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를 침대로 착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누가 보든 말든 길에서 오럴섹스 하는 정신 나간 중년남녀, 길에서 자위행위 하는 남자 등이 쉽게 눈에 띠기 일쑤다. 절제의 미덕이 절실하기만 했던 두 가지 목격담을 엮었다.
지난 5일 오후 10시께. 물건을 사기 위해 동네 슈퍼마켓을 향했다. 슈퍼마켓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큰 골목을 거쳐야 한다. 다세대 주택이 밀집된 골목은 워낙에 넓어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았고 주차된 차도 널려 있었다.
물건을 사러 슈퍼마켓을 향할 때 갈지자로 걸어오는 중년 남녀가 눈에 띄었다. 그들은 주변의 시선 따위는 신경 안 쓰고 크게 웃고 떠들며 진한 스킨십도 마다하지 않았다. 옆을 지날 때 역한 술 냄새가 폴폴 풍겼다. 만취 상태였다.
물건을 사고 돌아오는 길. 주차된 차 사이를 비집고 소리가 새나왔다. 침대 위에서나 들을 법한 남녀의 신음 소리였다. 시선을 돌릴 것도 없이 정면으로 실체가 목격됐다. 조금 전에 웃고 떠들며 주변의 시선을 붙잡던 중년 남녀가 오럴 섹스를 하는 장면이었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와 한 몸으로 모두 신음소리와 주문을 번갈아 내뱉었다. 주변의 시선에는 아랑곳없이 자신의 행동에 도취된 듯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서 있는 곳이 행인들로부터 안전지대라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자신의 안방으로 착각한 건지 아니면 보든 말든 상관없다는 무례한 대범한인지 도저히 구분 못하고 있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그들을 향해 “애들 다니는 길에서 뭐하는 짓이냐”고 한 소리를 했다. 정신 못 차린 그들은 귀찮다는 듯 주섬주섬 바지를 추려 입고 자리를 떴다. ‘연애든 바람이든 제발 남들 없는 곳에서 하라’는 말을 못 남긴 게 그저 아쉽기만 했다.
이런 사건을 목격하기 며칠 전에는 벌건 대낮에 길에서 자위행위 하는 남자를 봤다. 등 뒤로 누군가가 지나가던 말든 요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자신의 행동에 여념이 없는 남자였다. 하교를 마친 아이들이 드문드문 지나가는 중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대범한 그의 행동이 당황스럽고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하던 일을 마친 뒤, 그는 산책하러 나온 사람 틈에 껴 아무렇지 않게 어딘가로 향했다. 얼굴을 보니 30대 후반 쯤으로 보였다. 그의 뻔뻔한 낯을 동네에서 두 번 다시 볼까 걱정이 됐다.
술의 힘을 빌린 대범한 용기인지 아니면 술과는 상관없는 무례한 도발인지, 어찌됐든 아스팔트를 침대처럼 여기는 정신 놓은 사람들이 나날이 느는 것만 같다. 이들이 타인의 정신 건강을 위해 제발 침대와 아스팔트를 구분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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