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청문회 무사통과 권순일 대법관 내정자

9부 능선 넘었는데…안개속 정국 득? 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양창수(62·사법연수원 6기) 대법관 후임으로 권순일(55·사법연수원 14기) 법원행정처 차장이 내정됐다. 이번에도 판사 출신이다. 문제는 그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 자질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안개 속에 가려진 정국이 오히려 그에겐 득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지난 7월24일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이기수)는 회의를 열어 권 후보자와 이성호 서울중앙지법원장(연수원 12기), 윤남근 고려대 교수(연수원 16기)를 대법관 후보로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지난 11일엔 양승태 대법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권 후보자를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했고,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 이에 대해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민주사법연석회의)는 “이번 대법관후보추천을 최악의 추천이라고 평가한다”고 혹평했다. 

투기의혹에
자질 논란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8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는 여의도 국회 본관 제3회의장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권순일(55·사법연수원 14기)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인청특위는 보고서 종합의견을 통해 “후보자는 지난 약 30년 동안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사립대학교 시간강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최초의 판결을 하는 등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 왔고, 객관적 법해석을 바탕으로 한 균형 잡힌 시각을 보유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앞서 지난 25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권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대법관으로서의 자질 및 도덕성, 현안에 대한 입장 등을 두루 검증한 바 있다. 특히 다운계약서 작성과 부동산 투기, 병역 현역 기피 의혹 등이 쟁점으로 부각돼 자질 논란이 일었다. 그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권 후보자의 1993년 재산등록 신고내역을 보면 1989년 경기도 화성 땅을 평당 1369만원에 매입했다”며 “당시 공시지가가 9500만원이었는데 어떻게 9500만원의 땅을 7분의 1 가격인 1300여만원에 샀느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권 후보자가 1989년 3월 신 모씨와 공동으로 경기도 화성땅과 용인땅을 매입해서 4개월 후에 화성땅은 후보자 명의 단독소유가 됐고, 2009년 매각했다”며 “공무원이 현저히 낮은 대가로 증여를 받으면 뇌물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장인께서 집안의 어른으로 모시는 신씨가 보유하도록 소개하고 저에게 돈을 내라고 해서 평당 1500만∼1800만원을 냈다”며 “공시지가가 그 정도라는 것은 지금 처음 들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취득세와 등록세는 아파트 기준가에 맞춰서 책정됐기 때문에 위법은 아니다”라면서도 “증여세 등 지금이라도 내지 않은 세금을 내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형태라도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매도인과 매수인이 합의해 실제 거래가격이 아닌 허위의 거래가격으로 계약하는 다운계약서도 도마에 올랐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권 후보자가 아파트를 매각하면서 매각 대금으로 공시지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신고하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권 후보자는 “아파트를 매매하고 공인계약서를 실거래가가 아닌 기준가격으로 작성해서 취득세와 등록세를 납부했다”며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갖가지 의혹 도마 올라 “자질·도덕성 문제” 
“직무 수행에 무리가 없다” 판단 보고서 채택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권 후보자가 1980년 6월 징병검사에서 입영 대상자로 분류됐는데 5개월 후 갑자기 보충역으로 바뀌었다”며 현역 근무를 기피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권 후보자는 이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그는 “1980년에 신체검사를 받을 때 근시와 고도난시 때문에 ‘3급을’을 받았다”며 “당시 대학 재학 중이면 징병등급을 한 급 높였기 때문에 2급이 돼서 현역병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권 후보자는 “현역으로서 법무장교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병역청으로부터 통지서를 받아보니 보충역으로 바뀌어서 놀랐다”며 “이후 병무청에 가서 장교로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당시 병무청에서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공군으로부터 보충역 입영통지서가 와서 다음날 바로 입대했다”며 “법무장교로 입대하지 못해서 개인적으로는 법조 경력에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사과하면 그만?
늘 같은 시나리오
 
박사 학위 취득에 대한 공방도 오갔다. 정호준 의원은 “판사의 과도한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현직에 있는 동안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며 “정상적인 대학원 공부가 가능했는지 어떻게 논문을 쓸 수 있었는지 등이 의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서울대 박사과정에 입학한 것은 1996년이고 논문을 받은 것은 2002년”이라며 “주로 세미나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그때 연구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01년 인천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할 때 논문 작성과 재충전 등을 위해 연수 휴직을 내고 1년간 미국으로 유학갔다”며 “그 기간 동안 집중해서 논문을 썼다”고 답변했다.
 
전순옥 새정치연합 의원은 “권 후보자가 1988년 서초구 삼풍아파트 1채를 주거목적으로 분양받고 이를 임대해 그 전세자금으로 경기도 용인의 임야와 화성시 임야 및 토지를 매입해 어마어마한 시세차익을 올렸다”면서 “놀라운 부동산투기 실력”이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은 최근 서울고법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를 ‘종북주사파’라고 지칭한 보수논객 변희재씨의 명예훼손 책임과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을 거론하며 “법원이 북한 입장을 두둔하고 주장을 ‘스피커’처럼 얘기하는 건 종북이 아니라면서 변씨에게 손해배상을 물도록 했는데 그것이 과연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결인가”라고 따졌다. 
 
김진태 의원도 “정부는 당(통합진보당) 자체를 해산하라는데 개인이 그 당 대표를 종북이라고 하면 안 되나. 어떻게 무서워서 말을 하겠는가”라며 “이렇게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을 하고도 국민 신뢰를 받겠다고 하면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한성 의원은 또 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내란음모 혐의를 무죄로 인정한 것을 지적하며 “130명가량의 사람들이 비밀집회에서 군사시설 타격논의를 했는데 법원은 이를 선동에 대한 공모로만 판단했다. 대단히 억지 논리”라고 주장했다.
 
50대 남·서울법대·법관…매번 같은 코스
대법관 출신 획일화…문제는 서열중심 추천
 
권 후보자는 특위위원장인 양승조 의원이 국가보안법 개정 또는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아직 군사적 대립과 긴장이 높은 만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예방 차원에서 어느 정도 존재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필요한 때에만 엄정히 적용해 나가는 게 법원이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관한 여야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엘리트 코스
예정된 라인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권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희생자와 유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별법의 권한과 구성에 대해 사회에서 극심한 의견 대립과 여야 간 토론이 있는데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훌륭한 입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 후보자의 경우 사시합격 기수는 22회로 지난 2월 임명된 조희대 대법관(23기)보다 높지만, 연수원 기수는 14회로 오히려 1기수 낮다. 참여연대는 “서열중심의 추천과 후보자 제청을 벗어나지 못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와 대법원장의 책임이 크다”면서 “대법관 후보자는 대법관으로서의 자질과 사회적 요구와 흐름에 가장 부응하는 인물인지를 중심으로 제청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가 대법관에 취임하게 되면 신영철·이인복 대법관을 더해 대전고 출신 현직 대법관은 3명으로 늘어난다. 양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가운데 서울대 법대 출신은 12명으로 여전히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남성 대법관수도 12명으로 마찬가지다.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제청된 권 후보자는 충남 논산 출신으로 대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를 거쳐 1985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했다. 권 후보자는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순탄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는 치밀한 재판준비와 해박한 법리를 토대로 합리적인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특히 출중한 법률지식을 인정받아 3년 동안 대법원에서 선임연구관과 수석재판연구관을 역임하며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복잡한 법률문제가 얽혀 있는 중요사건들에 관한 재판연구업무를 수행해 비법관 재판연구관 제도를 정착시켰다. 또한 재판연구관 제도 및 업무 개선에 힘쓰며 대법원의 판례이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재직하면서는 사법정책연구원 설립을 주도했다. 또 법원공무원을 증원하는 등 법원공무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권 후보자는 엉덩이가 무겁기로도 유명하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증권투자 권유자 책임론’을 썼고 공법과 민사법, 비교법 분야의 각종 주요 쟁점들에 대한 논문 30여편을 저술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로스쿨 과정을 이수하고 미국 연방사법센터 및 국립주법원센터에 파견근무를 다녀오기도 했다. 일선 판사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행정재판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면서 항생제 처방률이 높은 병원들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하는 등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용직 인부와 대학교 시간강사에 대해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 등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 보호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학교용지부담금과 관련한 특례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위헌결정을 이끌어냈고, 임용고사에서 사범대 출신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를 무효 판결하기도 했다.

‘공부하는 법관’
약자 배려하기도
 
권 후보자는 재판업무뿐만 아니라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 조사심의관, 기획조정실장 등을 두루 거치며 행정 업무에서도 출중한 능력을 나타냈다. 특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의 개혁안에 대해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탁월한 조정능력을 발휘함으로써 단계적 법조일원화와 로클럭 제도 도입, 대법관추천위원회 신설 등이 포함된 개선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소탈하고 항상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후배 법관과 직원들의 귀감이 되고, 따뜻한 성격과 절제된 행동으로 주변 선·후배 동료로부터 존경을 받는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양 대법원장은 제청 과정에서 전문적 법률지식,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력,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에 대한 의지, 국민과 소통하며 봉사하는 자세, 인품과 경륜, 도덕성과 청렴성 등에 관한 철저한 심사평가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국민이 바라는 대법원의 바람직한 모습을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모색했다는 것.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khlee@ilyosisa.co.kr>
 

[권순일은?]
 
▲ 충남 논산
▲ 대전고 졸업
▲ 서울대 법대
▲ 제22회 사법고시 합격
▲ 서울형사지법·서울고법·서울가정법원 판사
▲ 대구지법·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 대전지법·대전고법 수석부장판사
▲ 대법원 선임재판 연구관
▲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 법원행정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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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