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피붙이 대격돌 ‘인정사정없다’

<재계뒷담화> 한 핏줄 ‘생존 내전’ 스토리

재계에 한 핏줄끼리 집안 경쟁이 화제다. 재벌가 같은 로열패밀리간 밥그릇 싸움은 더욱 시선을 끈다. 시장 포화로 사업 분야가 겹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일부는 악의적으로 혈족의 영역을 침범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형제들도 있다. 부친으로부터 한 업종을 물려받은 태생적 한계 탓에 ‘생존 내전’을 벌이고 있는 재벌가를 찾아봤다.

국순당, 대성, 에이스침대 등 형제간 한우물 대결
선의의 경쟁 화제…경영 분쟁·가격 담합 후유증도

‘막걸리 열풍’으로 한창 주목받고 있는 재벌가가 있다. 바로 국순당 일가다. ‘누룩 황제’배상면 국순당 회장의 자녀들은 모두 가업을 이어받아 ‘전통주 한우물’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배 회장의 2남1녀인 배중호 국순당 사장, 배영호 배상면주가 사장, 배혜정 누룩도가 사장이다.

장남 배중호 사장은 배 회장이 1983년 국순당을 설립할 당시 입사해 1993년부터 국순당 경영 전면에 나섰다. 차남 배영호 사장은 형과 함께 국순당에서 일하다 1996년 배상면주가를 들고 독립했다. 여기에 20년 넘게 전업주부였던 외동딸 배혜정 사장마저 2000년 누룩도가로 전통주 시장에 뛰어들면서 배상면 일가의 내전(?)에 가세했다.
각각 ‘백세주’, ‘산사춘’, ‘부자’등의 브랜드로 전통주 시장에서 맞붙은 이들 형제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막걸리 열풍에 맞춰 국순당은 ‘생막걸리’, 배상면주가는 ‘대포막걸리’, 누룩도가는 ‘부자막걸리’등 각자 막걸리 제품으로 양보 없는 대결을 벌이고 있다.

라이벌 구도 형성

일각에선 너무 경쟁이 심한 나머지 간혹 갈등설이 흘러나오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얼굴을 보는 등 배 회장 자녀들의 우애가 여전히 돈독하다는 게 세 회사의 이구동성이다. 모든 주식을 팔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배 회장도 국순당과 배상면주가, 배상면주가에 모두 사무실을 두고 있을 정도로 자녀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도록 독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순당과 배상면주가, 누룩도가는 경쟁자이면서 동반자이기도 하다”며 “이들 회사의 오너인 배씨 형제들은 물론 임직원간에도 절친해 수시로 왕래하면서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 분야가 겹치는 로열패밀리가 ‘화음’만 내는 건 아니다. 파열음이 가득한 집안도 있다. 대성 일가가 대표적이다. 슬하에 3남3녀를 둔 고 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는 생전 재계의 경영권 분쟁 사례를 보면서 핏줄간 우애를 유서로까지 남기며 형제간 분쟁의 소지를 없애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후손들은 그의 유지를 따르지 못했다. 아들들이 같은 분야인 에너지 중심 회사들을 물려받은 게 화근이었다. 김 창업주는 장남 김영대 회장에 대성산업을, 차남 김영민 회장에 서울도시가스를, 3남 김영훈 회장에 대구도시가스를 각각 맡겼으나 김 창업주가 2001년 작고한 직후 이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터졌다.

김영대 회장이 갖고 있던 서울·대구도시가스 지분 처리 등 김 창업주의 유언장 해석을 놓고 갈등을 빚었고, 급기야 법정공방으로 비화됐다. 이 소송은 무려 5년 동안 계속됐다.

이 와중에 김영대 회장과 막내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가죽 브랜드인 MCM 사업권을 둘러싸고 법정싸움을 벌였다. 또 김영대 회장은 김영훈 회장과 ‘대성그룹 회장’직함을 놓고 특허청에 대성그룹 상표권 등록 신청을 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다행히 이들의 충돌은 합의로 봉합됐지만, 2006년 김 창업주의 부인 고 여귀옥씨가 타계하자 어머니의 유산상속을 놓고 또 다시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이 역시 지난해 유산 배분에 합의하는 것으로 일단 종지부를 찍게 됐지만, 대성가 형제들은 부모의 제사를 따로 지낼 정도로 전혀 왕래가 없다고 한다.

반대로 한 영역에서 경쟁 중인 형제의 우애가 너무 좋다보니 탈이 난 경우도 있다. 국내 침대업계의 최대 라이벌인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 얘기다.

1963년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에이스침대공업사를 창업한 후 ‘침대 외길’을 걸어온 안유수 에이스침대 창업주는 1992년 시몬스침대를 인수했다. 이어 2001년 장남 안성호 사장에 에이스침대를, 차남 안정호 사장에 시몬스침대를 넘겨줬다. 두 형제가 중복된 가업을 이어받은 셈이다.

형제 우애를 바탕으로 두 기업은 적대감보다 협력을 우선시했다. 이는 양사가 국내 침대시장의 1, 2위를 차지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는 지나친 형제애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두 회사가 담합 혐의로 적발된 것.

공정위는 지난해 1월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가 침대 소비자 판매가격의 할인을 금지하는 내용의 가격표시제에 합의한 사실을 적발하고 각각 42억원과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는 2005년 5월 수입침대가 늘면서 소속 대리점들이 할인판매를 포함한 노마진 경쟁에 나서자 이를 제재하기 위해 할인판매를 금지하는 가격표시제를 결의했다.


화음 또는 파열음

대리점으로부터 100만∼150만원의 공탁금을 받는가 하면 가격표시제 위반시 50만∼100만원의 벌금까지 걷었다. 3차례 이상 위반할 경우 징계, 경영주 교체, 계약 해지 등의 벌칙을 내리기도 했다.

공정위는 “가격표시제는 침대를 소비자에게 팔 때 할인과 사은품 제공을 금지하는 등 일종의 정찰제 판매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침대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는 두 업체가 이런 할인금지 행위 등으로 약 7.3%에 해당하는 가격인상의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가 형제들이 대부분 부친의 사업을 물려받을 때 계열분리 등을 통해 서로 경쟁을 피하기 마련이지만 불가피하게 동일한 사업을 물려받아 어쩔 수 없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형제들도 있다”며 “형제가 한 시장에서 경쟁을 벌일 경우 너무 사이가 좋아도 문제, 나빠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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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