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간의 소회와 향후 정국 구상 언급
정세균 민주당 대표에 여야 회담 공개 제안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15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박희태 전 대표가 10월 재보선에 출마하면서 ‘승계 대표’로 당을 이끌게 된 정 대표는 그동안 당에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 장광근 사무총장과의 불화설 등 리더십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당을 운영했다는 것.
정몽준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표직을 맡으면서 많은 것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한 가지라도 제대로 이뤄내겠다는 바람이 있었다”면서 “무엇보다 집권여당이자 원내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먼저 변해야 정치가 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표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칸막이 없는 정치, 문턱이 없는 정치, 화합과 소통의 정치를 하려고 했다”면서 “10·28 재보선에서는 여당 전패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을 소기의 성과로 꼽았다.
기자간담회 곳곳에서 ‘국회’와 ‘정책’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대표는 “한나라당에 들어온 지 이제 2년이 됐다”면서 “한나라당은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정당답게 국민정당, 정책정당의 면모를 갖추어가고 있다. 이념의 폭은 넓지만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다양한 의견들이 용광로처럼 녹아들 수 있기에 많은 국민들에게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요즘 우리 정치를 보면 국회는 안 보이고 정당만 보인다고 한다. 정책은 안 보이고 정쟁만 보인다고 한다. 나는 6선 의원으로서 정치의 중심은 국회여야 한다는 소신을 가져왔다. 이제 여야 국회의원 모두가 우리가 의원선서 할 때 하는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선서의 정신을 되새겨보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극단적인 대결의 방법으로 국회를 권력투쟁의 장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국민의 불신과 경멸을 자초할 뿐”이라며 “여야가 다 함께 공멸의 극한대립이라는 악순환에서 탈피해야 하겠다. 여야가 힘을 합해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세균 민주당 대표에게 여야의 당 대표가 빠른 시일 내에 만나서 정국을 어떻게 풀지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는 국민 여러분의 기대만큼의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한 것 같다”며 “더욱 분발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이날 박희태 전 대표는 자신의 후임자인 정 대표에게 “그동안 정 대표가 여러 난제를 풀고 각고의 노력을 해 당 지지도가 많이 올라갔다”며 “정 대표의 지도력이나 경륜이 국민의 마음속에 녹아내리는 시기였다고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