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vs 검찰 전면전 막후

'사찰 힘겨루기' 국민은 누구 편?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과 관련한 의혹이 사찰정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장외에선 인터넷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공식화한 검찰과 감청영장을 불응한 다음카카오 간에 힘겨루기가 진행 중이다. '내가 나눈 대화가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이른바 '카카오톡 엑소더스(탈출)' 현상으로 가시화됐다. 검찰과 다음카카오는 한 목소리로 "사찰은 있을 수 없다"고 항변 중이다. 그러나 이를 눈감고 믿기엔 수상한 구석이 너무 많다.

지난해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충격적인 감청 사실을 폭로했다. 세계 각국에 있는 민간인의 휴대전화나 이메일 등 통신내용은 미국 정부에 의해 무단 감청되고 있었다.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내 서버를 두고 있는 IT회사의 광범위한 정보들은 모두가 감청 대상이 됐다. 국가 권력은 임의로 세계 시민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정부가 당신의
사생활 엿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국가권력에 의한 불법 감청 의혹이 불거졌다. 의혹의 핵심은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에 대한 실시간 검열 여부였다. 검열의 주체는 검찰과 국정원 등 이른바 권력기관으로 대변되는 정부였다.

지난달 18일 대검찰청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같은 공개된 인터넷 공간을 상시 모니터링(검열)하겠다고 밝혔다. "허위사실이 유포됐을 경우 수사에 착수하겠다"고도 했다. 같은달 25일 서울중앙지검은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전담팀'까지 구성했다.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과 관계된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됐다.

검찰은 당시 모니터링 대상에 카카오톡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불과 5일 뒤인 30일 노동당 정진우 부대표는 검·경으로부터 카카오톡 대화를 수색당한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이후 사이버 실시간 검열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면서 카카오톡 사용자들의 탈퇴 행렬이 이어졌다.


카카오톡을 관리하는 다음카카오는 이달 1일 "어떤 서비스도 국가기관의 정당한 법 집행을 따라야 한다고 본다" 혹은 "검찰이 부르는데 안 갈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으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다음카카오가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기관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메시지 내용을 분류해서 전달했다는 보도까지 이어졌다. 인터넷에선 '사이버 망명'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카카오톡의 대안으로 부상한 독일 메신저 텔레그램 이용자 수는 1주일 사이 100만명이나 증가했다. 마침내 다음카카오가 입장을 바꿨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폭탄선언을 했다.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제가 됐던 대화내용 서버 저장 기간도 최대 3일로 축소해 정보유출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외적으로 다음카카오는 지난 7일부터 수사기관의 감청영장 추가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기자회견은 IT업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거대한 파장을 불렀다. 몇몇 언론은 "초법적 발상으로 사법기관의 권위에 도전한 것"이라며 공격했다. 검찰도 발끈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법치국가에서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다음카카오를 비난했다.

그럼에도 다음카카오는 입장을 번복하지 않았다.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이 대표는 수사기관의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이 대표는 "실시간으로 (대화내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감청설비가 필요한데 저희는 그런 설비가 없고, 그런 설비를 갖출 의향도 없다"며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감청영장 집행에 불응하겠다는 말이냐'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선 "감청영장이 들어왔을 때 1주일 단위로 대화를 모아 제공했던 방식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감청영장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영장의 효력이 발생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했지만 (지금은) 그와 같은 방식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어 (협조가) 어렵게 됐다"고 답했다.

'대통령 7시간' 도화선…국가권력 감청 의혹
카카오 영장불응 선언…사법기관 압박 임박
정권의 호위무사 개인정보 노린다


덧붙여 이 대표는 감청의 근거가 되는 통신비밀보호법의 허점을 지적한 뒤 "법률을 엄격히 해석하면 감청장치를 서버에 부착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방식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이날 증언을 종합한 내용은 ▲다음카카오는 현재 설비만으로 카카오톡을 감청할 수 없고 ▲앞으로도 감청에 필요한 장비를 설치할 계획이 없으며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감청영장 집행에 협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수사당국과 힘겨루기를 하더라도 법적 문제는 없다는 자신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감청을 통해 수집하고자 하는 정보는 미래의 통신내용이지만 영장집행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쥐게 되는 정보는 송·수신이 완료된 과거의 대화내용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법률상 감청은 타인의 대화(통신)를 엿듣거나 엿보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법원은 감청할 수 있는 대상을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통신'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선통화나 공개회담과 같은 '목소리'가 들어간 대화가 주된 감청의 대상이다.

위기의 카카오
검과 힘겨루기

그러나 카카오톡은 실시간 대화(메시지)가 오가지만 이걸 엿보는 일이 쉽지 않다. 다음카카오는 실시간 감청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다음카카오는 수사기관이 영장을 들고 오면 서버에 저장된 대화내용을 모아놨다가 며칠 뒤 전달하는 방법으로 협조했다.

그런데 엄밀한 의미에서 송수신이 완료된 대화는 '실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감청이 아닌 압수수색의 대상이다. 압수수색영장은 감청영장보다 발부 조건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다음카카오는 그동안 수사기관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협력했지만 지금부터는 '잘못된 관행'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그렇다면 다음카카오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수사기관과 공조했던 것일까. 가령 수사기관의 내사망에 오른 A씨가 있다고 해보자. 수사기관은 A씨가 범죄를 벌였다고(혹은 벌일 것이라고) 의심한 시기에 관한 통신내용을 다음카카오에 요청한다. 그 시기는 사건에 따라 미래가 될 수도 있다(예를 들면 내란음모).

요청을 받은 다음카카오는 특정된 시기 A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내용(송·수신 일체) 및 대화를 나눈 상대방 아이디와 전화번호 등을 수사기관에 제출한다. 여기서 문제는 범죄와 무관한 사람들의 아이디 및 전화번호까지 무차별적으로 수사기관에 제공된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문제는 다음카카오의 주장대로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하지만 실시간에 근접한 감청은 지금껏 해왔고 앞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에 있다. 만약 법원이 '앞으로 한 달간 A씨가 나눈 대화를 증거로 제출하라'는 영장을 발부하면 다음카카오는 같은 기간 A씨의 대화내용을 수사기관에 제출할 수 있다.

 이는 수사기관 입장에서 채집된 대화내용을 며칠 뒤 확인할 뿐이지 실시간으로 감청했을 때와 효과가 다르지 않다. 더구나 감청영장은 피의자뿐 아니라 가족 등 주변인까지도 적용이 가능한 편의성이 있다.

국내 '포렌식' 권위자이자 IT전문가인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자신의 SNS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실시간에 가까운 감청이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김 전 교수는 지난 2012년 9월 국정원이 발부받은 국가보안법 피의자 홍모씨에 대한 '통신제한조치 집행조서'를 근거로 제시하며 "국정원이 2012년 8월18일부터 9월17일까지 한 달간 홍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감청했다"고 설명했다.

조서에 따르면 국정원은 홍씨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자신들이 제공한 보안메일로 수신했다. 이렇게 채집한 증거는 법정에 증거로 제출됐으며 홍씨가 대화한 상대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국정원 등 수사기관은 최대 2개월까지 통신제한조치를 허가받을 수 있다.


지난해 '철도 민영화 저지' 파업에 참여했던 이용석 철도노조 부산본부장은 카카오톡 로그인 기록과 실시간 IP를 '사찰'당했다. 지난 2월 경찰이 이 본부장에게 보낸 '통신자료제공 집행사실 통지서'에는 다음카카오(당시 다음커뮤니케이션즈와 카카오로 분리) 측에 경찰이 로그기록(ID·IP)과 실시간IP를 요청한 것으로 쓰여 있다. 이를 근거로 철도노조는 "사용자의 카카오톡 접속 위치가 실시간으로 추적된다"고 주장했으며, 당시 카카오는 이 본부장의 로그기록 일체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외국계 IT회사 프로그래머로 일한 윤모씨는 "실시간 감청은 상황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 서버를 두고 데이터를 축적한 '싸이월드'를 예로 들면서 "이용자가 비밀방에 올려놓은 글이나 사진을 관리자가 볼 수 있었으며, 온라인에서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면 알람이 울리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감시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일반 대기업 보안 관계자들도 익히 아는 얘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은 최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수사하면서 유 전 회장이 은신해 있던 전남 송치재 일대 지명을 입력한 모든 사람의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위치)을 조회했다. 경찰은 유 전 회장 측과 통화한 430명 가운데 '송치재 휴게소' '송치골가든' 등의 검색어를 입력한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수집했다. 이를 바꿔 말하면 '박근혜'라는 검색어를 입력한 특정인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으로 제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은 지난 12일 정부의 인터넷 감시를 위한 패킷감청 인가 설비가 2005년 이후 무려 9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알렸다. 모두 9대였던 미래창조과학부 인가 감청설비는 2008년 이후 73대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71대가 인터넷 감시 설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회 정보위원회에 통보토록 돼 있는 국정원의 감청설비는 집계되지 않은 수치다.

같은당 전병헌 의원은 다음카카오 측이 발표한 '카카오톡 정보제공 현황'이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톡은 올 상반기에만 61건의 감청을 요구 받아 90% 넘게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사실확인은 1044건, 압수수색영장은 2131건이었다. 여기에는 간접 제공된 회선(아이디 및 전화번호)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장 다음카카오가 수사기관의 협조를 거부함으로써 검찰은 난처한 상황이 됐다. '정권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발 빠른 대응을 했지만 도리어 사찰 의혹의 빌미를 준 꼴이 됐다.


"실시간 감청
 기술적 가능"

지난달 18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단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에는 다음카카오가 출석을 요구받았다. 당시 다음카카오는 "실시간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전면전을 선택한 다음카카오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언제 어떤 구실로 또 다시 검찰의 출석 요구를 받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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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