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대에 임용돼 강단에 서온 중국 국적 대학 교수가 실험실에서 대량으로 마약을 제조해 유통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대학 실험실에서 마약을 제조하고 소지한 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모 사립대 자연과학대 교수 차모(32)씨를 구속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차씨는 지난 3일 자신이 근무하는 화학 실험실에서 무색무취 마약류인 ‘GHB’(‘물뽕’) 320g(시가 6400만원어치)을 제조해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차씨가 만든 GHB는 술에 타서 마시면 강력한 환각에 빠지는 약물이다. 특히 성범죄용으로 악용돼 ‘데이트 강간약물’(Date Rape Drug)로도 불린다.
경찰 조사결과 차씨는 마약 원료 물질 등을 시중에서 사들인 뒤 혼합 비율을 맞춰 제조하는 방식으로 마약을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칭다오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중국과학기술원을 차석으로 졸업한 뒤 칭화대 이학 박사과정을 마친 차씨는 2008년 서울의 모 대학 특채교수로 발탁됐다. 그 뒤 대학과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던 차씨는 여자친구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차씨는 경찰 조사에서 “한국에 있는 여자친구에게 줄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마약을 제조했다. 하지만 나는 마약을 복용하지는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차씨가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마약을 판매하려 한다는 제보를 받고 최근 서울역에서 마약을 판매하려는 그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차씨에게서 구입 제의를 받고 GHB 5g을 샘플로 받아 복용한 중국인 차모(25·여)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