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33탄] 롯데라면

신라면과 대적할 ‘킹카’…‘MSG 폭탄’맞나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 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국내 라면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롯데라면’의 돌풍이 거세다. 출시하자마자 단숨에 선두인 ‘신라면’이어 2위 자리를 꿰찬 롯데라면은 내친 김에 ‘제2의 신라면 신화’까지 노리고 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라면시장은 약 1조7000억원 규모다. 이중 농심이 1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사실상 라면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나머지 5000억원 시장을 두고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등 라면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다. 브랜드별로 보면 1986년 처음 나온 ‘신라면’(농심)이 시장점유율 25%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어 ‘안성탕면’(농심), ‘삼양라면’(삼양식품), ‘짜파게티’(농심), ‘너구리’(농심), ‘진라면’(오뚜기) 등의 순이다.

1조7000억 시장에 도전
20년 신라면 아성 깰까

롯데가 20년 넘게 독주하고 있는 신라면의 아성을 깨기 위해 내놓은 야심작이 롯데라면이다. 롯데마트의 집계 결과 롯데라면은 지난달 30일 첫 시판된 이후 지난 15일까지 롯데마트에서 판매량이 8만7500여개를 기록해 삼양라면(7만6500여개)을 제치고 매출 순위 2위에 올랐다. 출시 보름 만에 국내 라면의 원조인 삼양라면을 앞선 것이다. 같은 기간 신라면은 18만9200여개가 팔려 1위를 지켰다.
롯데마트의 올해 롯데라면 판매 목표는 롯데마트 판매량 기준으로 전체 봉지라면 매출의 15%인 월 13만개(5개 묶음)다. 봉지라면 판매 1위인 신라면의 판매량은 월 27만개(33%), 삼양라면은 월 11만4000여개(14%) 가량이다. 롯데마트 측은 “비록 롯데마트에 한정된 수치지만 짧은 기간 라면업계 2위인 삼양라면을 제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연내에 롯데마트 뿐 아니라 전체 라면시장에서 신라면에 이어 2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라면이 이처럼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제품명에 들어간 ‘롯데’란 브랜드의 유명세 덕을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롯데라면은 롯데마트가 지난해 삼양식품과 손잡고 선보인 ‘이맛이라면’에 이어 내놓은 두 번째 자체브랜드(PB) 상품이다. 롯데가 직접 생산하지 않고 한국야쿠르트에 위탁 생산하고 있지만 제품엔 ‘롯데’상표를 부착해 판매하고 있다. 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출시 보름 만에 롯데마트 판매량 삼양라면 제쳐  
‘롯데’브랜드파워로 승부…전 유통 계열사 동원

롯데라면의 강점이 바로 브랜드 파워다. 8200가지에 달하는 롯데마트 PB 상품 중 ‘롯데’란 이름이 들어간 것은 롯데라면이 유일하다. 롯데는 제품명에 ‘롯데’를 내건 만큼 그룹 내 전 유통 계열사들을 동원해 판매에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69개 점포)는 물론 롯데백화점(26개 점포), 롯데슈퍼(170개 점포), 세븐일레븐(2200개 점포) 등 전국 2400여개 오프라인 매장과 롯데닷컴, 롯데홈쇼핑 등 온라인 판매망이 가동 중이다.
나아가 롯데는 이런 광범위한 유통망을 토대로 해외시장까지 공략할 계획이다. 롯데는 당초 롯데마트에서만 이 라면을 팔 계획이었으나 라면사업에 강한 애정을 드러낸 신격호 회장의 특명에 따라 모든 유통 계열사로 판매처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롯데라면 보고서가 올라오자 “기왕 하려면 제대로 하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형제사’인 농심에 선전포고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신격호 회장과 신춘호 농심 회장은 친형제다. 이들 중 신춘호 회장이 1965년 롯데공업(농심의 전신)을 통해 먼저 라면사업을 시작했다. 롯데공업은 1965년부터 1973년까지 원조 롯데라면을 생산했었다. 롯데는 농심이 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그동안 라면을 만들지 않다가 이번에 농심의 옛 제품과 이름이 같은 롯데라면을 들고 라면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는 ‘형제간 라면 전쟁’으로 비춰진 이유다. 두 형제의 라면 대결은 롯데라면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롯데라면의 또 다른 경쟁력은 차별화된 맛이다. 가쓰오부시(0.95%), 표고버섯(3.07%), 무(0.12) 등이 첨가된 롯데라면은 쫄깃한 면발과 쇠고기맛에 해물맛을 가미해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맛이 특징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와 다시마, 소고기를 우려낸 진한 국물맛을 그대로 살렸다”며 “임직원 40여명을 대상으로 4회에 걸쳐 다른 라면과 함께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결과 4회 모두 롯데라면이 최고 점수를 받아 가장 맛이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형제사’롯데 vs 농심
가격·맛 승자 누구?

롯데라면은 타사 제품에 비해 값도 저렴하다. 롯데라면의 판매가격(개당 120g·5개 묶음)은 2850원으로, 신라면(3000원)보다 싸다. 낱개로 따져도 롯데라면(650원)이 신라면(750원)보다 낮게 책정했다. 하지만 롯데라면은 최근 MSG(L-글루탐산나트륨) 첨가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해 논란에 휩싸였다. 위기를 맞은 것이다. 롯데마트는 자칫 롯데라면 성장세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라면의 스프 성분은 정제염, 설탕, 덱스트린, 가쓰오조미과립, 멸치베이스분말, 다시마엑기스분말, 다시마엑기스분말, 무우즙분말, 표고버섯엑기스분말, 해산물분말, 쇠고기조미분말 등 30여가지에 이른다. 문제는 스프에 MSG도 첨가됐다는 점이다. MSG는 음식물의 감칠맛을 내는 데 사용되는 인공화학조미료로,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분류기준상 식품에 사용이 가능한 첨가물이다. 식약청은 별도로 MSG 일일 섭취허용량도 정해놓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MSG가 식품으로서 안전성이 완벽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다. MSG의 유해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1908년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가 발견한 글루탐산나트륨(monosodium glutamate)의 약자인 MSG는 비타민 B6의 결핍을 초래해 무력감, 두통, 발열 등과 심하면 우울증이나 자폐증, 저혈당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MSG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메스꺼움과 무력감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학계 보고도 있다.
MSG 첨가 논란 불거져 ‘곤혹’
성장 발목 잡지 않을까 ‘촉각’

MSG가 많이 들어간 중국음식을 먹고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 ‘중국음식점증후군’으로도 불린다. 특히 유아의 신경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선 MSG를 신생아용 음식에 첨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천식, 고혈압, 울혈성 심부전 환자, 알레르기 환자에게도 섭취 제한을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식품업체들은 제품에 MSG를 아예 넣지 않거나 줄이는 추세다. 농심은 2007년 2월 이후 모든 제품에 MSG를 빼고 천연조미료를 사용하고 있다. 삼양식품과 오뚜기도 수년전부터 ‘MSG 무첨가’라면을 내놓고 있다. 반면 롯데라면을 생산하고 있는 한국야쿠르트의 경우 왕뚜껑, 팔도도시락과 홈플러스 PB 제품인 알뜰라면 등 분말 스프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 MSG를 넣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MSG는 천연조미료와 비교해 원가가 저렴하고 입맛을 당기는 효과가 있다”며 “롯데와 한국야쿠르트가 단기간에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롯데 측은 정부에서 MSG를 허가한 만큼 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식양청이 MSG에 대해 무해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식품 첨가를 허용하고 있다”며 “롯데라면에 MSG가 들어갔다해도 아주 극소량에 불과해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인공 화학조미료 MSG…
무해할수도, 유해할수도”

한국야쿠르트 측은 “MSG 유해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논란일뿐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며 “과학적·의학적 판단이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MSG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두 업체는 다른 식품업체들이 MSG 대신 사용하는 첨가물도 유해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라면업체 대부분 MSG만 사용하지 않고 있을 뿐 각종 향미증진제(화학첨가물)를 넣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A라면은 향미증진제로 이노신산이나트륨과 구아닐산이나트륨 등을 첨가하고 있다. B라면엔 호박산이나트륨 등의 합성첨가물이 성분에 들어있다.

이기우 전 의원은 2007년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MSG인 L-글루타민산나트륨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향미증진제엔 이노신산나트륨이나 구아닐산나트륨 등 다른 인공조미료가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며 “식품업체에서 가공식품에 사용하고 있는 ‘무MSG’등과 같은 표시는 화학조미료 중에서 L-글루타민산나트륨만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인데도 소비자들은 마치 모든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은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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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