% 손실

박 의원이 지난달 27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서 제출한 ‘MB정부 자원개발 사업별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시 해외자원개발 투자 총액은 377억7780억달러(한화 39조9689억원)로 이 중 329억5980만달러(34조8714억원)의 누적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석유·가스부문은 150개 사업에 93억5000만달러(31조531억원)를 투자해 43억1200만달러(4조5621억원)을 회수하는 데 그쳐 누적손실액이 250억3880만달러(26조4911억원)에 달한다. 광물부문은 238개 사업에 84억2700만달러(8조9158억원)를 투자해 겨우 4억9800만달러(5269억원)를 회수하고 나머지 79억2100만달러(8조3804억원)는 날렸다.

사업별로는 캐나다 하베스트사업 누적손실이 37억5600만달러(3조9363억원), 가스공사가 15% 지분을 갖고 있는 호주 GNLG사는 손실이 33억200만달러(3조4604억원)였다. 포스코와 STX사가 지분 5%를 갖고 있는 호주 로이힐1광구는 11억5000만달러(12조520억원)를 투자해 모두 날렸다. 광물자원공사와 LS니꼬동제련, 현대하이스코 등이 지분을 갖고 있는 멕시코 볼레오 광구도 11억2800만달러(11조8214억원) 손실이 났다.


반면 현재까지 누적이익을 얻은 사업은 서울도시가스가 투자한 미국 페리타(60만달러), 미국 키이스트(70만달러), 캐나다 싱클레어&엘름워스(310만달러), STX에너지가 투자한 캐나다 맥스헤미쉬(44만달러) 등 5개뿐이다.

현정부, 40조 투자해 35조 날린 책임자 중용
MB 자원외교 실패 국정조사·청문회 요구 거세

감사원도 일부 MB자원외교에 대한 부실투자를 인정했다. 감사원은 지난 2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로부터 감사 요구를 받은 한국동서발전의 자메이카전력공사(JPS) 투자실태에 대해 지난달 26일 ‘부실투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에 따르면 동서발전은 2011년 JPS의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해외사업 추진 관련 규정을 무시한 채 해외사업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치기도 전에 당시 이길구 사장과 담당자가 일본의 A사로부터 지분을 넘겨받는 인수가격을 합의했다.
 

당시 동서발전이 지분 40%를 A사로부터 인수한 금액은 2억8500만달러다. 이 같은 절차 위반으로 인해 적정 지분가치보다 고가로 인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지분 인수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사업경제성 판단기준인 기준수익률도 산정하지 않았으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가능성이나 전력판매 성장률, 송·배전 손실률 등 적정성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또한 이사회 등의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해외사업심의위의 의결 내용보다 PF 대출금액을 500만달러 더 늘려 안건을 상정하는 한편, 이사회에서 결정된 민간전문가 의견수렴 조건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결국 부실투자로 인해 2012년 10월 이후 배당금을 받지 못하고 JPS의 경영실적이 악화되면서 1753만달러의 손상차손이 생긴 동서발전은 해당 지분 전체를 2017년부터 전량 매각하는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국제적 봉 노릇
책임자 면죄부

문제는 국제자원시장에서 완벽한 ‘봉’ 노릇을 하며 국가재정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지만, 책임을 지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는 것. 심지어 박근혜정부는 당시 자원외교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사들을 중용하면서 MB자원외교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현정부 최고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당시 자원외교를 총괄했던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장관을 맡았고, 윤상직 산업부장관은 지경부 자원개발정책관, 청와대 지경부비서관 등을 맡아 실무를 총괄했다.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와 윤 장관이 MB자원외교를 주도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당시 정권실세였던 ‘왕차관’ 박영준 지경부2차관과 ‘상왕’ 이상득 의원 등이 자원외교를 주도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 부총리가 지경부장관으로 자원외교를 묵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과 윤 장관이 자원외교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 부총리는 2009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경부장관으로서의 중점추진계획 5가지 중 하나로 자원외교 추진을 꼽는 등 적극적인 자원외교 추진론자였고, 윤 장관은 당시 여섯 번이나 해외자원개발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야권을 중심으로 MB자원외교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노영민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까지 꾸리며 당 차원에서 MB자원외교 실패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전망이다. 여기에는 자원외교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정부를 한꺼번에 흔들 수 있는 카드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천문학적 혈세를 낭비한 자원외교 진상은 국정조사로 철저히 밝히고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자원외교를 빙자해 수십조의 혈세를 빼돌린 권력형 게이트가 아닌지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최 부총리는 지경부장관을 맡으며 MB정부 경제사업을 지휘한 사람”이라며 “(재임시절) 7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실질 계약이 1건으로 그쳤던 점 등에 대해서도 실질적 설명이 있어야 한다.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경환 경제, 당시 지경부장관으로 투자 총괄
윤상직 산업, 자원개발정책관으로 실무 총괄

여권 일각에서도 MB자원외교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은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 “아무런 실사 없이 원하는 가격을 주고 국민의 혈세로 캐나다의 골치 아픈 이빨을 뽑아준 격”이라며 “애초부터 인수를 해서는 안 되는 회사였다. 하베스트 매각으로 현실화된 막대한 손실에 대한 책임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한 초선의원은 석유공사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대해 “통상 이뤄지는 현장실사조차 하지 않고, 이사회의 사전 승인도 없이 이사회 사후승인을 조건으로 인수계약을 추진했다”며 “석유공사의 해외자원개발은 실적 쌓기용으로 추진된 총체적 부실 덩어리”라고 꼬집었다.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감에서 대체로 “자원개발은 성과가 수십년 걸리는 것도 많고, 투자 회수율이 낮은 경우도 많다”며 강하게 항변했다. 그러나 현재가 과거라는 토대 위에 서 있는 만큼 토대가 부실하면 현재도, 미래도 무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영민 진상조사위원장은 “자원탐사가 수십 년 걸릴 수도 있지만, 이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고 대부분 5년 안에 결판이 난다”며 “그 5년이 임박한 지금 시점에서 모든 것들이 실패로 결말이 나며 대부분 종료되고 있다. 최종 책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지만, 정책과 지휘라인에 있으며 관여했던 관료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완주 의원도 “정부가 공기업과 더불어 민간기업까지 해외자원개발에 뛰어들게 해놓고 최 부총리와 윤 장관은 너무나도 자유롭다.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통해 MB 자원개발 실체를 밝혀야 한다”며 “MB 자원외교 실패는 4대강 실패와 다르다. 단군 이래 최대 국부유출사건이자 권력형 게이트로 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체적 부실 덩어리
관여한 관료도 책임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국감에서 “당시 자원외교 총괄은 국무총리실에서 했고 전 세계가 자원 확보 전쟁을 벌이는 상황이었다”라며 “해외자원개발에는 리스크가 있는 것이고, 효과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윤 장관도 “20년 이상 장기과제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항변했다.

이들을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회 시정연설 이후 열린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새정치연합의 MB 자원외교 사업 등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우회적으로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의 선택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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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