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음란행위 파문

공들인 대형수사…바바리 지검장이 망쳤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현직 검사장이 야외에서 음란행위를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의 주인공은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검경 갈등의 한가운데 서 있던 인물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초유의 사건으로 검찰 위상에 변화가 감지된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성추문'으로 검찰의 도덕성은 나락에 떨어졌다. 한 순간, 나라님에서 잡범으로 전락한 김 전 지검장. 김수창발 '성풍(性風)'이 검찰을 흔들고 있다.

지난 21일 바리케이드가 쳐진 국회 안으로 검찰 수사관들이 몰려들었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 5명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였다. 검찰이 의원 5명을 체포하려고 국회 의원회관에 진입한 건 초유의 일이다.

하루건너
초유의 사건

다음날 검찰은 헌정사상 다시 없을 망신을 당했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노상 음란행위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검찰 역사에 오욕을 새긴 김 전 지검장의 혐의 사실은 그가 폄하했던 경찰의 입으로 발표됐다.

서울 출신인 김 전 지검장은 연세대 법대를 졸업했고, 1990년 사법연수원 19기를 수료했다. 1993년부터 검사로 재직한 그는 창원지검과 법무부 검찰국을 거쳐 헌법재판소 파견근무를 했다. 이후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장을 역임한 김 전 지검장은 요직인 대검 감찰1과장에 이어 검사장으로 승진, 같은 해 '검찰의 별'인 지검장(제주)에까지 임명됐다.

당시 검찰은 김 전 지검장에 대해 "매사에 진지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 검찰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검사 생활 동안 큰 실수 없이 맡은 일을 처리해 평판이 좋았던 것으로 안다"며 "술도 잘 못하는 데다 낯을 많이 가려 향응을 제공받는 등의 비리와도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김 전 지검장이 노상에서 음란행위를 한 현행범으로 체포되자 검찰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언론은 '물 만난 고기'처럼 김 전 지검장을 물고 뜯었다. 그럴수록 검찰의 위신은 추락했다.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지검장이 소지품으로 갖고 있던 '베이비로션'이 화제가 되는 등 세간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검찰이다.

툭하면 터지는
검찰발 성추문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3일 오전 12시8분께 제주시 중앙로에 있는 한 분식점 앞을 지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한 여고생은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바지 지퍼를 내리는 등 음란행위를 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문제의 '티셔츠남'은 현장 주변에 있던 김 전 지검장으로 특정됐다.

경찰 조사에서 김 전 지검장은 공연음란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동생의 이름을 댔다가 지문조회 결과 불일치 판정이 나오자, 그제야 본명을 말해 의심을 샀다.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한 17일 김 전 지검장은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황당한 봉변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울러 "경찰이 말도 안 되는 범죄사실로 검찰을 조사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라며 "진실을 밝혀 달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다음날 김 전 지검장은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가 접수되면 감찰 및 징계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법무부는 즉각 사표를 수리했다. 청와대는 반려 없이 재가해 논란을 키웠다. 검찰 내부에서조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야외서 지퍼 열고 툭툭…현행범 체포
검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수뇌부 사건


지난 20일 임은정 창원지검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사표 수리에 대한 해명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임 검사는 "공연음란은 원칙적으로 기소를 하게 되는 사건인데 (중략) 법무부는 공연음란이 경징계 사안이라거나 업무상 비위가 아니어서 사표를 수리했다는 입장인 것 같아 참혹하기까지 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임 검사는 검찰공무원이 성(性)풍속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해임 또는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도록 한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처리 지침'을 근거로 "당당한 검찰입니까. 뻔뻔한 검찰입니까. (중략) 검찰 구성원들이 더 무참해지지 않도록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대검은 사건이 불거진 직후 감찰팀을 제주도로 급파했다가 하루 만에 철수시켰다. 경찰 수사에 따라 감찰 착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가 이를 뒤집으면서 김 전 지검장이 변호사로 활동하는 데는 제약이 없게 됐다. 한때 그의 직속상관이었던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경우와 유사하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 2010년 인천지검 차장검사로 재직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인천지검장은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낙마한 김 전 차관이었다. 김 전 지검장은 같은 해 유명 걸그룹 멤버가 연루된 마약 밀수사건을 지휘했다. 당시 해당 연예인은 국내 반입이 금지된 암페타민을 밀수입하다 적발됐지만 인천지검은 이례적으로 입건유예라는 가벼운 처분을 내렸다. 이를 두고 <세계일보>는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의 사건을 전결 처리한 검사가 바로 김 전 지검장이다. 여기서 전결 처리란 지검장의 결재 권한을 담당 검사가 대신 행사함을 뜻한다. 이후 김 전 차관은 희대의 성접대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차관 내정 열흘도 못가 옷을 벗었다. 최근 김 전 차관은 피해여성으로부터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공모해 성접대 동영상을 촬영한 혐의 등으로 피소됐다. 그리고 김 전 지검장은 엽기적인 음란행위가 적발돼 선배의 전철을 밟고 있다.

경찰과 갈등
정치권 싸늘

성추문은 검찰의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지난 2010년 이른바 '스폰서 사건'으로 검사가 연루된 성추문이 고개를 든 후 매년 한 건씩 낯부끄러운 '일탈'이 반복되고 있다.

2011년에는 한 여검사가 변호사인 내연남에게 벤츠 승용차와 샤넬 핸드백을 선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유명한 '벤츠 여검사 사건'이다.

2012년에는 로스쿨 출신인 전모 검사가 사건 피의자인 여성과 육체관계를 맺고, 집무실 등에서 유사 성행위를 한 사실이 발각됐다. 이는 '검사 성추문 사건'으로 기록됐다.

2013년에는 '별장 성접대 사건'의 여파가 정국을 강타했다. 여기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까지 불거지며 검찰은 가장 시끄러운 한 해를 보냈다. 채 전 총장은 법무부 감찰을 앞두고 쫓기듯 청사를 떠났다.

올해에는 소위 '해결사 검사 사건'으로 성추문이 재현됐다. 전모 당시 검사는 마약 사건 피의자로 만난 연예인 에이미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다가 결국 법정에 섰다. 법무부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전 전 검사의 해임을 결정했다.

여기에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음란행위 사건이 겹치며, 검찰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특히 조직 내부의 사기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주지검 한 관계자는 김 전 지검장의 사표수리 직후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 의혹과 면직 처분으로 내부 분위기가 안 좋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검찰은 경찰의 입을 통해 혐의사실이 생중계되는 굴욕을 맛봤다.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김 전 지검장과 경찰의 오랜 악연이다.

김 전 지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던 시기 금품수뢰 의혹이 불거진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부장검사)를 구속했다.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은 '10억 수뢰검사' 사건의 특임검사로 김 전 지검장을 지명했는데 특임검사제는 '스폰서 검사' 사건을 계기로 검사 비리를 검찰이 자체 수사하도록 고안된 제도였다.

문제는 관련한 수사를 경찰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것에 있었다. 앞서 몇몇 검사의 비위 첩보를 입수했던 경찰은 '검찰이 제 식구를 챙기려고 수사를 빼앗아갔다'며 반발했다. 때문에 경찰은 검찰보다 먼저 김 부장검사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구속영장 청구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지휘권을 가진 검찰이 선수를 치면서 분을 삼켜야 했다.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지검장은 경찰을 깎아내리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검찰을 의사, 경찰을 간호사에 빗대 "수술을 간호사에게 맡기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또 "검사가 경찰보다 수사를 더 잘하고 법률적 판단이 낫기 때문에 수사지휘를 하는 것"이라고 뭉갰다. 이에 경찰은 물론이고 간호사 협회까지 김 전 지검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소란이 일었다.

잇단 성추문 망신 불신·분노 자초
"니들이나 잘하세요…뭘해도 욕먹을 판"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만약 경찰과 사이가 좋았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며 "제주지검장 부임 후에도 현지 경찰과 관계가 소원해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을 지낸 때에도 모 검사가 경찰관에게 직권남용 등으로 고소당하자 사건을 지휘하면서 일선 경찰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불씨가 될 조짐이다.

경찰대 2기인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임기 내에 수사권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강 청장은 "(외국의 경우처럼)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수사권 조정에 의지를 드러냈다. 여야는 청문회 직후 이례적으로 '합의'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비슷한 시각 검찰은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

이날 여야 의원 5명은 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결과는 3명 구속, 2명 기각. 영장이 청구된 여당의원 2명은 모두 구속됐고, 야당의원 중에선 단 1명만 혐의가 일부 인정됐다.

철도부품 업체 AVT사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과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의 입법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 의원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은 같은 날 밤 11시5분께 발부됐다.

이들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윤강열 부장판사는 "소명되는 범죄혐의가 중대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또 해운업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영장이 발부된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은 구속 후 인천구치소에 수감됐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신학용 의원에 대해선 청구된 영장이 기각됐다. 윤 부장판사는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현재까지의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여부 및 법리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무리한 수사
방패가 없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정치권을 상대로 한 로비 수사에서 2명이나 영장이 기각돼 체면을 구겼다. 검찰 안팎에서는 "여야 동수로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려다보니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위 5명과 함께 AVT사로부터 5500만원의 대가성 금품을 수수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일단 집으로 돌아간 두 신 의원에 대해서도 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계획이다. 하지만 김 전 지검장 사건으로 쏠린 탐탁찮은 시선이 부담이다. 정치권을 건드려 '출구전략'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되는 중이다.

관가 안팎의 시선도 싸늘하다. 그간 검찰은 전방위 '관피아 수사'로 각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의 원성을 샀다. '공공의 적'이 돼버린 그들을 비호할 세력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김수창발 '성풍'까지 더해져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검찰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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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