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김길태 입 열게 한 ‘프로파일러의 힘’

흉악범도 혀 내두르는 ‘프로파일러’의 세계

범죄심리, 행동분석 요원인 프로파일러가 주목받고 있다. 여중생 살해범 김길태의 검거부터 자백까지 프로파일러의 공이 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이들은 강력사건이 터질 때 마다 철저한 분석과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정남규, 강호순, 조두순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흉악범들은 으레 프로파일러가 등장해야 자신들의 행각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지능화된 범죄로 증거조차 잡기 힘든 사건이 급증하면서 프로파일러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중생 납치살해범 김길태 자백에 프로파일러 공로 알려지면서 주목
범인의 과거 행적과 심리, 행동분석 등으로 범인검거와 자백 이끌어

여중생을 살해한 뒤 보름동안 두문불출했던 김길태. 재개발지역 빈집에 숨어 경찰과 시민을 따돌렸던 김길태 검거의 일등공신은 바로 프로파일러였다. 부산지방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들은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김길태로 밝혀진 순간부터 각종 분석에 들어갔다. 김길태의 범행 이력, 성격, 성향, 과거 행적을 통한 심리 분석이 그것이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김길태가 자신의 집이나 범행 현장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고 숨어 지내고 있을 거란 예측을 내놨다. 범인이 11년 동안 교도소 수감 생활을 해 극단적인 심리적 불안감과 대인기피 등의 증세를 보인 점과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운전면허가 없다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해줬다.

검거에서 자백까지
심리분석 빛 발해

이에 따라 경찰은 범행 현장인 부산 사상구 덕포동 일대 재개발 지역을 정밀수색했다. 결국 김길태는 경찰의 수색망에 걸려들어 지난 10일 오후 2시45분 덜미를 잡혔다. 범행 현장에서 200~300m 정도 떨어진 부산시 사상구 삼락동의 한 빌라 앞에서 도주하다 경찰관에게 붙잡힌 것이다. 프로파일러가 지목한 장소에서였다.

하지만 수사의 난항은 검거부터 시작이었다. 김길태의 발을 묶을 수는 있었지만 입을 열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김길태는 ‘자신은 범인이 아니다’라며 범행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성폭행혐의와는 달리 살인혐의에 대한 증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비협조적인 김길태의 태도는 자칫하면 수사를 장기화시킬 수 있었다.


이때 상황을 반전시킨 공로자 역시 프로파일러였다.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해 형사들이 김길태를 압박하는 동안 프로파일러들은 김길태의 변화를 관찰하고 있었다. 특히 심적 변화와 반응을 면밀히 기록하며 김길태의 마음이 열릴 기회를 포착하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14일 거짓말탐지기조사와 뇌파조사 후 김길태의 심리에 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심리적 방어벽이 무너져 내린 것.일러가 투입될 적절한 타이밍이 온 것이다. 이때부터 프로파일러의 면담이 시작됐다. 형사에게는 비협조적이었던 김길태는 프로파일러 앞에서 마음의 문을 열었다. 특히 거짓말탐지기가 거짓말하는 순간을 잡아낸 장면을 본 뒤로 마음을 돌렸고 처음 수사를 했던 수사관을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자백을 하기 위해서였다.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순간이 오면 범행을 자백할 것이란 프로파일러들의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이처럼 검거부터 자백까지 김길태의 마음 속을 정확히 꿰뚫은 프로파일러 중 한 사람은 권일용 과학수사센터 경위다.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강호순 등 강력범들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으로도 유명한 권 경위는 이번에도 정확한 분석으로 사건해결을 앞당겼다.

권 경위가 김길태 검거작전에 주력한 것은 과거행적과 성격 등의 분석이었다. 특히 사회화되는 과정이 짧아 사람들을 피하는 특성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 경위는 지난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길태는 피해자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며 “미안한 마음이 들도록 유도한 것이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김길태가 혐의를 자백하는데 가장 중요한 도움을 준 거짓말탐지기에 대해서도 “거짓말탐지기를 언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신중하게 판단한다”며 “뇌파 그래프 등 눈에 보이는 증거가 본인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친구를 만나게 해주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 다음에 거짓말탐지기를 들이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적절한 타이밍에 투입해 김길태의 방어벽을 무너뜨린 권 경위는 굵직굵직한 사건에는 언제나 투입돼 힘을 발휘했다. 미국 FBI에서 프로파일링 기법을 연수받고 국내 1호 프로파일러가 된 권 경위가 이름을 알린 것은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이 터진 뒤부터였다. 당시 권 경위는 굳게 입을 다문 유영철로부터 20여명을 살해했다는 자백을 이끌어냈다.

2007년 안양초등학생 두 명을 살해한 정성현이 범행을 실토한 것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권 경위였다. 당시 정성현은 결정적인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부인하거나 거짓진술을 하며 수사진을 괴롭혔다.


이에 권 경위는 범인의 행동을 분석한 뒤 직접 정씨를 만났다. 권 경위는 먼저 정씨에게 인간적으로 접근해 방어력을 무너뜨렸다. 그 후에는 증거를 보여주며 압박해갔고 결국 자백을 받아냈다. 자신의 범행에 일말의 죄책감조차 가지지 않았던 흉악범을 상대로 치밀한 심리전을 벌여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강력사건엔 언제나 등장
범인들 방어벽 무너뜨려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살해해 지난해 붙잡힌 강호순 역시 권 경위의 작전을 통해 범행을 털어놨다. 권 경위는 5시간에 걸쳐 강호순과 여자이야기나 운동, 드라마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가벼운 잡담형식의 대화로 강호순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권 경위는 끝내 강호순에게서도 범행을 자백받기에 이르렀다.

이밖에도 지난 2004년부터 2년여간 13명을 살해한 정남규와 2007년에는 제주에서 실종 40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양모양 사건 등에도 기여했다.

이처럼 프로파일러들은 치밀한 범행으로 증거 찾기가 어려운 사건에 투입돼 범인을 프로파일링하고 분석해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한 대부분의 강력사건에는 늘 프로파일러들이 수사팀과 호흡을 맞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프로파일러 역사는 비교적 짧다. 프로파일러를 활용한 수사기법은 미국에서 1972년 FBI에 행동과학부가 창설되면서 시작됐다. 프로파일러의 수도 적고 수사기법으로 완전히 정착되지도 못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에 와서야 비로소 프로파일러가 배치됐다. 이른바 ‘묻지마 살인’등 범행동기를 밝히기가 어려운 범죄나 성폭행 등의 강력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범인들의 행동분석과 심리분석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연방수사국(FBI) 수사기법을 벤치마킹해 서울청에 프로파일러를 배치했다. 권 경위도 이때 프로파일러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국내 프로파일러 환경은 열악한 편에 속한다.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수는 39명. 권 경위가 소속된 경찰청에서 2명, 서울지방경찰청에서 5명, 각 지방청에서 2명 안팎이 배치되어 있다. 인지도 역시 낮은 편이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탤런트 김태희가 맡은 역할 정도라는 것이 프로파일러에 대한 인식이다.

그러나 이번 김길태 사건으로 프로파일러가 국민들에 확실히 각인되고 있다. 프로파일러란 직업에 궁금증을 가지거나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이들도 늘고 있다. 고도화된 수사기법을 사용할 강력범죄가 늘면서 프로파일러의 수요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심리학에 대한 지식
인간에 대한 애정 필요

그러면 프로파일러가 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 먼저 범인들의 심리를 꿰뚫어야 하는 만큼 심리학을 전공하거나 관련 지식이 풍부해야 한다. 또 범죄분석이 주요 업무인 만큼 사회학에 대한 관심과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관련 자격증도 있다. 한국사회 및 성격심리학회에서 발급하는 ‘범죄심리전문가 및 범죄심리사 자격증’이다. 하지만 이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프로파일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특채로 선발된 프로파일러 중에는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회전반에 대한 관심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다. 관계자는 “흉악범들의 마음을 돌려 범행을 해결하는 것이 프로파일러인 만큼 범인에 대한 인간적인 애정을 가지고 접근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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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