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번개’라는 것이 생경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로지 채팅을 통한 대화와 몇 시간 후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그리고 잘만하면 낯선 이성과 잠자리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당시 큰 사회적 이슈와 함께 ‘채팅 불륜’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런 채팅이 ‘아날로그화’, ‘집단화’, ‘상업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명 ‘방팅’이라고 불리는 것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낯선 이성을 만나는 법, 방팅의 모든 것을 취재했다.
최소 5명에서 20여명 남녀 만나 술마시고 게임하고
경우 따라 개인적 ‘작업’ 이뤄져 잠자리 할 수 있기도
방팅이란 최소 5명에서 많으면 20여 명의 남녀가 인터넷을 통해 신청하고 현실에서 만나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며 즐기는 것을 말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곳에서도 개인적인 ‘작업’이 이뤄져 잠자리를 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방팅의 이면에는 각종 복잡한 변수들이 많이 있다. 참가비, 노예팅, 방장들의 작업과 때로는 사기성 방팅까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상업방팅에는 고용된
알바녀들이 출몰한다?
방팅은 어떤 의미에서 지극히 ‘아날로그’적이기도 하다. 그 분위기 자체는 마치 대학가의 단체 미팅과 같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인터넷을 통한 만남이 개인적이였다면 방팅의 많은 참석 인원은 마치 과거로 회귀한 듯 한 느낌까지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단체 미팅의 분위기가 젊은이들에게는 색다른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제껏 별로 경험해보지 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방팅은 운영진의 경제적 수익을 기준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고용된 ‘알바녀’들이 많이 출몰하는 상업방팅, 두 번째는 방장도 돈에 연연하지 않고 그 자리를 즐기고 비교적 알바녀들도 거의 없는 일반 방팅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상업방팅보다는 일반 방팅이 더 나을 것 같지만 실제로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상업방팅이 여자들과 이야기할 기회도 많고 더 예쁜 여자를 낚을 가능성도 크다.
반면 일반방팅은 말 그대로 ‘순수한 의미’의 단체 미팅이라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의 외모를 별로 감안하지 않는 ‘순수한 여성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고 결국 전체 수질은 급격하게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남성의 경우 외모가 되지 않을수록 더욱 상업방팅을 선호한다. 일단 방장에 의해 고용된 여성들이 아닐 경우 굳이 외모가 떨어지는 남성들에게 말을 걸거나 마음을 여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지만 상업방팅의 알바녀들은 남자를 외모보다는 돈으로 보기 때문에 외모가 떨어지는 남성들에게도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것이 보통이고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외롭지 않게 방팅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상업방팅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점은 ‘노예팅’이라고 할 수 있다. 방팅의 기본적인 참가비는 2~3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 금액은 대부분 업소를 빌리고 술과 안주에 들어가는 비용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방장이 수익을 남기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여성을 경매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수입금을 챙길 수밖에 없다는 것.
일반적으로 낙찰가격은 20~30만원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여성이 예쁠수록 이 가격은 더욱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남자들의 치열한 경쟁욕구가 매 순간 가격을 올리기 때문이다. 일부 방팅에서는 이 금액이 7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물론 다수의 방팅 경험자들은 이 정도의 금액을 두고 ‘미친 짓’이라고 말을 하지만 막상 치열한 경매에 들어갔을 때는 남성들의 눈이 ‘뒤집히는’ 경우도 생긴다고. 이렇게 생긴 수익은 고스란히 방장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알바녀들은 이미 별도의 알바비를 받고 방팅에 참여했기 때문에 별도의 수익을 나눌 필요가 없다.
노예팅 경매 치열해지면
남성들 눈이 뒤집히기도
이런 수익은 막상 계산을 해보면 상당하다. 대개 상업 방팅의 경우 평일에는 하루에 3차례,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5차례가 개최된다.
한 번의 경매에서 20만원씩만 낙찰되면 일주일에 4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한 달이면 거의 1500만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벌게 된다. 방장과 부방장, 이렇게 두 명이 행사를 이끌어 간다고 해도 각자 700만원이라는 높은 월급을 받게 되는 만큼 상당한 수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경매에 참여해 여성을 낙찰 받게 되면 해당 남성은 남들의 부러운 눈초리를 뒤로 하고 그녀와 별도의 시간을 갖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남성들이 ‘하룻밤 잠자리’를 은근히 원하며 그녀들은 노래방으로, 술집으로 이끌지만 사실 그녀들은 어차피 알바녀들이기 때문에 특별히 남성들과의 섹스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알바녀 많으면 한 달에 1천만원 이상 수익
노하우 알면 몇 만 원으로도 즐길수 있어
결국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다음에 연락하자’는 등의 멘트를 날리고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자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방팅을 경험해봤다는 조모(27)씨는 “나는 키도 크지 않고 외모도 딱히 잘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까지 원나잇 스탠드를 해보거나 낯선 여성과 잠자리를 가져본 적이 거의 없다. 결국에는 상업방팅에 참여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남는 것은 방장에 대한 배신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씨는 이어 “상업방팅이라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까지 돈에만 관심이 있을 뿐 냉정하게 뒤돌아서는 여성을 볼 때에는 허무한 감정까지 들 정도였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했나’라는 자책이 들면서 다시는 방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런데 이게 은근히 사람들의 기대감을 부르며 욕심을 자극한다. 그 후로도 2~3번 더 다른 방팅에 나갔다. 별로 소득은 없었지만 ‘언젠가 한번은’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아마도 나처럼 외모가 되지 않는 남성들일 수록 방팅에 대한 유혹은 더욱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일반 방팅 역시 장단점이 있다. 수질이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외모가 되는 순수 민간녀’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런 여성들은 돈 없이 술을 마시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여성들은 참가비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외의 특별한 악의가 없다면 남자들도 이에 대해서는 거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민간녀’를 더 좋아하고 그녀들을 위해 술을 한잔 사거나 모텔비를 내는 것은 아까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순수 방팅에도 ‘악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방팅을 개최한 방장이 먼저 외모가 되는 순수녀에게 작업을 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방장들은 ‘말빨’이 상당히 세고 여자의 속성과 ‘작업의 정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순수녀들이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순진한 남성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일반방팅 수질 떨어져도
순수 민간녀 만남 인기
물론 앞서의 경우처럼 방팅에 대한 심한 배신감을 느끼는 남성들도 있지만 일부 ‘약삭빠른’ 남성들의 경우 아예 노예팅 자체에는 참여 하지 않고 술만 먹고 여성들과 작업만 하려는 경우도 있다.
설사 여성들이 작업에 넘어오지 않더라도 3만원의 저렴한 돈으로 ‘여자가 있는 술자리’를 가질 수 있으니 그것 또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방팅 마니아’ 김모(33)씨는 “물론 나도 처음에는 방팅에 참여했다가 순진한 기대감에 수십만원의 돈을 경매에 쓰기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경매만 참여하지 않으면 이보다 더 좋은 술자리가 없다. 설사 남자 친구가 나에게 소개팅을 시켜준다고 하더라도 3만원으로 그 시간을 즐길 수 있겠는가”고 반문했다.
김씨는 이어 “게다가 원나잇이 될지 안 될지는 소개팅이나 방팅이나 마찬가지다. 그저 여자와 술을 한잔 먹었다는 즐거움에만 만족할 수 있다면 방팅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즐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한편 ‘방팅’이라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직도 일부가 즐기는 것이고 여기에 ‘알바녀’가 등장하고 이 모임으로 인해 수익을 얻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순수한 ‘문화’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팅은 다양한 매력점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많은 젊은이들에게서 유행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