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없는 CJ그룹 위기론 막전막후

‘수장 부재’ 재계 15위 기업이 흔들린다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회장님 없는 상황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CJ그룹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룹 주요계열사의 지난 2분기 실적은 적자를 기록하거나 이익이 크게 감소했고, 미래 비전이나 신사업 추진이 올스톱 된 상황이다.

이재현 CJ그룹에 대한 '징역 4년, 벌금 260억원'이라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이 내려진지 6개월이 지난 8월14일,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렸다. 환자복 차림의 이 회장은 휠체어에 앉아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 그룹 임원들과 함께 10여분 일찍 공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건강도 잃고
명예도 잃고

지난 1년간 이 회장은 너무나도 나약해져 있었다. 지난해 5월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에 따라 재벌기업에 대대적인 칼바람이 몰아쳤고 CJ그룹도 타깃이 됐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중·후분 조성한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조세포탈·횡령·배임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수감됐다. 이 회장은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8월 신장이식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신청,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받은 이 회장은 법원이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지난 4월 서울구치소로 복귀했다. 이후 다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이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변호인은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치의 의견에 따라 지난 22일 만료된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다시 신청했다.

이날 공판장에 나타난 이 회장의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지만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은 그의 상태를 대변했다. 환자복 아래로 드러난 하체 종아리는 뼈만 남아 있는 앙상함 그 자체였다. 60kg이 넘던 몸무게는 수술 후 50kg 안팎으로 줄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부인 김희재 여사로부터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나빠져 구치소와 병원을 오가며 치료와 재판을 병행해 왔다. 이 회장은 희귀유전병(CMT)과 말기신부전증, 고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회장 수감 사이 그룹 날개 없는 추락
미래 비전·신사업 추진 전면 올스톱

이 회장이 앓고 있는 유전병은 '샤르코-마리-투스병'이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손발의 근육이 점점 약해져 심하면 걷지도 못하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지난해 이 회장이 검찰 출석을 할 때 구부정하게 걷거나 특수신발 등 보조기구를 이용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 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MT의 근본치료법은 없다.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뿐이다. 심해지면 근육 변형을 교정하는 수술을 한다. 인구 10만명당 36명 꼴로 발생하며 50대를 넘어서 급격히 악화된다.

만성신부전증도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이 회장의 신장 기능은 정상인보다 기능이 10% 이하로 감소한 상태. 그는 신장 이식 수술 후 고용량 면역 억제 치료를 받고 있어 감염 위험이 높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또 94년 처음 고혈압을 확인하고 97년에는 뇌경색이 발생해 뇌졸중 판정을 받은 후 약물치료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상 이식 수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는 이 회장의 유전병을 악화시켰고 이날 재판에 참석해기 위해서도 이 회장은 면역제와 신경안정제를 투여 받았다. CMT병은 루게릭병의 일종으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면 무릎과 팔꿈치부터 신경과 근육이 퇴화되는 병으로 손발을 못 쓰게 돼 결국 앉은뱅이가 된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이 회장이 이식받은 신장의 수명은 10년 정도인데 거부반응으로 인해 수명은 더 단축됐을 것"이라며 "이 회장은 사실상 10년 미만의 시한부 생을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회장님 아프니
그룹도 아프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제 불찰이며,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책임지겠습니다"라며 "살고 싶습니다. 살아서 제가 시작한 문화 사업을 포함한 CJ의 미완성 사업들을 반드시 세계적인 글로벌 생활 문화 기업으로 완성시키려 합니다. 이것이 길지 않은 저의 짧은 여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앞서 재판부에 자필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최후진술이 끝나자 이 회장의 부인 김희재 여사와 CJ그룹 임직원들 일부는 눈물을 글썽였다. 재판 종료 후에는 이 회장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의 지시를 받아 해외 비자금 조성 업무를 총괄한 혐의를 받고 있는 CJ 홍콩법인장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에게는 징역 4년에 벌금 1100억원이, 범행에 가담한 성용준 CJ제일제당 부사장, 배형찬 전 CJ재팬 대표, 하대중 전 CJ 대표에게는 각각 징역 3년 등이 구형됐다.

검찰은 "회사를 투명하고 건전하게 운영해야 할 이 회장이 세금을 포탈하고 회삿돈을 횡령한 만큼 엄히 벌해야 한다"며 구형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또 "CJ가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으로 한국의 문화를 수출하고 경제에 기여한 바는 크지만 대한민국이 없으면 CJ도 없고, 대한민국의 존립 근거는 국내에 납부하는 세금에 있다"며 "최근 인기를 끈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이 '아직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다'고 말하며 왜구를 물리치러 나갔던 것처럼 물질보다는 건전한 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 회장의 변호인은 이번 항소심의 핵심 쟁점이던 603억원의 부외자금 횡령 혐의와 관련해 거듭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비자금 조성 자체로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고 사적 용도로 썼을 때만 횡령죄가 된다"며 "이 사건 비자금은 모두 지원의 격려금 등 공적 용도로 사용한 만큼 이를 횡령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부외자금 사용처에 대해 아무런 입증을 못했다"며 "원심은 검찰 주장에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채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됐는지 전혀 심리하지 않고 유죄를 선고해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또 "포탈 세액을 모두 납부했고 부외자금 횡령 부분은 유무죄를 다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액 변제했다"며 "이 사건과 관련된 피해액을 모두 변제했고 경영권 확보를 위해 부득이하게 차명주식 거래를 했덤 점, 이 회장이 신장이식 수술 후 사실상 10년 미만의 시한부 인생을 사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회장 측은 1심에서 포탈 세액을 전액 변제한데 이어 부외자금 횡령액 603억원에 대해서도 모두 변제했다. 서울형사고법은 다음달 4일 항소심 선고를 내린다.

1년 새 급격하게 악화된 이 회장의 모습은 CJ그룹의 현 상황과 투영된다. 비슷한 시기 검찰 수사를 받은 최태원의 SK그룹과 김승연의 한화그룹은 비교적 오너리스크가 덜했지만 그룹 전체가 '1인 독주 체제'로 이뤄진 CJ그룹의 사정은 달랐다. CJ그룹은 이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6명이 4개 상장계열사 주식을 1조6000억원 가량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98%를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어 1인 경영체제가 확고하다.

이 회장의 경영공백은 고스란히 CJ의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28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목표인 30조원 달성에 실패했다. 영업이익 목표치는 1조6000억원이었으나 70%(1조1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그룹에 대한 투자도 줄었다. CJ그룹은 2010년(1조3200억원), 2011년(1조7000억원), 2012년(2조9000억원) 등 해마다 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특히 2012년에는 문화 사업 글로벌 진출 확대 의지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20%를 초과한 투자를 했다. 하지만 지난해 투자금액은 계획대비 20% 줄어든 2조6000억원에 머물렀다. 올해는 그보다 20% 더 줄어든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3.9% 감소했다. 상반기 실적도 전년 대비 제자리 걸음을 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3조5635억원으로 0.1% 소폭 줄었다.


영업이익은 1857억원으로 2.1% 감소했다. CJ제일제당 생물자원사업부문은 베트남과 중국 업체를 대상으로 인수·합병(M&A)를 추진했지만 최종 인수 전 단계에서 중단됐다.

CJ푸드빌도 실적 악화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드 DWJDQB 구제 영향으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린 탓이다. 지난해 매출은 10.8% 향상된 9478억원을 기록했지만 124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지난 5년간 손실만 239억원에 달한다.

자회사 중 지난해 수익을 거둔 곳은 CJ엔씨티와 미국법인 뚜레쥬르 인터내셔널이 유일하다. CJ베이징베이커리는 98억원의 적자를, CJ베이커리베트남은 57억원의 적자를, CJ푸드빌USA는 55억원의 적자를 냈다.

'1인 독주체제'
마땅한 대안 없다

대대적인 브랜드 철수도 이어졌다. 씨푸드오션, 피셔스마켓 브랜드가 폐점했고 루고커리는 본사 푸드월드점을 제외하고 모든 점포를 정리 중이다. 비비고 1호점인 광화문점도 다른 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식자재유통·급식기업인 CJ프레시웨이도 지난해 외식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아 영업이익이 대폭 악화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84억9800만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68.1% 감소했으며 같은기간 매출액은 1조8769억원으로 0.2% 증가했지만 당기순손실은 141억80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CJ프레시웨이와 CJ CGV, CJ대한통운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68.1%, 6.7%, 55.1%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월 충청지역에 물류 터미널 거점 마련을 위해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의사 결정이 미뤄지면서 계획 추진이 보류됐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미국과 인도 물류업체 인수를 추진하다 협상단계에서 계획을 미룬 바 있다.

CJ CGV의 해외 극장사업 투자 역시 지연되고 있으며 CJ오쇼핑의 해외 M&A를 통한 사업 확대 계획도 거듭 연기되고 있다.

징역 5년에 벌금 1100억원 구형
"살고 싶다" 재판부에 선처호소

CJ그룹이 야심차게 기획하고 시작한 인천 굴업도 관광단지내 골프장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됐다. 2009년 인천 서해 굴업도에 골프장과 관광호텔, 콘도미니엄 등이 포함된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을 추진 중이었다.

총 예상 투자비는 3500억원으로 CJ 측은 연간 20만명의 관광객, 56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 2만여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골프장 건설로 인한 환경 훼손을 우려한 환경단체의 반대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CJ그룹 측은 "골프장을 포기하는 대신 환경친화적인 대안시설을 도입해 관광단지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핵심 수익시설인 골프장 건설이 무산되면서 사실상 관광단지 개발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는게 재계의 분석이다.

'한국판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관심을 모았던 동부산관광단지 영상테마파크 사업도 포기했다. 2500억원이 들어가는 건설 투자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지 내 상업시설을 아울렛 사업자에게 임대하려고 했지만 부산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불거지면서 결국 협약을 해지하고 철수한 것이다.

경기도 광주시에 착공 예정이던 수도원택배허브터미널 사업은 무기한 연기했다. 공사비 1500억원, 총 3000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으로 하루 130만 상자를 처리해 '수도권 하루 2배송'을 실현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아직 어린 자녀
승계 시기상조

마땅한 대책도 없다. 올해 초부터 이 회장의 삼촌인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필두로 '그룹경영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여전히 CJ그룹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나아지고 있지 않다. 마땅한 '포스트 이재현'도 없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거론되기는 하지만 그간 CJ E&M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관련 분야만 이끌어온 이 부회장은 부적절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장녀 경후씨와 장남 선호씨 등 이재현 2세가 있긴 하지만 둘 다 20대로 어린데다가 각각 2011년 2013년 그룹에 발을 들이는 등 아직 승계는 시기상조라는 시선이 많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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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