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에 빠지다 ❶경기도 안성

흥겨운 우리가락 ‘얼씨구 덩더꿍’ 흥이 절로~

안성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의 주말 상설공연은 우리 전통장단과 기예를 만나고, 멋과 흥을 느낄 수 있어 신명 나는 공연이다. 풍물, 어름(줄타기), 살판(땅재주), 버나(접시돌리기) 등 풍물놀이 여섯 마당과 각종 기예가 여자 꼭두쇠 ‘바우덕이’ 이야기와 함께 펼쳐진다. 태평무전수관 무용단의 토요 상설 공연은 중요무형문화재 태평무를 비롯해 장구춤, 북춤, 향발무 등 우리 전통춤을 볼 수 있어 특별하다.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인의 춤사위와 우리 가락이 어우러진 공연이다. 조선 후기 안성남사당놀이패가 머무른 청룡사와 소설 《임꺽정》의 배경이 된 칠장사는 안성이 품은 천년 고찰이다. 푸른 초원에서 귀여운 가축을 만날 수 있는 안성팜랜드, TV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진 서일농원과 안성허브마을도 들러보자.

 

안성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태평무전수관 무용단
‘공연예술과 여행을 동시에’…봄날에 가볼 만한 곳

우리 민족을 ‘흥의 민족’이라 한다. 고단한 일상에서도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다시 일할 힘을 얻고, 거친 현실을 해학으로 풀어내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다. 꽹과리와 장구, 태평소와 소고 등을 연주하며 상모를 돌리고, 다양한 판굿과 기예를 펼치는 이들이 전국에서 활동하며 지친 백성의 가슴에 흥을 돋웠다. 남사당이라 불리던 이들은 조선 후기 전문 공연 예술가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 연예 집단이라 할 수 있다.

신명나는 판
즐겨보세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수많은 놀이패가 뿔뿔이 흩어졌지만, 안성남사당놀이패는 오늘까지 그 맥이 이어져 주말마다 상설 공연을 펼친다. 안성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 공연이 그것이다. 2003년 시작된 주말 상설 공연은 올해로 12년째를 맞았고, 해외까지 초청될 만큼 이름이 알려졌다. 공연마다 700여 객석이 꽉 찰 정도로 관객의 호응도 뜨겁다. 

 

남사당놀이는 풍물, 버나(접시돌리기), 살판(땅재주), 덧보기(탈놀음), 어름(줄타기) 등 여섯 마당과 10여 가지 세부 기예로 구성된다. 상설 공연은 관객이 좀더 흥미롭게 느낄 수 있도록 스토리를 결합해 남사당놀이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안성남사당놀이패의 여자 꼭두쇠로 전국을 돌며 뛰어난 기예를 선보인 김암덕(바우덕이)의 실제 이야기다.
1865년 경복궁 중건 공사에 끌려온 노역자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공사에 진척이 없자, 흥선대원군은 안성남사당놀이패를 부른다. 나팔 소리와 함께 바우덕이를 앞세운 놀이패가 등장하고 신명 나는 놀이가 펼쳐진다. 아름다운 사당 세 명이 등장해 장구놀이를 하고, 남사당 세 명이 버나를 돌린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어름과 살판의 기예도 이어진다. 덜미(꼭두각시놀음)와 덧보기는 억눌린 백성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며 한바탕 웃음을 선물한다. 안성남사당놀이패의 신명 나는 놀이에 기운을 얻은 백성은 경복궁 중건 공사를 무사히 끝냈고, 바우덕이는 그 공으로 정3품 당상관 벼슬을 받는다.
신명 나는 놀이판과 실제 이야기가 절묘하게 맞물린 공연은 한 시간 반 정도 이어진다. 풍물 소리에 장단 맞추며 우리 민족의 흥과 신명을 느끼고 함께 즐기는 시간이다.

 

안성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이 남사당놀이의 맥을 잇는다면, 태평무전수관 무용단은 태평성대를 노래하는 왕비를 표현한 전통춤 태평무(중요무형문화재 92호)를 전승한다. 우아하면서도 섬세한 손놀림과 절도 있고 흥이 깃든 발동작이 특징인 태평무는 전통 가락과 어우러져 그 멋이 돋보인다. 태평무 보유자 강선영씨가 고향 안성에 태평무전수관을 세우고 후학을 길러 현재 15명이 토요 상설 공연을 선보인다.
태평무를 비롯해 6~7가지 춤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우리 전통춤의 매력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어 특별하다. 춤마다 개성 있는 춤사위와 아름답고 화려한 의상, 도구를 볼 수 있어 눈을 떼기 힘들 정도다. 장단에 맞춰 돌아가는 치맛자락에 보는 이의 마음까지 감긴다.
향발이라는 타악기를 손에 끼고 추는 향발무는 경쾌한 장단과 어우러진 춤이다.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와 장구 소리가 흥겨운 장구춤,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나는 부채춤, 자진모리장단에서 휘모리장단으로 이어지는 북춤도 볼 수 있다. 소고춤은 봄을 만난 소녀들의 몸짓인 듯 사랑스럽다.
춤이라면 발레나 방송 댄스만 아는 아이들에게 전통춤의 멋과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태평무전수관에서 토요 상설 공연을 보고 안성맞춤랜드의 남사당공연장으로 가는 일정을 잡으면 시간이 맞는다.

놀이와 배움 공존
안성 맞춤랜드
 


고려 원종 6년(1265)에 명본국사가 세우고 나옹화상이 중창한 청룡사는 조선 후기에 안성남사당놀이패가 머물며 겨울을 난 곳이다. 고찰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웅전(보물 824호)을 비롯해 청룡사 동종(보물 11-4호), 소조석가여래삼존상(보물 1789호) 등을 볼 수 있다. 청룡사 부도 밭 오른편으로 난 계곡을 따라 몇 걸음 옮기면 안성남사당놀이패의 바우덕이를 기리는 사당이 있다.

 

청룡사와 더불어 안성에 자리한 천년 고찰 칠장사는 신라 선덕여왕 5년(636)에 창건되었다. 혜소국사비(보물 488호)를 비롯해 많은 보물을 간직한 사찰이다. 특히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의 배경이 되기도 했고, 어사 박문수가 기도를 드리고 장원급제한 사찰로 유명하다.

 

칠장사 인근에 자리한 서일농원은 된장과 간장, 고추장이 익어가는 항아리 수백 개가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TV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인 장독대뿐만 아니라 드넓은 과수원을 내려다보며 산책할 공간이 탐방객을 즐겁게 한다. 농원 안에 자리한 식당 ‘솔리’에 가면 항아리에서 익힌 각종 장류와 장아찌를 맛볼 수 있다.

 

안성팜랜드는 넓은 초지에서 귀여운 가축들을 만날 수 있는 놀이 목장이다. 동화 마을 연못, 그림책관 등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간과 가축 모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방목장, 승마 체험장은 아이들에게 인기다. 트랙터에 연결된 마차나 다인승 자전거를 빌려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것도 즐겁다.

 

안성허브마을은 동화 속 통나무집을 연상시키는 펜션과 레스토랑, 허브 온실, 작은 동물원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가족과 함께 돌아보기 좋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 가족 체험 코스 : 안성팜랜드→태평무전수관 무용단 상설 공연→안성맞춤랜드 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 공연
· 문화 유적 탐방 코스 : 칠장사→서일농원→태평무전수관 무용단 상설 공연→안성맞춤랜드 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 공연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안성팜랜드→태평무전수관 무용단 상설 공연→안성허브마을(숙박)
· 둘째 날 : 청룡사→안성맞춤랜드 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 공연→서일농원→칠장사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안성맞춤랜드 www.namsadangnori.or.kr
· 태평무전수관 www.taepyungmu.net
· 안성팜랜드 www.nhasfarmland.com
· 안성허브마을 www.asherbtown.com
· 서일농원 www.seoilfarm.com


문의 전화
· 안성맞춤랜드 031)678-2518
· 태평무전수관 031)676-0141
· 안성팜랜드 031)8053-7979
· 안성허브마을 031)678-6700
· 안성맞춤박물관 031)676-4352
· 서일농원 031)673-3171
· 청룡사 종무소 031)672-9103
· 칠장사 종무소 031)673-0776

대중교통 정보
버스> · 
서울-안성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2회(06:50~21:10)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 안성종합버스터미널에서 15-1번 버스 승차, 남사당공연장 정류장 하차.
·50-1, 50-2, 50-3, 50-7번 버스 승차, 사곡동(태평무전수관) 정류장 하차
* 문의 :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 안성종합버스터미널 1688-1845


자가운전 정보

· 경부고속도로 안성 IC→서동대로 따라 약 13km 진행→가사교차로에서 원삼·남사당전수관 방면 좌회전→보개원삼로 따라 약 2.3km 진행→남사당로 따라 약 400m 진행, 안성맞춤랜드 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 공연장
· 경부고속도로 안성 IC→서동대로 따라 약 10km 진행→당왕사거리에서 용인·고삼 방면 좌회전→안성맞춤대로 따라 약 1.5km 이동→태평무전수관 이정표 보고 우회전→약 400m 진행, 태평무전수관



숙박 정보
· 호텔 수 : 금광면 삼흥로, 031)671-0147, www.hotelsoo.net
· 레이크힐스 안성리조트 : 양성면 양성로, 031)671-2888, http://blog.naver.com/gyun3661
· 안성허브마을 : 삼죽면 국사봉로, 031)678-6700, www.asherbtown.com
· 거먹골한옥펜션 : 금광면 현곡길, 010-2841-1715, http://gmgpension.com


식당 정보
· 안성장터국밥 : 국밥·곰탕, 안성시 안성맞춤대로, 031)674-9494
· 태평관 : 해물탕·갈치조림, 안성시 태평무길, 031)676-3007 www.태평관.kr
· 약산골 : 한정식, 안성시 인지1길, 031)674-1771, www.hanufarm.com
· 솔리(서일농원 내) : 일죽면 금일로, 031)673-3171, www.seoilfarm.com


주변 볼거리
너리굴문화마을, 안성문화마을, 미리내성지, 죽주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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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