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연이은 사망사고 <무슨일이>

“노동자 죽어나가는 조선소 사업장 퇴출하라!”

조선업계에 연초부터 곡소리가 가득하다. 올 들어 이미 7명의 노동자가 조선소 사업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의 사망 원인은 추락사, 질식사, 폭발사고 등 다양하지만 일부 사업장에선 정확한 사인조차 밝혀지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잇따른 사망 소식에 업계 일각에선 회사측의 안전관리 소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선업계 노조측은 노동부가 조선소의 ‘자율안전보건관리’ 정책을 폐지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SLS조선·STX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줄초상
올 들어 7명 사망 … 추락·실족·질식사 등 안전 관리 부주의 원인


지난 10일 경남 진해에 위치한 STX조선해양에서 군함 외부 족장(발판) 해체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조모(33)씨가 바다로 떨어져 숨졌다.
이날 조씨는 건조 중이던 군함의 시운전과 경사도검사 등을 위해 족장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었으며 작업 도중 실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당시 바다에 빠진 조씨를 확인한 회사측이 곧바로 해경에 신고를 했지만 현장 구조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고 결국 그는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STX·현대삼호중공업
협력직원 잇따라 사망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 일각에선 이번 사고의 책임이 STX조선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STX조선이 안전수칙을 위반하고 보호 장비를 미지급 하는 등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는 것.

실제 한 언론은 족장 해체작업의 경우 비가 오는 날은 사고위험이 높아 금지하고 있지만 회사는 검사 일정을 이유로 작업을 재촉했고, 결국 비가 그친 뒤 작업을 시작한 조씨가 자신이 철거하던 족장이 기울어지면서 바다로 추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언론은 당시 조씨에게는 구명정이나 구명조끼 등 보호 장비도 지급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STX는 안전관리 규정을 위반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STX 한 관계자는 “당시 철거 작업은 규정대로 진행됐으며 회사가 업무와 관련해 위반한 사항은 없다”며 “보호 장비의 경우 비상시를 대비해 현장에 상시 배치하고 사고 발생 즉시 해경에 신고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는 현재 어느 사업장보다도 현장 관리에 철저하다고 자신한다”며 “유감스럽지만 이번 사고는 고인의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로 보인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적극적으로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STX와 달리 최근 협력업체 직원이 작업 도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삼호중공업은 이번 사태가 잠잠해지기만을 바라는 분위기다.
현재 현대삼호중공업은 이 노동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안팎의 끊임없는 관심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는 사고 후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사망한 직원의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데 기인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25일 오후 3시20분경 전남 영암에 위치한 현대삼호중공업 내 호퍼탱크에서 연삭기로 선박 블록 작업을 하던 강모(42)씨와 인근의 동료 1명이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쓰러졌다. 다행히 쓰러진 지 몇 분 만에 발견된 동료 직원은 목숨을 건졌지만 초기에 발견되지 못했던 강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강씨의 죽음에 대한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병원측의 소견과 함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이 실시됐지만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로 노동계는 현대삼호중공업을 향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 지난 4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조선분과 노조 대표들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추모집회를 갖는 한편 현장 안전관리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 날 노조는 “파원두건을 쓰고 일하던 두 명의 노동자가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이 중 한 명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 원인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현장 관리자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이와 함께 지난 1년간 현대삼호중공업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전반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를 노동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매우 조심스런 입장이다.
현대삼호중공업 한 관계자는 “직원의 사망원인은 아직 조사 중에 있으며 회사는 사고 이후 안전관리 책임을 더욱 강화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회사는 안전사고의 책임 소재에 있어선 한 발 뒤로 물러난 태도를 취했다. 관계자는 “이번에 사망한 고인은 본사의 직원이 아닌 사내 협력사에 소속된 직원으로 안전관리나 책임, 보상 등 모든 문제는 협력사에서 담당하게 된다”며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협력사에 문의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직원 사망 후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은 경남 통영에 위치한 SLS조선의 한 사업장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사고 소식이 전해지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4일, 바다 속에서 작업 중이던 한 직원이 수압으로 질식사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당일 오후 1시30분경 SLS조선의 스쿠버업체 소속인 직원 서모(54)씨는 건조한 노르웨이 선적 4만톤급 선박의 프로펠러를 수중에서 촬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서씨는 갑작스레 작동한 프로펠러에 의해 잠수장비가 벗겨진 뒤 숨진채 발견되었는데 당시 발생한 수압 탓에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 “보상은 협력사와 상의”
노조 측 관리책임자 문책 요구

업계에 따르면 당시 SLS 시운전부 소속 작업자 두 명이 엔진 워밍 작업에 대한 지시를 받고 프로펠러를 가동시켰지만 수면 아래 서씨가 작업 중이었던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사고가 담당자의 업무상 과실로 인한 인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무 담당자가 작업 전반에 대한 정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일부 작업을 강행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담당자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SLS조선은 경찰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담당자의 책임을 운운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SLS조선 한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관련자들이 모두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아직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경찰 조사가 완료되면 이후 그 결과에 따라 책임 소재를 물어 담당자 등에 대한 후속조치가 진행되는 게 순서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잇따른 안전사고 사업장 책임론 가중
노조, 조선소 긴급 안전점검 실시요구


면 직원 사망 후 뒤늦게 사태수습에 분주한 모습을 보인 사업장도 있다. 주인공은 산업재해 현장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다.
경남 거제에 위치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는 지난 한 달간 폭발?추락?질식 등 다양한 사유로 다수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1월20일까지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직원만 이미 4명에 달한다.

지난달 20일에는 선박 블럭에 스프레이 도장 작업을 하던 이모(44)씨가 폭발사고로 사망했고, 앞서 8일에는 안벽과 선박을 연결하는 대형 사다리가 바다로 추락해 작업 중이던 직원 1명이 바다에 빠져 숨졌다. 또한 지난달 2일에는 건조중인 선박 안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직원 박모(28)씨와 이모(53)씨 등 2명이 아르곤가스에 질식돼 목숨을 잃었다.

대우조선은 사고 이후 현장 안전관리 책임자 4~5명을 경질하는 한편 현장 재교육을 실시하는 등 사태 수습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노동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지난해 최악의 사업장이라는 꼬리표가 떨어지기도 전 연초부터 직원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관계자 경질 등 강도 높은 조치로 업계의 비난을 누그러뜨리려는 속내가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연초부터 조선업계 산업현장 곳곳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잇따르자 결국 금속노조는 단체 행동에 나섰다.
지난 4일 금속노조 산하 조선업종분과 소속 노동조합 대표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조선소 노동자들의 사망사고에 따른 사업장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이 자리에서 노동부가 직접 관리 감독에 나서 사업장 관리에 소홀한 조선업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뿔난 노동자 노동부 향해 항의
‘조선소 자율관리제’ 폐지 요구

노조는 조선업계의 중대재해 사고의 원인은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 역시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조선업 재해 다발 원인은 노동부의 ‘자율안전보건관리’라는 잘못된 재해예방 정책에 기인한 사업주들의 생산우선 경영에 있다”며 “‘자율안전보건관리’는 사측의 자의적인 평가 방식에 따른 불합리한 제도로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