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셀프 낙마' 진짜 이유 "뭔가 있다"

세월호 사태 구원투수…화려한 등장 씁쓸한 퇴장 "왜?"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세월호 참사 여파로 위기에 빠진 박근혜정부를 구하기 위해 혜성같이 등장했던 '구원투수' 안대희(59)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엿새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른바 '셀프 낙마'다. 총리 지명 직후 전관예우 의혹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사퇴 발표 5시간 전까지만 해도 "모든 의혹들을 청문회장에서 밝히겠다"며 자신감을 표했던 그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전격 사퇴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안 전 총리후보자의 입장변화에 이런저런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안 전 총리후보자가 사퇴를 결심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총리 지명 엿새 만인 지난달 28일 전격 자진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궁지에 몰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등 공직사회 개혁을 추진할 간판 인사로 야심차게 내세운 '안대희 총리카드'가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셀프 낙마'로 실패한 것이다.

안대희 총리카드
'셀프 낙마' 실패

안 전 총리 후보자는 이날 오후 서울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후보로 지명된 이후 전관예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의혹들로 인해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죄송하다"며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더 이상 총리후보로 남아있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늘 제 버팀목과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주었던 가족들과 저를 믿고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는 것도 너무 버겁다"고 밝혔다. 또 "저를 믿고 총리후보로 지명한 대통령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평범한 한 시민으로 돌아가 조용히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께 가감 없이 진언하겠다"며 책임총리의 적임자임을 자처했던 안 전 후보자가 지명 일주일도 채 버티지 못하고 언론 검증 단계에서 난타를 당하며 무릎을 꿇은 것이다.

실제로 안 전 후보자는 지명 이튿날부터 재산증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한 몸에 받았다. 우선 지난해 7월 '안대희 법률사무소'를 개업하며 불과 5개월 만에 변호사 활동으로 16억원의 막대한 수입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됐다. 변호사가 월 3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린 것은 역대급 전관예우 덕분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평가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달 26일 논평을 통해 "안 후보자가 벌어들인 수임료는 일반 변호사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거액"이라며 "이는 전관예우의 풍조가 만연한 가운데 사법질서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과거의 사례와 비교해 봐도 안 전 후보자의 전관예우는 비교가 불가능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정동기 전 감사원장후보자는 지난 2007년 대검차장에서 물러난 뒤 법무법인에서 일하며 7개월간 7억7000만원을 받은 것이 논란이 돼 내정 12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박근혜정부 초대 국무총리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도 법무법인에서 7개월간 7억원을 받는 전관예우 등을 문제로 지명 닷새 만에 자진사퇴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안 전 후보자도 역대급 전관예우를 받았던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갑작스런 입장변화
다른 약점 있었나?

그러나 사퇴 기자회견 당일까지도 안 전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안 전 후보자는 전날 오후 자신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잘 부탁한다"며 읍소하기도 했다. 심지어 검사 시절 구속 및 기소로 악연을 맺은 일부 의원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사퇴 당일 오전에도 집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면서 각종 의혹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청문회 때 충분히 이야기하겠다. 모두가 다 제가 부족한 탓"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 5시간쯤 전에도 점심식사를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사퇴요구에 대해 "임명동의안이 제출됐는데 무슨 사퇴냐"라고 웃으며 말한 뒤 "표결하면 되지"란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실제로 전관예우 의혹 등에 휩싸이며 여론과 야당의 뭇매를 맞고 있었지만 청문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었다. 청와대가 낙점했고, 여대야소의 현 국회 사정을 감안하면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표결로 갈 경우 통과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법관의 수상한 변호사생활 의혹 확산
드러난 월3억원 '역대급' 전관예우 결국 발목


하지만 갑자기 그가 입장을 바꿔 전격 사퇴를 결심한 것은 전관예우 문제 외에 다른 약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정을 낳게 한다. 무엇보다 안 전 후보자가 전관예우 의혹 등에 휩싸인 이후 그의 가족, 사건 의뢰인들도 후폭풍에 휩싸이며 함께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했던 총리실 한 관계자는 "(야당과 언론에서) 가족들과 의뢰인들을 샅샅이 훑고 다녀 안 전 후보자의 가족과 의뢰인들을 힘들게 해 인간적 고뇌가 컸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관예우 이어
현직예우 의혹

전관예우뿐 아니라 '현직예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던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안 전 후보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국세청 산하기구인 세무조사감독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세무조사감독위원회는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감독하는 곳인데, 안 전 후보자는 세무조사감독위원장을 맡으며 한 기업의 법인세 취소소송 변론을 맡았다.

세무조사를 감독해야 할 인사가 조세사건을 맡아 수임료를 받은 것은 박 대통령이 척결을 외친 '관피아'의 전형적 예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 후보자가 세무조사감독위원장을 맡으면서 법인세 취소 사건을 수임했다면 현직예우를 받은 것"이라며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회는 세무조사의 기본운영에 관한 사안, 조사대상, 선정기준, 방식, 절차 모든 문제에 대해 자문과 심의를 받는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재직하며 법인세 취소 사건 수임을 맡았던 안 후보자는 '슈퍼 관피아'다"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대법관 재임 시절 재산증식에 대한 의혹도 나오고 있었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의원이 안 전 후보자의 소득증빙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그가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2009년 말부터 2011년 말까지 2년 동안 예금은 9507만원 늘어난 반면, 순수입 증가분은 69만원에 불가했다. 약 9450만원의 출처가 불분명한 소득이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 의원은 "안 후보자는 이 기간 총 2억9357만원의 급여(세후 기준)를 받았고 지출액(국세청신고분)은 2억9288만원"이라며 "급여 가운데 69만원을 제외한 모든 돈을 지출한 셈이지만 오히려 예금액에 있어서는 9000만원 이상의 '수상한 증가'가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월급을 거의 생활비로 지출한 셈인데, 예금이 1억원 가까이 늘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안 후보자의 대법관 재직 당시 대법관들에게 지급된 특정업무경비가 연간 4500여만원, 2년간 9000여만원으로 확인됐다"면서 "안 후보자의 출처가 불분명한 소득증가와 특정업무경비 액수가 일치하는 것을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과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낙마사유가 됐던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기부 승부수…'정치적 기부' '기부금 총리' 오명
아들 병역특혜 논란 등 가족검증 부담도 컸던 듯

고액 변호사 수임료에 따른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은 '기부 승부수'가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자는 16억원의 변호사 수입 중 기부금으로 무려 4억7000만원을 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억7000만원 상당의 기부금을 서울대, 건국대에 장학금으로 냈고 은평천사원 등 아동보호시설과 나눔의 집 등 사회복지시설에도 기부했다. 하지만 가장 큰 금액인 3억원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날이자 청와대로부터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 제출 연락을 받았을 시기인 지난달 19일 납부했다. 기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전관예우 논란을 타개하기 위해 변호사로 활동한 10개월 동안 늘어난 재산 가운데 남은 11억원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도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다지기는 늦은 승부수였다는 점에서 '정치적 기부' '기부금 총리'라는 비판을 야기했다.

이처럼 안 전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쌓이고 돌파구로 내놓은 승부수도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서스스로 견디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역풍만 부른
기부 승부수

결국 '국민검사' '대법관' 출신 후보자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안 전 후보자는 셀프 낙마 형식으로 씁쓸히 퇴장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이 '안대희 카드'에 대해 언급한 "법치와 소신의 아이콘"이라는 평가가 일주일도 채 안돼 일그러진 것이다.

이에 대해 그와 악연으로 맺어진 한 중진의원은 "그의 총리 지명이 달갑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각종 의혹제기에 대다수의 총리, 장관후보자들이 버티기로 일관한 것과는 다르게 버티지 않고 총리후보직을 던진 것은 ‘안대희다운'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정부 국무총리 후보 수난사
김용준·안대희, 청문회도 가기 전 '셀프 낙마'

박근혜정부가 집권 2년도 채 안돼 국무총리후보자 2명이 낙마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해 1월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전관예우, 부동산 투기 등 도덕성 논란 속 지명 닷새 만에 '셀프 낙마'한 데 이어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마저 지명 엿새 만에 전관예우 의혹 등에 발목이 잡혀 셀프 낙마한 것이다.

각각 헌법재판소장과 대법관을 지낸 고위 법관 출신 총리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가지도 못하고 언론 검증단계에서 낙마하며 박근혜정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박근혜정부가 지명했다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차관급 이상 고위직 후보자만 8명에 이른다"며 "더 이상의 인사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수첩인사' '밀실인사'의 잘못된 관행을 깨고 투명한 인사검증 시스템에 의한 인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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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