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④>2009년 뒤흔든‘신드롬 9’

기쁨보단 눈물이 환희 보단 분노가

2009년 국민들이 열광한 신드롬은 어떤 것일까. 거성들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쏟은 국민들은 모질게 불어닥친 불황 앞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이런 와중에 유행한 신종플루는 ‘죽음의 공포’에까지 떨게 만들었다. 미중년 열풍에 동참하려는 중년남성들의 꽃단장은 길어졌고 고단한 하루의 마감은 막걸리 한 사발이 함께했다. <일요시사>에서는 2009년 한 해를 물들였던 신드롬 9가지를 뽑았다.

정신적 지주였던 거성들의 죽음 잇따라 눈물 마를 날 없어
최악의 불황 닥치면서 불황타파 신 풍속도 여기저기 등장

2009년 대한민국을 흔든 신드롬 중 하나는 정신적 지주였던 거성들의 죽음이 몰고 온 파장이다. 유난히 큰 인물들의 죽음이 많았던 2009년,국민들의 안타까운 눈물도 끊이지 않는 해였다.

1>영웅들의 죽음

그중 하나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국민들의 슬픔과 충격은 더욱 컸다. 때문에 전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는 몇 달 동안 향냄새가 가실 줄을 몰랐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서거 당시 전국에서 추모객들이 찾아와 못다 이룬 그의 꿈과 안타까운 죽음을 기렸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죽음도 여전히 국민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한평생 화해와 사랑을 전한 김 추기경은 지난 2월16일 향년 87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1969년 한국인 최초로 추기경에 서임된 김 추기경은 종교와 세대를 뛰어넘는 ‘어른’으로 존경받았다. 가난한 자와 약한 자, 고통 받는 자들의 편에서 언제나 바른 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김 추기경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은 연일 이어진 조문행렬이 말해줬다. 고인이 된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명동성당으로 달려간 국민들의 수는 무려 40만명. 늦겨울의 추운 날씨 속에서 수 시간을 대기해야 했지만 누구도 불평 없이 김 추기경의 마지막을 눈물로 보냈다. 같은 하늘 아래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줬던 또 하나의 인물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몇 번씩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던 김 전 대통령이었기에 그의 서거는 많은 이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인동초의 삶을 살며 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섰던 김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에서도 이념과 지역을 초월한 슬픔은 가실 줄 몰랐다. 더구나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뜬 지 불과 3개월 만에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을 잃어 국민들의 허망함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깊었다.

2>불황이 부른 슬픈 신드롬

거성들의 죽음이 가슴을 시리게 했다면 돌아온 불황은 몸을 시리게 했다. 외환위기 10년 만에 닥친 불황은 갖가지 신풍속도를 만들었다. 가장 큰 변화는 돈을 쓰는 방식이다. 불황에 잘 팔린다는 제품들이 어김없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것.그중 하나는 야한 속옷이다. 비싼 겉옷보다는 상대적으로 싼 속옷으로 기분전환을 원하는 이들의 손길이 야한 속옷으로 향한 것이다. 또 외출을 자제하고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속옷 매출을 늘리는 요인이기도 했다.

나영이 사건, 마약인구 증가 등 해결 못한 사회문제들
낮에는 신조어, 밤에는 막걸리로 하루 시름 달래기도


미니스커트 열풍 역시 불황방정식과 맞아떨어졌다. 심지어 23cm의 ‘마이크로 미니스커트’까지 등장해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다. 칼바람 속에서도 미니스커트는 여전히 사랑받는 아이템 중 하나다. 도시락 열풍도 불황의 단면을 보여줬다. 학창시절 등교 버스 안에서나 날 법한 김치 냄새가 출근길 지하철에서 풍긴 것도 도시락 열풍이 가져온 현상이다. 먹고 마시고 입는 데 돈을 아껴야 하는 샐러리맨들의 선택이다.

불법 사채업자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악행들도 불황의 그림자로 남았다. 돈이 궁한 이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사채업자들은 이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해 뱃속을 채웠다. 자신들이 정해놓은 고리의 이자를 갚지 않을 때는 상상을 초월하는 행각이 이어졌다. 감금과 협박, 폭행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채무자를 자살로 내몰기도 했다. 특히 여성 채무자들은 성희롱, 성폭행을 당하거나 성매매업소에 팔려가는 등 수치스런 대가가 뒤따랐다.

3>신종플루에 국민들 ‘벌벌’

2009년 4월 멕시코에서 발생한 신종플루 역시 사망자의 등장과 함께 각종 신드롬을 퍼트렸다. 가정에서 직장, 공공장소까지 신종플루가 만든 다양한 신풍속도가 나타나기도 했다. 먼저 따가운 시선이 두려워 공공장소에선 마음 놓고 기침 한번 못하는 각박한 세태가 생겼다. 직장인들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점심시간 메뉴선정부터 회식문화까지 생활 전반의 모습이 바뀌었다.

그런가 하면 될 수 있으면 사람들이 많은 장소는 피하는 분위기로 인해 여행이나 외식업 등 관련 산업이 된서리를 맞기도 했다. 건강염려증이 확산되는 풍조도 생겨났다. 건강식품을 과하게 챙겨 먹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건강염려증의 한 단면이다. 2009년 후반에 들면서 신종플루 공포가 서서히 줄어들었지만 해가 바뀌어도 신종플루가 만든 풍속도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4>어린이 성범죄 현주소

이른바 ‘조두순 사건’으로 촉발된 어린이 성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역시 2009년 대한민국을 우울하게 만든 신드롬 중 하나다. 2008년 12월, 초등학생 나영이를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을 저지른 범인 조두순은 나영이가 평생 겪어야 할 아픔에 비해 너무나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이는 한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져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와 함께 아동성폭력의 심각성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어린 시절 성폭력을 당해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아야 했던 피해자들과 성폭력을 당한 아이들을 바라보며 함께 고통을 나누는 주변인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피해사실을 알리면서 파문은 날로 커졌다. 이에 따라 관련 법규가 제정되는 등 어린이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의식이 진일보한 결과를 얻기도 했다.

5>‘엽기동영상’ 신드롬

‘저런 걸 도대체 왜 찍어서 유포하는 거야?’ 보기만 해도 손사래를 치게 되는 엽기동영상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 것도 2009년이다. 이 동영상들은 대부분 청소년들이 촬영하고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제목도 끔찍한 엽기동영상 중 하나는 ‘여학생 알몸 폭행’이란 동영상. 화면 속에는 옷을 벗은 채 또래 여학생에게 폭행을 당하는 여학생들이 등장한다.

동영상을 찍은 목적은 더욱 흉악했다.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주고 여학생들에게 성매매를 시킬 목적이었던 것. 이밖에도 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을 성희롱하는 장면이 담긴 ‘선생님 꼬시기’, 초등학생들을 때리거나 괴롭히는 장면이 담긴 ‘초딩 낚기’ 등의 제목을 단 동영상들이 등장해 충격을 준 바 있다.

6>백색가루 유혹 ‘마약 열풍’

환각의 세계를 잊지 못하는 이들로 인해 2009년 마약신드롬은 어느 때보다 거셌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연예계 마약파문에 신종마약의 습격까지 백색가루는 어디서나 국민들을 유혹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서울 홍대나 이태원 일대의 클럽은 마약으로 신음한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와 달리 마약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기호식품’쯤으로 전락하면서 죄의식없이 마약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수도 급증했다.

이태원의 한 클럽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요즘 젊은이들은 마약을 접하는 일이나 환각에 빠져드는 것을 대단한 일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해 최근의 마약열풍을 짐작케 했다. 그는 “과거 마약쟁이들이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날 목적으로 마약에 손을 댔다면 지금은 좀 더 신나게 놀고 춤추기 위해 스스럼없이 마약을 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마약인구가 증가하자 정부는 단속과 마약범 색출에 주력하겠다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그 효과가 새해부터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7>미중년 신드롬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인기로 꽃남 열풍에 불이 붙은 가운데 중년층의 반란도 심상치 않았다. 축 처진 뱃살에 근육이라곤 없는 몸, 술과 피로에 찌들어 주름살과 기미로 가득한 얼굴로 대변되던 중년남성들이 외모 가꾸기에 돌입한 것. 외모에 관심이 많은 중년남성들을 일컫는 노무족(No More Uncle의 줄임말)이란 신조어가 생긴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주일에 2~3일은 폭음에 시달리던 중년남성들은 헬스클럽에 가기 위해 과감히 술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내에게 맡긴 채 나 몰라라 했던 패션에도 관심을 가진다. 죽기보다 싫은 게 쇼핑이었지만 옷차림에 신경을 쓴 이후로는 유행하는 스타일을 공부하려 백화점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고스톱을 치거나 증권현황을 알아보는 것이 전부였던 인터넷생활도 바뀌었다. 피부관리법이나 뱃살 줄이는 비법을 찾아보는 데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년남성들의 반란이 일어난 이유 중 하나는 ‘꽃중년’ 연예인의 등장이다. 배 나오고 머리숱 빈약한 남성들로 그려지던 드라마 속 중년남성의 변화는 남성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중년남성도 충분히 여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사회분위기다.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매력적인 외모를 가꾸게 된다는 것. 이로 인해 중년남성들의 성형열풍, 남자 화장품 판매량 급증 등의 현상이 뒤따르기도 했다.


8>막걸리의 귀환

맥주와 와인에 밀려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던 막걸리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번화가마다 막걸리집이 속속 생기는가 하면 콧대 높은 백화점 진열대에도 막걸리 병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최근엔 홍대 클럽에까지 막걸리가 등장하는 등 그 열기가 날로 뜨겁다. 중년들에겐 아련한 추억으로, 젊은이들에겐 촌스러운 술로 기억되던 막걸리가 돌아온 것에는 불황이 자리한다.

싼값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막걸리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기 때문이다. 서양 술에 비해 어울리는 안주도 비교적 싸다. 두부김치, 빈대떡 등 싸고 맛좋은 안주들이 막걸리와 안성맞춤이다. 복고열풍 역시 막걸리의 인기를 불렀다. 즐겁기만 했던 시절을 함께한 술을 마시면서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추억을 더듬으려는 이들에게 막걸리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날로 세련미를 더해가는 막걸리 맛의 변신도 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들쩍지근하고 텁텁했던 막걸리는 수십 년의 개량과정을 거쳐 감칠맛나면서도 깔끔하게 변모했다. 한국인을 넘어 세계인들의 입맛까지 유혹하는 막걸리의 변신은 앞으로도 기대할 만하다.

9>‘신조어’ 열풍

한 해 만들어진 신조어는 그 사회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증거다. 2009년에도 기발한 신조어들이 등장해 울고 웃게 만들었다. 특히 2009년 등장한 신조어에는 새로운 남녀상을 표현하는 단어가 많았다.  먼저 남성을 지칭하는 신조어에는 결혼할 생각 없이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초식남, 김밥에 들어가는 우엉처럼 존재감 없고 비실비실한 우엉남, 근육질 몸매에 마초 같은 행동으로 여심을 유혹하는 짐승남, 잘나가는 ‘부인 남편 친구’를 뜻하는 부친남, 한 오락프로그램에서 키 작은 남성을 비하하는 뜻으로 쓰여 파문이 일었던 ‘루저남’ 등이 있다.

반면 여성을 지칭하는 신조어는 많지 않다. 직장에서는 똑 부러지는 커리어우먼이지만 집에 들어오면 건어물에 맥주를 마시며 외로움에 떠는 건어물녀가 대표적이다. 인터넷에는 더욱 아리송한 신조어들이 넘쳐났다. 주로 한 문장을 세 글자 정도로 줄인 말이 대세를 이뤘다.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줄인 ‘넘사벽’, 닥치고 본방 사수를 줄인 ‘닥본사’, 스크린샷을 줄인 ‘스샷’,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를 줄인 ‘솔까말’, 개인소장을 줄인 ‘갠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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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