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누님, 오늘 밤에도…”
TV프로그램을 보며 ‘애완남’에게 호감을 갖게 됐다는 휴학생 강명진(24·가명)씨. 군 입대를 앞두고 휴학, 아르바이트를 찾던 그는 큰 기대 없이 애완남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가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누님’으로부터 선택(?)을 받았다.
- 어떻게 만났나.
▲ 인터넷에 글을 올리자마자 10통 가까이 연락이 왔어요. 사진을 보내 달라, 당장 만나보자며 적극적으로 연락을 해오는 사람도 있었고 장난삼아 문자 한 번 보낸 사람도 여럿 있었죠. 많은 금액을 제시한 사람도 있었고요. 대체로 여자 나이가 많을수록 금액이 높았죠. 그런데 잠깐의 고민 끝에 가장 진지해 보이면서도 외모도 괜찮은 지금의 누나를 택했어요. 누나와 4일 정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 만났고 만난 이튿날 내가 누나 집으로 들어갔어요.
- 어떤 일을 하나, 보수는 어떻게 되나.
▲ 누님의 끼니, 안마, 집안 청소와 빨래 등을 하고 한 달에 90만원을 받아요. 많지는 않지만 숙식비가 따로 들지 않아 지낼 만해요. 계약에 없는 내용을 누나가 부탁할 때는 용돈조로 얼마씩 따로 챙겨 받고요.
- 계약은 어떤 내용인가.
▲ 주인(누나)에게 절대 복종한다, 외출할 때는 반드시 허락을 받는다, 집에 함부로 누군가를 데려오지 않으며 함께 살고 있다는 점도 알리지 않는다, 누나의 사생활을 캐묻지 않는다, 아침과 저녁은 반드시 챙겨 놓고 빨래와 청소 등 집안일을 깨끗이 한다, 주인이 외출 후 귀가했을 때는 반드시 집에 있어야 한다 등이에요.
인터넷 올리자마자 문의쇄도, 면접 후 ‘집으로’
절대 복종·외출허가·사생활 보호 등 계약조항
- 계약에 없는 내용이란 무엇인가.
▲ 계약서에는 스킨십에 대한 항목이 없어요. 그런데 술을 좋아하는 주인님이 자주 만취해 귀가하고 그때마다 저돌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죠. 늘 응하는 편이긴 한데 진짜로 원치 않을 때조차 관계에 응할 때도 있어요. 그게 조금 힘들어요.
- 거부 의사를 밝히면 되지 않나.
▲ 주인님이 원하는 일을 3회 이상 거부하거나 어겼을 때는 퇴출한다는 조항이 계약에 포함돼 있거든요. 주인님이 시키는 일에 순순히 응해야만 하는 거죠.
- 애완남 생활에 불만은 없나.
▲ 피곤해 죽겠는데 누나가 ‘들이댈’ 때는 어쩔 수 없이 응해야 해요. 그럴 땐 기분이 묘해요. 찝찝하죠. 주인님의 기분과 건강 상태를 살피며 그때그때 눈치를 보는 것도 가끔은 짜증나고요. 내가 여기서 뭐하는 건가 싶어서요.
- 그런데도 애완남 생활을 계속하는 이유는 뭔가.
▲ 불만이야 있지만 다른 아르바이트와 비교하면 참을 만한 수준이에요. 편한 점도 많고요. 숙식비도 따로 안 들고, 돈 쓸 일도 없고요. 누나하고도 성격이 잘 맞는 편이어서 차츰 정이 드는 것 같아요. 진짜 못된 주인을 만났는데 자신이 성노예 같았다, 홀대가 심해 사람취급도 못 받았다는 등의 불만을 털어 놓는 펫도 많거든요.
- 애완남 생활, 왜 시작했나.
▲ 가족을 벗어나 이성과 동거해 보고 싶었어요. TV를 보니, 그냥 동거보다는 애완남으로 지내는 게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았고요. 누군가가 시키는 일만 하며 복종하는 생활은 어떤 느낌인 지도 막연하게나마 궁금했어요. 또 동거하면서 돈을 번다는 게 매력적이었고요.
- 애완남 생활은 언제까지 할 건가.
▲ 펫 생활을 막상 해보니 TV에서처럼 좋지만은 않더군요. 장단점은 모두 있고요. 그렇지만 주인님하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계속 하고 싶어요.
<일요시사>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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