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재벌기업인 현대가와 MB정부의 방송계 실세로 떠오른 김인규 KBS 사장이 한 가족이 됐다. 지난달 18일 두 집안의 아들·딸이 하객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린 것. 두 거물 집안의 만남인 만큼 이 자리에는 청와대, 한나라당 등의 정계 실세들뿐 아니라 재계 및 언론·스포츠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집안행사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현대가 오너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김인규 KBS 신임사장 아들과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딸 화촉
MB정부 방송실세-현대가 만남에 각계 인사 1천여 명 북새통
지난 2009년 12월18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 주변은 북적이는 인파들로 떠들썩했다. 오후 4시쯤 예정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수많은 하객들이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룬 탓이다. 정동제일교회 주변 일대는 하객을 태운 고급 승용차들이 늘어서면서 한동안 때 아닌 정체를 빚기도 했다.
이들 하객은 사돈을 맺게 된 김인규 KBS 사장과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지인들이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김 사장의 장남 현강(30)씨와 정 회장의 장녀 정이(25)씨였다.
유학 시절 만나 연애
현대해상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5년 전 미국 유학 재학 시절 만나 사귀어 오다 결혼에 이르렀다. 결혼날짜는 양가에 의해 2009년 7월쯤 정해졌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신랑 김씨가 미국의 로펌에서 일하게 됨에 따라 올 1월 이후 미국에서 신혼살림을 차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결혼식에는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범현대가의 오너 일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정 회장의 형인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50여 명이 넘는 현대가 친인척들과 함께 예배당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현정은 회장도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집안 며느리들과 함께 자리했다. 현직 재벌가와 언론사 핵심인사의 만남답게 결혼식에는 수많은 하객들이 참석해 정 회장과 김 사장 내외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예식이 진행되는 예배당 입구에는 축하인사를 건네기 위해 하객들이 길게 줄지어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날 참석한 하객은 정·재계 유명 인사를 비롯해 스포츠 및 언론계 인사 등 1000여 명에 달한다. 정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김대기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이 모습을 보였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나경원 의원, 정병국 의원, 유정현 의원, 이계진 의원 등 한나라당 인사들도 참석했다. 이밖에 민주당 전병헌 의원과 김부겸 의원, 이윤성 국회부의장과 문희상 국회부의장, 박찬숙 전 한나라당 의원, 김재홍 전 민주당 의원, 이종찬 전 국정원장 등이 결혼식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운찬 국무총리, 김형오 국회의장,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은 화환으로 축하를 대신했다.
재계 인사들의 축하 화환도 이어졌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구태회 LS전선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등의 화환이 예배당 입구에 놓여졌다. 재계 대표 인사인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직접 결혼식장을 찾았다. 이밖에 손병두 KBS 이사장,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하금렬 SBS 사장, 구본홍 전 YTN 사장 등 언론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해 김 사장과 축하인사를 나눴다.
뿐만 아니다. 이날 결혼식에는 유명 스포츠계 인사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활약을 보인 박찬호 선수와 한동안 두문불출했던 김병현 선수, 지난해 기아 타이거즈의 우승을 이끈 이종범 선수,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 중인 박진만 등이 참석했다. 같은 해 9월 한화 이글스의 새 수장을 맡은 한대화 감독과 전임 감독인 김인식 고문 등도 자리를 빛냈다.
이처럼 야구 스포츠 스타들이 이번 결혼식을 찾은 것은 정 회장과의 인연이 깊어서다. 정 회장은 재계에서도 소문난 야구광으로 그동안 지극한 야구 사랑을 실천해 왔다. 정 회장은 1997년부터 3년간 대한야구협회 회장을 맡았고 2003년 정몽헌 회장 사망 이후로는 현대 유니콘스의 야구단을 이끄는 등 야구계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이 같은 정 회장의 야구 사랑에 야구계 스타 선수들은 개인 스케줄까지 조정하며 이번 결혼식에 참석해 직접 축하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찬호는 지난해 11월 말 ‘야구꿈나무 장학금 전달식’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치고 사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날 결혼식에는 참석했다.
그동안 미국에서 훈련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병현 선수도 이번 결혼식에 맞춰 귀국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현은 지난해 1월 WBC 대표팀 출정식 및 유니폼 발표회 이후 공개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언론사 사장과 재벌가 만남
한편 재벌가와 언론사 수장의 만남인 이번 결혼을 두고 업계 일각에선 긴장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결혼식이 김 사장의 KBS 취임 직후 올려진 것도 도마에 올랐다. 현대해상은 이번 결혼을 방송가와 재벌가의 만남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현대해상 한 관계자는 “이번 결혼은 이익관계를 떠나 지극히 개인적인 두 사람이 만나 연애 후 결혼한 것뿐이다”라며 “결혼날짜도 지난 7월경 양가에 의해 이미 정해졌던 것으로 안다”고 밝혀 일부의 논란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