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파워블로거의 두 얼굴

“띄워주겠다” 뒷돈 받고 상품 홍보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1인 미디어 전성시대다. 이른바 파워블로거가 대세다. 파워블로거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개인 홈페이지 운영자들을 뜻한다. 수많은 방문자들을 몰고 다니는 이들의 평가는 업체를 울고 웃게 만든다. 그렇게 파워블로거는 정말로 파워를 갖게 됐고 ‘슈퍼갑’으로 변질됐다. 공정위는 ‘진상’블로거들을 제거하겠다며 칼을 빼들었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전자상거래의 성장과 맞물려 파워블로거의 영향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전자상거래는 2010년 27조원 규모에서 지난해 약 41조원까지 성장했다. 특히 ‘손안의 시장’ 모바일 전자상거래는 2010년 3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원까지 달했다.

칼 빼들었지만…

이러한 영향력을 이용해 일부 파워블로거들이 업체에 횡포를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파워블로거들은 블로그를 들먹이며 음식이나 물품을 공짜로 제공해달라고 강요하기 일쑤였다. “맛집으로 띄워주겠다”며 무료 음식이나 돈을 요구하는 것은 기본, 망하게 할 수 있다고 협박을 일삼는 블로거도 있었다.

서울 이태원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방송인 홍석천씨는 지난 2011년 포털 사이트 네이버 윙스푼 사이트에서 자신의 음식점 정보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블로거의 은밀한 거래 때문이었다.

홍석천은 자신의 트위터에 “네이버 윙스푼에 게재된 내 가게 소개를 모두 삭제했다”며 “내 가게가 썩 대단하지는 않지만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글을 올렸다. 홍석천 트위터에 따르면 한 블로거가 그에게 월 12만원을 주면 윙스푼에 좋은 댓글을 몇 백 개씩 주기적으로 올려주겠다고 제안했다. 홍석천은 트위터에서 “해당 제안을 거절한 후 내 가게에 악성 댓글이 급증했다”며 “결국 윙스푼 측에 연락해 내 가게에 대한 소개를 삭제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파워블로거들의 횡포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최근 한 음식점 사장도 한 파워블로거 때문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를 통해 파워블로거에 당해 억울했던 일화를 털어놓았다. 파워블로거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음식을 잔뜩 시켰다.

이후 그는 DSLR 카메라를 꺼내 가게 전경과 음식을 찍었다. 음식을 다 먹고 난 후에 블로그를 들먹이며 당연한 듯 공짜를 요구했다. 음식 값이 꽤 많이 나왔지만 식당 사장은 파워블로거라는 말에 식사를 무료로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누군지 알아?”협박 일삼아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모시기

SBS 8시 뉴스에서는 한 대형마트 직원이 한 파워블로거로 인해 10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둔 사례를 다뤘다. 방송에 따르면 최근 한 대형마트에서 특정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5000원짜리 자사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한 직원이 행사 표시를 잘못해 둔 것을 발견한 고객이 이를 문제 삼았다. 마트 직원은 자신이 잘못 기재한 것을 인정하고 결국 고객에게 5000원 상품권을 증정했다. 그런데 이 손님이 갑자기 사진을 찍은 후 “내가 파워블로거다”라며 “방금 찍은 사진은 블로그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 블로거는 하루 방문객 수가 1000명 정도 되는 블로그를 운영 중이었다. 이후 손님은 실제 자신의 블로그에 “직원이 곧바로 사과를 하지 않았다”라며 “화가나서 잠을 못 자겠다”는 내용의 글을 사진과 함께 올렸고 해당 마트는 발칵 뒤집어졌다. 결국 대형마트 직원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직장을 그만뒀다.

역차별을 느낀 소비자들도 있었다. 일부 음식점 사장들이 파워블로거를 챙기기에 바빠 일반 손님은 뒷전이라는 증언이다. 이외에도 짝퉁 제품을 판매하거나 자신이 만든 제품을 원가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판매해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은 파워블로거도 있었다. 지난 2011년 ‘요리블로그’를 운영한 파워블로거 ‘베비로즈’는 2억여원의 판매수수료를 받고 ‘불량 살균세척기’를 판매해 물의를 빚었다.


이렇게 자신의 영향력을 앞세워 권력을 휘두르는 블로거 때문에 ‘파워블로거지’라는 신종 언어가 생겨났다. 파워블로거지는 파워블로거와 거지의 합성어로 블로그의 입소문 영향력을 이용해 각종 제품, 음식점 등의 실질적인 홍보 글을 영리 목적 없는 솔직한 체험기인 척 쓰고 해당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는 블로거들을 비웃는 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파워블로거들은 상품 추천글을 쓸 때 대가성 여부를 밝혀야 한다. 광고주로부터 돈이나 제품 등 대가를 받고 추천 글을 게재할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현금’ ‘무료 제품’ 등의 대가를 받았다고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경제적 대가를 받고 글을 올렸으면서도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직업·새로운 권력
인터넷 슈퍼갑으로 변질

효과가 미미하자 공정위는 최근 다시 칼을 빼들었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블로그 등의 글을 차단하고자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으로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개할 때에는 표준문구에 따라 ‘경제적 대가’ 또는 현금, 상품권, 수수료, 포인트 등 그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표현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상업적 광고임을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블로거가 업체로부터 물품을 받고 글을 올릴 때 “저는 위 상품을 추천(보증, 소개, 홍보 등)하면서 OO업체로부터 경제적 대가(현금, 상품권, 수수료, 포인트, 무료제품 등)을 제공받았습니다" 등과 같이 유료 광고, 대가성 광고임을 밝혀야 한다.

문구도 소비자 눈에 잘 띄도록 게재물의 처음 또는 마지막에 두고, 글자 크기를 본문보다 크게 하거나 색깔을 본문과 다르게 표시해야 한다.

경제적 대가를 받은 사실을 애매모호하게 게재하거나 단순 홍보글로 위장한 경우에도 표준문구를 사용하여 광고성 추천글임을 명확하게 게재토록 했다. 이를 어기면 광고주가 제재를 받게 된다.

포털이 관리해야

하지만 이러한 공정위의 개정안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었다는 지적이다.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개정안이 파워블로거들의 진상 짓을 줄어들게 만들 것이라는 예측은 착각”이라며 “애초에 포털업체가 블로거들에게 ‘파워블로거’, ‘우수블로거’ 등의 지위를 부여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포털업체가 그들에게 권력을 줬기 때문에 블로거들이 상업화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법이나 규제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포털업체는 파워블로그를 이용해 사이트 방문자를 끌어 모을 게 아니라 폐단을 없애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파워블로거 어떻게 되나?

어떤 사람에게 블로그는 직장이요, 직업이다. 파워블로거가 되면 많은 특권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으면서 돈도 벌 수 있다. 추종자들의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파워블로거가 되기를 바란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지만 파워블로거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다. 시중 서점에서는 파워블로거가 되기 위한 블로그 운영비법이 담긴 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선 가장 많이 알려진 방법은 많은 게시물을 올리는 것이다. 글만 올리는 것이 아닌 눈에 띄는 사진을 많이 올려야 한다.

또 실시간 검색을 따라 ‘키워드’를 공략하는 방법이 있다. 무작위로 쪽지를 보내는 방법도 있다. 이른바 편법으로 알려진 것들이다. 이러한 편법이 기승을 부리면서 파워블로거를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블로그 방문자 수를 높이기 위해 다른 블로그의 게시글을 훔쳐오는 식의 저작권법을 어기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사이트는 블로그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파워블로그를 가리는 기준은 점차 흐려지고 있다. <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