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와 죽은 자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
안재환 자살사건의 첫 번째 미스테리는 ‘40억 채무의 진실’이다. 안재환의 죽음에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키는 부분은 사채 사용 여부다. 이 부분에 있어서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정선희 측은 “안재환은 사채를 쓴 후 빚독촉에 시달려왔다”고 말해 두 사람이 사채빚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워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안재환의 측근들은 “안재환은 사업을 벌려도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추진했다. 사채빚이 40억원이라는 사실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클럽·화장품·신발 사업 영화 제작 등 각종 사업 벌여
실제로 안재환의 고교선배 A씨는 “안재환이 사업 실패 등으로 인해 경제난에 시달려왔다. ‘5억만 있으면 재기할 것 같은데 마음대로 안 된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한다면 4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더라고 거액의 빚에 시달린 게 아닌가 추측된다.
안재환은 정선희와 결혼하기 전부터 연예계 활동보다는 사업에 신경을 써왔다. 특히 정선희와 결혼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몰두하며 다방면에 걸쳐 관심을 보였다. 안재환은 연기자 활동을 하면서 2004년 부업으로 퓨전 호프집 ‘삿포로 라이언’을 운영해 사업가로서 재능을 보였다. 여세를 몰아 지인에게 빌린 돈과 은행대출금으로 초기 투자금 18억원을 들여 2005년 5월 서울 삼성동에 ‘클럽 레오노’ 1호점을 오픈했으며 같은 해 겨울 강남역에 2호점을 여는 등 수완을 발휘했다. 현재 1호점은 영업 중이며 2호점은 지난 5월 재건축에 들어간 상태다.
클럽 운영 외에 안재환은 화장품, 의류, 신발 사업, 그리고 영화 제작 등 각종 사업을 벌였다. 특히 지난해 12월 정선희를 모델로 내세운 화장품 브랜드 ‘세네린’(Senerine)을 출시, 홈쇼핑 판매로 성장세를 보였으나 지난 5월 중순 정선희의 촛불 집회 발언 논란을 계기로 화장품 사업에 커다란 차질을 빚었다.
당시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을 벌이면서 화장품 매출이 급감하면서 심각한 자금 압박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0억원 예산의 스포츠 영화 ‘아이싱’(가제) 제작에 손을 댔으나 자금 사정으로 지난 5월에 이미 중단했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화장품 사업과 영화 제작 등이 잇따라 위기에 처하자 안재환은 자금 조달을 위해 여기저기에 빚을 졌으며 사채를 쓰는 강수까지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로 인해 건강을 해쳤고, 각종 설이 나돌았다. 특히 지난 8월 초 케이블 채널 ETN ‘연예뉴스 EnU’ 생방송을 두 차례나 펑크내 MC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사업 부도에 따른 잠적설, 정선희와 불화설, 건강 이상설 등에 휘말렸다.
두 번째 미스테리는 ‘안재환과 정선희가 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느냐’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결혼식을 올리며 만천하에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법적부부가 아닌 사실혼 관계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수사를 담당한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안재환과 정선희는 결혼식을 올리고 산 사실혼 관계이긴 하지만 법적으로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정선희가 안재환의 채무를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 경찰관계자의 말처럼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 사업상의 이유가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안재환은 결혼 전 이미 수억 원대의 빚이 있었고, 정선희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안재환의 측근은 “안재환은 결혼 당시에도 수억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면서 “정선희에게 이 같은 사실을 결혼 전 고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봄부터 안재환이 벌인 사업들이 자금 압박으로 힘들어졌고, 수억원의 빚은 순식간에 수십억으로 불어났다”고 덧붙였다.
40억원 채무의 진실은…40억이다 VS 5억이다
왜 혼인신고 하지 않았나…사업상의 이유 추측
왜 실종신고 하지 않았나…채무 회피 도주자 간주 법적처벌 받을 수도
왜 연고도 없던 하계동 주택가에서 사망했나…치밀한 준비 끝에 자살 모색
세 번째 미스테리는 ‘안재환이 실종된 지 보름이 지나도록 왜 신고를 하지 않았느냐’이다.
이에 대해 정선희 측은 “채무 때문에 실종신고를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정선희 또한 사채 때문에 빚독촉을 받아왔던 터라 이 같은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선희 측은 “공개적으로 실종신고를 낼 경우 안재환이 도주한 것으로 간주돼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안재환이 40억원의 빚을 진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만약 이유 없이 종적이 묘연할 경우 사기죄로 고소될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정선희는 섣불리 실종신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재환이 실종되기 전 여행을 간다고 했기 때문에 가족들은 연락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한 변호사는 “사기죄는 돈을 빌릴 당시 채무 능력의 유무로 판단한다. 갚을 능력도 없는 상황에서 돈을 빌리면 사기죄에 해당될 수 있다. 안재환의 경우 사업의 성패를 미리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명백히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유와 설명 없이 채무자가 사라지는 것은 처음부터 돈을 갚을 의사가 없다는 측면으로 해석돼 사기죄의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안재환·정선희 모두 협박받아 문제 될 만한 행동 할 수 없었다”
안재환은 지난달 21일 정선희와의 마지막 통화를 끝으로 지인들과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측근조차 안재환의 거취를 몰라 섣불리 실종신고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재환과 정선희 모두 협박을 받고 있어서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할 수 없었다. 안재환이 사라지기 전 여행을 간다는 말도 했던 터라 참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네 번째 미스테리는 ‘안재환이 왜 하필 연고도 없던 하계동 주택가를 자살 장소로 택했을까’이다.
안재환은 사망 전 치밀하게 자살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큰 단서가 바로 안재환이 자살 장소로 택한 하계동 주택가. 이 곳은 안재환과 특별한 연고가 없는 곳으로 현장 주변에선 그가 우발적 자살이 아닌, 치밀한 준비 끝에 자살을 모색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증거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8일 안재환의 시신이 발견된 차량에는 연소된 연탄이 놓여있었고 경찰은 이를 근거로 그의 사망을 자살로 추정했다. 9일 오후 고인의 사망사건을 조사중이던 경찰은 다시 한번 현장검증에 나섰고, 그 결과 안재환의 차량이 세워졌던 곳에서 후방 30M쯤 떨어진 도로 인근 야산에 연탄 저장소가 있었던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인근 주민에 따르면 이 연탄 저장고는 동사무소에서 무료로 연탄을 배치하는 창고로 시건장치가 특별히 없기 때문에 연탄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손쉽게 가져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안재환은 사망 전 이곳에서 자살에 사용한 연탄을 손에 넣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안재환이 차를 주차시켜놓은 곳은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이 아닌 장소로 경찰의 단속 또한 피하기 쉬운 곳이다. 즉, 안재환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연탄을 구하기 쉽고 정차시에도 남들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장소였던 것. 또한 안재환의 차량은 짙게 선팅이 되어 있어 외부에서 내부 확인이 쉽지 않다.
안재환 죽기 전 하계동 주택가 자세히 살펴봤을 것으로 추측
수사를 담당한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시신이 부패돼 악취가 나지 않았다면 주민들로부터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며 “안재환이 죽기 전 이곳의 정황을 자세히 살펴봤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수사 관계자는 “안재환의 시신이 발견된 하계동과 정선희의 친정인 중계동이 거리가 가깝다”며 “우발적으로 목숨을 거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