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카지노에서 거액을 잃은 30대 남성이 국가의 대책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자해 소동을 벌였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2시20분쯤 박모(37)씨가 서울 여의도동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흉기로 자신의 왼쪽 손목을 내리치는 소동을 벌여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됐다. 박씨는 손목에 중상을 입고 치료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씨는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문과 유서를 가지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박씨는 2001년부터 강원랜드 출입을 시작해 서서히 도박에 빠져들었다. 그 결과 2003년에는 9억원, 2004년에는 4억원을 잃는 등 최근까지 18억원을 탕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정선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거액을 잃었고 출입 제한도 3~4번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내국인 카지노 사업부문의 영업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소동을 벌이기 전인 지난달 27일 강원지방경찰청으로 “강원랜드 폐쇄를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자해하겠다”는 내용의 경고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첩보를 입수하고 국회 정문과 동문에서 대비했으나 다른 쪽 문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건조물 침입과 흉기 소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여 입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국회 자해 사건으로 도박중독자 증가 실태가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에 따르면 도박중독을 호소하며 상담을 하려는 건수가 2001년 106건에서 지난해 6486건으로 늘어 8년 만에 6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카지노 출입 제한을 요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출입 제한된 사람은 2001년 266명에서 지난해에는 4342명으로 늘었다. 16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 가족이 아닌 본인이 신청한 건수의 비중이 같은 기간 20.6%(55건)에서 75.8%(3290건)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