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취재> LH공사 횡포 제2탄 -힘없는 ‘주택공단 죽이기’

여의도 자주 간다했더니…이런 음모가!

[일요시사 경제팀] 이창근 기자 = LH공사 관계자들의 잦은 발길로 국회문턱이 닳고 있다. 국토위 소속 국회의원과 정책보좌진들을 찾아다니며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로비의 주요테마는 LH공사가 100% 출자한 자회사 주택관리공단에 관한 것이다. <일요시사>는 LH공사 측이 국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문건을 입수, 공개한다.
 
 
지난 8월에 작성되어 LH공사 관계자들에 의해 배포 중인 이 문건의 제목은 ‘임대주택관리·운영 효율화관련 설명자료’. LH공사는 이 자료를 통해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요구에 맞추어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이하, 주택공단) 업무의 축소 및 민영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관리 효율이 
2배 이상 차이?
 
핵심내용은 크게 3가지. 첫째가 주택공단은 비효율적 조직이므로 임대운영업무는 LH공사로 회수하고 주택공단에는 주택관리업무만 남겨야 한다는 것. 둘째는 남은 주택관리업무 또한 민간부문과 경쟁시켜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고, 마지막 내용은 위 사안이 여의치 않을 경우 LH공사가 보유한 주택공단 지분 100%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민영화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민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주택공단은 매우 비효율적인 조직이어서 차라리 LH공사가 주택공단으로 분산된 임대운영업무를 회수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길이라는 결론을 유도하고 있다. 그 근거로서 임대운영 업무는 LH공사가 주택공단보다 ‘두 배 이상 효율적’임을 명기하고 있다. ‘두 배 효율’을 증명하기 위한 각종 데이터가 덧붙었음은 물론이다. 
 

LH공사 측이 국회와 정부요처에 배포한 이 문건은 주택공단 측이 확보한 후 <일요시사>에 제보, 전달됐다. 주택공단 측은 “이 문건이 142조의 국내 최대 부실규모를 가진 LH공사가 업무영역 축소 및 조직 슬림화를 요구하는 정부시책과 여론을 회피하기 위해 주택공단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증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문건 속에 제시된 각종 데이터는 LH공사가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 짜깁기한 것으로서 자칫 보는 사람의 오판을 유도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정확히 따져보면 효율성 경쟁에서 두 배 이상 우위에 있는 것은 LH공사가 아니라 주택공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공영주택의 임대관리업무가 일원화되어야 한다면 그 중심축은 LH공사가 아닌 주택공단이 되어야 한다는 반론이다. 
 
LH공사가 작성된 문건으로 인해 발발한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효율성 논쟁’에는 또 다른 모습이 숨어 있다. 이른바 ‘관리방식의 전쟁’이다. 현재 주택공단이 취하고 있는 공공주택관리방식은 공공주택 단지별로 관리소를 두고 상시적으로 입주민의 민원을 해결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관리소를 통해 입주민과 관련한 ‘임대운영’ 업무와 시설물에 관련한 ‘주택관리’ 업무를 통합하여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임대운영’ 업무란, 입주자 교체 또는 변경이 발생했을 때 수반되는 임대차 계약업무와 임대료 수납, 거주 자격심사, 예비입주자 모집, 입주 및 퇴거관리 등과 같이 운영전반에 관한 업무를 말하고, 엘리베이터나 조경, 도로 등의 관리나 경비, 소독, 청소 업무 및 관리비 집행과 수납 같은 부분은 ‘주택관리’ 업무에 속한다.
 
국토위 의원들 찾아 전방위 로비전
국회 설득 과정서 제시한 문건 입수
 
주택공단과 달리 LH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공공주택 관리방식은 ‘광역관리’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권역별로 몇 개의 단지를 통합한 후 임대운영 업무를 관장하는 컨트롤 타워 격인 이른바 ‘통합관리센터’를 두고, 각 단지의 관리소에는 주택관리업무를 전담하는 민간업체를 선정하여 업무를 위탁하는 방식이다. 한 마디로 임대운영은 LH공사가, 주택관리는 민간업체가 수행하는 이원화 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주택공단보다 두 배 더 효율적’이라는 LH공사의 주장은 곧 광역관리 방식이 단지관리 방식에 비해 월등히 우월하다는 주장과 다름이 아니다. 사실 임대운영과 주택관리를 한 주체가 통합하여 수행하는 단지관리 방식과 이를 두 개의 주체로 이원화시킨 광역관리 방식은 각자 나름의 일장일단이 있다. 그런 만큼 임의의 잣대로 우열을 가리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그 격차에 대한 판단도 용이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공사가 먼저 ‘LH공사 임대운영 방식이 두 배 효율적’이라고 시비를 건 것은 그만큼 주택공단 업무회수 및 민영화 추진의 명분확보가 절박했음을 반증하고 있다. LH공사의 도발에 대해 국회와 정부부처 일각에서 “국내 최대의 부실공기업으로 지목된 LH공사가 장차 업무와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을 대비해서 벌이는 자회사 죽이기 작전”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니다. 막대한 자금력과 다수의 인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인적네트워크에다 자회사의 지분까지 100% 쥐고 있는 LH공사로서는 유일한 결핍요소가 ‘대의명분’ 하나뿐이다.  
 
 
절박함으로 따지면 주택공단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LH공사 입장에서는 이번 작업이 추진하다가 안 되면 접어도 그만인 사안일지 모르지만 주택공단으로서는 조직의 존폐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본금 70억에 불과한 자회사가 30조 자본의 모회사를 상대로 일전불사를 외치고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나 이번 논쟁의 테마가 자본력이나 지분구도에 좌우되는 논쟁이 아닌 ‘관리 효율성’에 관한 부분인 만큼 하등에 꿇릴 것이 없다는 태도다. 그 바탕에는 평균 연봉 6500만원의 LH공사에 비해 3500만원에 불과한 주택공단이 비효율적일 까닭이 없다는 판단과 대놓고 자회사를 핍박하고 나선 모회사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다. 
 
향후 날 선 논리공방이 예견되는 핵심 쟁점 3가지를 짚어보자. LH공사의 광역관리 방식은 임대운영과 주택관리를 분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통합 관리하는 주택공단의 단지관리 방식과의 단순비교가 여의치 않다. 이런 까닭에 LH공사는 임대운영 업무는 LH공사의 통합관리센터와 주택공단을 비교하고, 주택관리 업무 부분은 민간업체와 주택공단을 비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효율성 논쟁의 테마인 임대운영 부분을 비교해 보자. LH공사가 작성한 문건에 의하면 LH공사가 제공한 75만 세대의 공영주택 가운데 49만5000 세대에 광역관리 방식을 적용하고 있고, 이에 투입되는 인원은 655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소요되는 인건비는 연간 297억원, 직원 1인당 관리하는 세대 수는 744세대로 직원 1인당 관리비는 6만원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비해 주택공단의 단지관리 방식은 적용세대가 25만7000 세대, 투입인원은 701명, 연간 인건비 325억원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1인당 관리세대는 367세대이며 직원 1인당 관리비는 12만6000원이라고 적시했다. 결론적으로 1인당 관리비용을 비교해 봤을 때 LH공사의 광역관리 방식이 주택공단의 단지관리 방식보다 2배가량 효율적(6만원 vs 12만6000원)이라는 주장이다.<표1>
 
이에 대해 주택공단은 터무니없이 왜곡된 논리라는 반응이다. 우선 LH공사가 광역관리 하고 있다고 밝힌 49만5000세대 속에는 ‘매입임대’ 8만2000세대와 ‘전세임대’ 9만세대 등 도합 17만3000세대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주택공단이 전혀 취급하지 않는 업무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면 이 두 항목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임대 운영
누가 잘하나
 
여기서 매입임대란, LH공사가 다세대주택이나 민간아파트를 매입해서 저소득 무주택자에게 시중 전월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것을 말하고, 저소득층이 전세 계약할 집을 고르면 LH공사가 해당 주택을 매입한 후 이를 입주자에게 저렴하게 재임대 해주는 것이 ‘전세임대’다. 두 항목 모두 분류상으로는 공영주택 범주에 포함되지만 비교대상인 주택공단의 업무가 아닌 이상 효율성 측정에 있어서만큼은 LH공사 관리세대 모수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이 두 항목을 관리세대 모수에 포함시킬 경우 전체 평균비용을 낮게 포장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 객관성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주택공단은 LH공사의 광역관리를 받는 세대 수는 49만5000세대가 아닌 32만3000세대로 계산해야 타당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더불어 단순히 인건비 항목만 비교해서는 공정한 비용효율 분석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인건비 외에 본사비용(4대 보험, 퇴직금, 임대경비 등)과 업무수행에 수반되는 소요경비 등을 함께 반영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단 측이 위와 같은 사항을 수정, 반영한 후 도출해 낸 결론은 놀라웠다. LH공사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표2> 
 
공단의 계산에 의하면 비용분석에 포함시켜야 하는 실제 세대 수는 LH공사가 32만2000 세대, 공단은 25만5000 세대이다. 투입되는 업무인원은 각각 477명(LH)과 506명(공단)으로 인건비 부분은 246억원(LH)과 203억원(공단)로 계산됐다. 여기에 추진경비 151억원(LH)과 26억원(공단), 본사비용은 255억원(LH)과 67억원(공단) 등의 요소를 감안하자 인건비를 포함한 전체비용은 LH공사가 652억원, 공단은 29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전체비용을 기반으로 직원 1인당 관리 세대를 추정하면 LH공사가 674세대 공단은 504세대이며, 이어 한 세대에 투입되는 총비용을 계산한 결과 LH공사는 세대 당 20만3000원, 공단은 11만6000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비효율 입증 자료…몽땅 허위?
‘나만 살면 그만’물불 안 가려
 
LH공사의 ‘두 배 효율적’(6만원 vs 12만6000원)이라는 주장은 단순히 인건비만을 계산했을 때 가능한 주장이지만 제반 비용요소를 함께 고려해보면 ‘두 배 비효율적’(20만3000원 vs 11만6000원)이 되는 것이다. 주택공단이 “LH공사가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왜곡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두 번째 논란은 ‘주택관리’ 비용에 관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LH공사는 민간업체의 관리소장 연봉은 3100만원, 관리원은 2300만원인 반면 주택공단의 경우 소장 연봉은 4700만원, 관리원은 3200만원 수준으로 계산했다. 그 결과 평당 관리비용은 민간이 609원이고 공단은 622원에 이른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를 한 세대 당 부담비용으로 환산해서  민간부분의 관리비는 세대 당 15만8000원인데 비해 공단은 17만7000원이 되므로 ‘주택공단이 민간업체보다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성립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LH공사가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관리비에는 엘리베이터나 도로, 청소, 방역 등에 관한 ‘공용관리비’만이 아닌 ‘일반관리비’ 부분을 함께 고려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부문의 관리비는 공용관리비 609원에 일반관리비 298원을 합해 평당 899원이 맞고, 주택공단의 경우 공용관리비 599원에 일반관리비 279원을 합한 838원이라는 것. 이는 LH공사의 주장과 달리 주택공단이 주택관리 부분에도 민간업체보다 평당 61원이 저렴한 수치다. 
 
뿐만 아니다. 주택공단은 평당 61원의 격차는 그나마 민간업체의 체면을 고려해서 참고 있는 수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민간업체는 단지 주택관리 업무수행에 대한 관리비인 반면 주택공단의 관리비는 주택관리에 임대운영 업무를 더한 대가로 책정된 관리비라는 것이다. LH공사의 주장대로 주택관리 업무만을 따로 떼어 계산하면 61원이 아니라 120원 이상 차이가 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택공단이 LH공사에 거듭 서운함을 토로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주택공단의 수수료가 주택관리와 임대운영 업무를 포함한 것임을 잘 알고 있는 LH공사가 공동관리비 부분만을 단순비교해서 자료를 만든 것은 ‘해도 너무했다’는 입장이다.
 
주택공단 측이 역으로 LH공사에게 되묻고자 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공가비용’과 관련한  부분이다. ‘공가비용’이란, 임대주택이 입주자 없이 공실로 비어 있으므로 발생하는 손실을 말한다. 국민임대나 영구임대 등 LH공사에서 제공한 주택에서 거주하던 세입자가 다른 곳으로 이사할 경우 다음 세입자가 입주할 때까지 집이 비어 있게 되는데 이런 세대를 ‘공가세대’라고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공가비용’이라고 한다. 이 공가비용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LH공사가 광역관리를 하고 있는 선유 3단지(1316세대)와 주택공단에서 단지관리를 하고 있는 선유 2단지(917세대)를 일례로 들어보면, 주택공단이 관리하는 선유 2단지 월평균 공가세대는 8세대에 불과한 반면 LH공사는 월평균 220세대로 나타나고 있다. 아무래도 지근거리 관리보다 원거리 관리가 불리하고, 단지 내 관리소로 일원화된 관리체계가 광역센터와 관리소로 이원화된 체계보다 다소라도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는 증거다.   
 
공가세대의 대소가 중요한 것은 기회비용 상실에 따른 경영손실 때문이다. 공가세대가 늘어날수록 정상적으로 납부될 관리비 및 임대료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 사례에 따라 계산해보면 단지관리 방식의 관리비 손실(월 평균 8세대) 부분은 연 440만원에 불과한 반면 광역관리 방식의 손실액(월 평균 220세대)은 연 96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임대료 손실분을 추가로 반영하면 더 현격한 격차가 생긴다.
 
임대료 부분의 단지관리 방식의 손실분은 연간 1920만원 수준인 반면 이에 비해 광역관리 방식은 4억2240만원에 이른다. 결국 공가세대 발생으로 인한 손실 규모는 단지관리 방식이 총 2360만원, 광역관리 방식은 5억1840만원 규모다. 공영주택의 운영효율과 직결된 공가비용 부분에서는 주택공단이 LH공사보다 22배나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공단 측에서 “LH공사는 단순히 인건비 효율만 따지고 싶겠지만 임대운영의 효율성을 따지려면 이 공가세대 비율 및 그 손실비용의 절감효과를 배제하고서는 논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가비용 비교
자신 있습니까?
 
결국 위 3가지 사안에 대한 논란은 듣고 보는 사람의 판단에 달려 있다. 대형 마이크를 들고 떠드는 큰 목소리도 하나의 경쟁력이고 그 소란을 뚫고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지와 논리도 당당한 무기라고 볼 때, 둘 중에 어느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는 전적으로 듣고 보는 사람의 역량에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LH공사가 국회와 정부요처에 배포하고 있는 문건은 더 이상 약발(?)이 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H공사의 포장술도 훌륭하지만 그 이면을 들춰내는 주택공단의 반론과 문제제기 또한 강하고 날카롭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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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