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국회 새 얼굴’ 정의화 신임 국회의장

비주류의 반란…개혁 드라이브 시동 건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새누리당 비주류 5선 중진 정의화 의원이 19대 국회 후반기 2년을 이끌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정 신임 의장이 주류측 새누리당 황우여 전 대표에 압승할 수 있었던 건, 사실상 초선·비주류계의 몰표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기인한다. 첫 의사 출신 국회의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를 이끌 의장단이 지난달 27일 확정됐다. 그리고 29일 본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국회의장에는 5선의 새누리당 정의화(66·부산 중·동구) 의원이 선출됐고, 여당 몫의 국회 부의장에는 4선의 정갑윤(64·울산 중구) 의원이 뽑혔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달 23일 오전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후보자 선출 투표에서 총 투표수 147표 가운데 101표를 획득해 46표에 그친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에 압승을 거뒀다. 국회 본회의 무기명 비밀투표에서는 재석 231표 중 207표를 얻었다. 국회 본회의 무기명 투표에서 과반 찬성으로 선출되는 국회의장은 다수당 의원이 단독 출마하는 것이 관례다. 

101대46 압승
비주류의 반란
 
야당 몫 국회부의장에는 얼마 남지 않은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5선의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63·안양 동안구 갑) 의원이 선출됐다. 이 의원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 중 치러진 경선에서 총 투표수 126표 가운데 과반인 64표를 획득해 46표를 받은 이미경 의원과 16표를 받은 김성곤 의원을 제쳤다. 이로써 19대 국회 후반기 의장단은 정의화 의장, 정갑윤 부의장 체제로 구성될 전망이다.
 

당내 비주류인 정 신임 의장은 옛 친이(친이명박)계를 포함한 비주류 측과 초선 의원들로부터 몰표를 받아 친박(친박근혜) 주류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황 전 대표를 상대로 예상 밖의 압승을 거뒀다. 이 같은 결과는 친박계 표심이 황 전 대표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에선 황 전 대표 2년 체제에 대한 엄중한 평가라고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황 전 대표가 있었던 지난 2년간 집권여당을 책임지고 이끌지 못한 리더십에 대한 당내 비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당초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황 전 대표는 비박계 성향의 정 신임 의장에 비해 친박계로 알려져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지난 4월 초만 해도 당 관계자 대다수가 후반기 국회의장에 대한 질문에 “서 의원이 안 나서면 황 대표가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당 관계자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뚜껑을 열어보니 정 신임 의장의 압승이었다.
 
6·4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당내에서 ‘중진차출론’이 나왔을 때, 황 전 대표는 인천시장 출마 권유를 지속적으로 받았었다. 그러나 황 전 대표는 출마 권유를 끝까지 외면했기에, 이것이 마이너스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연수)에서 내리 5선을 한 황 전 대표에 대한 당 안팎의 기대가 남달라 지속적으로 인천시장 출마요구를 받았지만 그는 끝내 뿌리쳤다.
 
황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그의 출마 거부 이유를 국회의장 도전 때문이란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본선 경쟁력이 가장 큰 황 전 대표의 불출마로 당은 결국 경기도 김포에 지역구를 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을 차출했다.
 
또한 황 전 대표가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했던 것도 쓰라린 패인으로 꼽힌다. 국회법이 개정되면서 ‘폭력국회’는 사라졌지만, 여당이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할 수 없게 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인한 국회 파행이 반복되자 법 통과를 주도했던 황 전 대표에게 ‘원죄’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거세졌다. 특히 온건 성향의 황 전 대표는 최경환 전 원내대표 등 강경파로 분류되는 친박 주류와 곳곳에서 충돌하기도 했다.
 
반대로 정 신임 의장은 18대 후반기 국회부의장 시절 국회선진화법에 줄곧 반대 의견을 고수해왔다. 황 전 대표가 경선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여권 내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신임 의장의 꾸준했던 노력도 역전극의 배경으로 꼽힌다. 황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당직을 맡은 측근 의원들을 활용해 득표전을 벌인 반면 정 의원은 직접 개별 의원들을 접촉한 점이 대량 득표를 이끌었다고 전해진다. 정 신임 의장은 올 초부터 소속 의원 전원을 두세 차례 이상 직접 만나 지원을 부탁했다.


“계파 척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특히 선거 막바지에는 지방선거 지원 차 지역에 내려가 있는 의원들을 찾아 전 지역을 순회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정 의원이 오랜 기간 준비하며 의원들을 여러 번 만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정 의원이 성품도 온화하고 원칙주의자로, 부의장을 하면서 좋은 평을 받았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황 의원이 당내 의원들에게조차 인기를 잃은 반면 정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기자들을 만나 ‘정의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평이 엇갈렸다”고 전했다.
 
정 신임 의장은 후보당선 연설에서 “신경외과 의사로서 뇌혈관 수술과 응급수술을 20여년 이상 해온 사람이라 주저하지 않아야 할 때는 주저하지 않는다”라며 “앞으로 2년간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정치인의 3가지 덕목은 첫째는 열정, 둘째는 책임감, 셋째는 균형 감각이라고 생각한다”며 “올바르게 책임감을 갖고 의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본회의장에서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그는 “국회의장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국회의원이 스스로 선출한 국회의 대표를 존중하지 않으면 어떻게 국민이 국회를 신뢰하고 존경할 수 있겠느냐”며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새 대한민국 건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의장이 되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의전서열 2위 입법부 수장에 올라 
정갑윤·이석현과 19대 후반기 이끌어
 
정 신임 의장은 2008년 큰아들 결혼식 당시 가족 및 친지만 초청해 병원 강당에서 작은 결혼식을 치루기도 했다. 큰 아들 결혼식 비용은 500만원이었다. 정 의원은 한 매체에서 “부모 힘으로 화려하게 출발하는 사람보다 자기 힘으로 노력해서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사람이 박수 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면서 “둘째·셋째 아들도 똑같이 결혼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주변에서는 그를 ‘소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 정 신임 의장이 선출되면서 뜻밖에도 3부요인 전부 PK(부산·경남) 출신이 됐다. 정 신임 의장(부산), 양승태 대법원장(부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부산) 등 대통령을 제외한 국가의전 서열 2∼5위(정부 의전 편람 기준)가 모두 PK 출신들이 된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경남 거제), 황찬현 감사원장(경남 마찬), 김진태 검창총장(경남 사천) 등도 PK 출신이다. 다만 정 신임 의장 선출이 당내 이변으로 받아들여지는 데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됐기 때문에 인사를 전부 현 정부의 의도라고만 보기 힘든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한편, 지난달 27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장단(국회의장 1인, 국회부의장 2인)을 공식 선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증인 채택에 대한 이견으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본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여당 관계자는 “여야가 국정조사 계획서에 증인을 명시하는 문제를 놓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밤샘 줄다리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회 본회의도 무기한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신임 의장은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으로 김영삼 정부 후반기인 1996년 15대 총선에서 물갈이 바람을 타고 부산 중·동구에서 금배지를 달고 19대 국회까지 내리 다섯 차례 당선됐다. 국회 부의장, 국회 재정경제위원장, 당 세종시특별위원장, 원내 수석부총무 등을 역임했으며, 19대 국회 전반기 의장 선거에서 친박 주류인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패했지만, 재수 끝에 의장 후보 자리를 거머쥐었다.
 

정 신임 의장은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될 때 당시 박희태 의장을 대신해 의장석에 앉기도 했다. 당시 김선동 민주노동장(현 통합진보당) 의원이 의장석 앞에서 최투란을 터트렸지만 정 신임 의장은 끝내 비준안을 처리했다.

‘국회선진화법’
꾸준히 반대해
 
정 신임 의장은 전임 이명박 정부 시절 친이계 주류로 분류됐지만, 친박계와도 두루두루 원만한 사이를 유지해 당내 온건파로 불렸으며, 정치권 입문 이후 영·호남 화합, 국민 통합을 최우선하는 ‘화합형 정치’를 추구해와 야당 의원들로부터도 평가가 좋다. 정 신임 의장은 국회의장 대행을 맡고 있던 18대 국회 말기에 여야가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국회 기능이 마비돼 식물국회로 전락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반면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이던 황 의원은 선진화법 성안 과정과 국회통과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만큼 이번 국회의장 후보 선거는 선진화법을 놓고 첨예하게 맞선 중진 의원들의 운명이 엇갈린 무대로 남게 됐다.
 
‘주류’황우여 대표 상대로 경선 압승

친박·친이 아우르는 ‘화합형’평가
 
정 신임 의장은 1948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중소기업을 운영 하는CEO에서 제5대 경남도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002년 울산 중구에서 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입성, 19대 국회까지 내리 5선에 당선됐으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울산시당위원장 등을 거쳐 현재 당 상임전국위원과 한·인도의원친선협회장 등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여당 의원들은 이날 투표에서 국회의장에 비주류를, 부의장에 주류를 선택하는 계파 안배 투표 성향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여당몫 국회 부의장을 맡았으며 국회의장 직무대행을 경험하기도 했다. 정 신임 의장은 19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을 놓고 경합을 벌였으나 비박계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강창희 현 국회의장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정 신임 의장은 과거 친이계 주류 분류됐지만 최근 친박계와도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표밭을 다져왔다. 대야관계에 원만할 뿐만 아니라 당내에서도 평가가 좋은 편이다. 정 신임 의장은 투표 직전 정견발표에서 “저는 친박도 비박도 아니다”며 “이번 경선에서 나타난 계파색은 오늘 끝내야 한다”고 계파 척결을 주장하기도 했다.

친이지만…
친박과도 화합
 
정 신임 의장은 국회의장 후보로 뽑히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26일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단일 법안으로는 최대 규모인 100여 명의 여야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혹자는 ‘이준석(세월호 선장) 방지법’이라는 별칭 때문에 세월호 참사 이후 급조된 ‘반짝 법안’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실상은 준비하는 데만 꼬박 14개월이 걸린 ‘숙성 법안’이다.
 
그는 사람에게 있어 ‘인성’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라고 강조하며 법안을 만든 이유를 들었다. 정 신임 의장은 이 법안을 하루아침에 만들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2월 국회인성교육실천포럼을 구성해 여야 의원 50여 명과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법안을 다듬어 왔다. 법안은 학교 총예산의 일정비율을 인성교육에 쓰도록 정했고 정부와 17개 지자체와 교육청을 인성교육의 주체로 명시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의 문제를 생각하게 만들었다고도 말한 바 있다.
 
<khlee@ilyosisa.co.kr>
 

<정의화 의장은?>
 
▲부산 출생
▲부산고 졸업
▲부산대 의대 졸업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15∼19대 국회의원
▲18대 국회 국회부의장·국회의장직무대행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국회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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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