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교우·호남향우·해병전우회' 힘빠진 ‘3대 조직’…왜?

대한민국 들었다 놨다…지금은 달라졌다

[일요시사=사회팀] 고려대교우회, 호남향우회, 해병대전우회는 결집력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이들의 조직력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뻗어있다.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는 한국의 대표적인 인맥 줄기다. ‘우주에 떨어뜨려 놓아도 잘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 그런데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 새로운 피가 제대로 수혈되지 않아 전통 조직들이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이다.

해병대의 정서 공유는 자타가 공인하는 ‘단결력’이다. 힘든 시기에 함께한 고통이 평생 정서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동네마다 해병대 컨테이너를 찾을 수 있는 이유다. 고대 정서 공유의 특징은 ‘소속감의 편안함’이다. 교우회에 소속돼 있는 것만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고대 출신들의 특성이라는 것. 호남 정서 공유의 특성은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아따 형님∼’ 한 마디면 여러 뉘앙스를 전달하며 남도 특유의 정서 공유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젊은이여 오라”
그래도 안 모여

고려대교우회, 호남향우회, 해병대전우회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거대 조직으로 손꼽힌다. 이 세 조직은 중앙회와 함께 각 지역마다 지회를 두고 있다. 심지어 해외에도 지회가 있어 이들의 결집력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호남 출신, 해병대 전역, 고려대 학사를 모두 가진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 가도 절대 굶어죽지 않는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런데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 새 피가 제대로 수혈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3대 조직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해병대를 전역한 A(25)씨는 전역 후 곧바로 대학에 복학했다. 캠퍼스로 돌아온 그는 자연스럽게 해병대전우회 활동을 시작했다. 해병대 기수가 훨씬 높은 선배들의 참여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학내 행사들로 인해 해병대모임은 잦았고 개인 시간에 영향을 미쳤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광풍과도 같은 스펙 쌓기와는 거리가 먼 행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해병대 선후배 관계가 싫었던 건 아니었지만 불편함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A씨는 졸업 후 지역 전우회에 가입을 해 봉사활동을 할 생각이 없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A씨는 “해병대 빨간 명찰이 인생의 큰 힘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굳이 전우회에 가입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병대 전역자 B(23)씨는 부대에 있을 때부터 해병대전우회에 대한 많은 말을 들었다. ‘전역하면 다시 이등병으로 돌아간다’는 공포의 말이었다. 말장난으로 하는 이등병이 아닌, 계급으로서의 이등병을 뜻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B씨는 전역하자마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씨? 해병대 11XX기 맞죠? 저는 10XX기인데 ○○관으로 6시까지 오세요.” 전역하면 ‘해피콜(?)’이 온다더니, 사실이었다. 그러나 B씨는 대학 해병대전우회에 가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다시 막내 생활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이후 해병대 선배들의 전화를 피하면서 조용히 학교를 다녔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전우회 보다 중요한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앞날 생각에 마음은 급했다. 해병대 자부심은 살아 있지만 선뜩 나서고 싶지는 않았다. B씨는 “스펙 쌓기도 바쁜데 어떻게 전우회 활동을 병행할 수 있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C(31)씨는 호남향우회에 가입하라는 부모님의 요구를 줄곧 받아왔었다. 그러나 C씨는 부모님과 달리 호남에서 자라지 않고 서울에서 자랐다. 직접적인 연고가 없는 것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 향우회 활동을 한다는 게 썩 내키지도, 쉬운 일도 아니었다. 그에게 고향은 서울이었다. C씨는 “서울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고향을 따라 향우회에 가입해야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풍속도는 아주 최근의 일은 아니다.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시대의 자화상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결속력 하면 손가락에 꼽히는 조직이지만 젊은 세대들의 ‘오늘’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끈끈하기로 유명한 고대·호남·해병대에 새 피 수혈이 원활하지 않다. 개인주의적 성향과 경기 불황이 이러한 현실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먹고사느라…”
청년들의 외면

해병대전우회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 각 지역 해병대전우회 회원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가입률이 현저히 낮아진 상황이다. 과거에는 해병대 출신 청년들이 지역 선후배들과 함께 활발한 활동을 했지만, 최근에는 신입회원이 뜸해 아쉬움이 크다고 한다.


대학 해병대전우회는 어느 정도 반강제적인 면이 있어 신입회원 모집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지역 전우회는 강제성이 없어 무작정 회원을 끌어들일 수도 없다. 그래서일까. 현재 지역전우회의 막내가 40∼50대인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해병대전우회 회원의 월 회비는 1만∼2만원 선이다. 전우회 회원이 되면 월례회 참석과 지역에서 실시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다. 교통정리 및 환경정화 활동 등이다. 행사는 주로 주말에 이루어진다.

끝내주는 조직력…결집력 강하기로 유명
한국 사회 인맥 줄기 ‘패밀리’로 꼽혀

해병대전우회 관계자는 “요즘엔 젊은 친구들 찾기가 어렵다”며 “취업하랴, 직장생활하랴, 바빠서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꾸준히 활동하는 건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즉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인 것. 40대부터 70대까지의 회원이 가장 많은 게 현실이다.
 

그래도 여전히 청년들이 활동하는 곳이 있다. 인천연합회는 20∼30대 회원들의 활동이 나름대로 활발한 편이다. 물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지부에 비해서는 새로운 피가 꾸준히 수혈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약해진 모습이라고 한다. 인천연합회의 경우 1990년대 3000여명에 이르던 회비 납부자가 해마다 줄어 지난해에는 500여명에 불과했다고 전해진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개인주의가 겹치면서 나타나는 시대적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결속력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전해진다.

고려대교우회는 매해 6000여명의 졸업생들에게 신규회원 자격을 준다. 때문에 자연스레 회원 수는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회비를 납부하는 동문은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고대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무려 3만여명의 동문들이 회비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2만6000여명만 회비를 냈다. 고대 동문은 30만여명으로 알려진다.

고대 교우회 관계자는 “동문들에게 지속적으로 우편물을 보내고 있다”며 “호소문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원을 늘려서라도 회비를 납부하는 동문을 늘릴 생각이라고”밝혔다. 고대 교우회는 별다른 수입 없이 동문들의 회비와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평생회비를 내는 회원에게는 몇 가지 혜택이 제공되지만, 회비 액수가 크기 때문에 이 회비를 내는 사람은 소수다.

호남향우회는 해병대전우회와 고대교우회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청년층의 무관심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국에 5800여개의 광역회와 지회를 두고 있는 호남향우회도 신규회원이 줄고 있어 고민이다. 한때 호남 출신 인구 1150만명 중 30% 가까이 차지했던 향우회 회원이 현재는 10% 이하로 줄었다고 전해진다.

3대 조직 향한
불편한 시선들

호남향우회 관계자는 “향우회 행사를 하면 대부분 노인들이 참석한다”며 “신규회원 수가 예전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는 호남인데, 본인은 서울에서 태어났다며 서울이 고향이라고 말하는 청년들이 많다”고 전했다. 호남향우회는 회원제와 비회원제로 나뉜다. 회원제를 실시하는 곳은 경기도 의왕시 호남향우회로 알려진다. 이곳은 연회비를 내지만, 대부분은 비회원제로 운영되며 별도의 회비는 없다. 회비 없이 운영하는 것이 가능한가 싶지만 임원들의 쾌척하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한국의 대표적인 3대 조직으로 손꼽히던 ‘고대·호남·해병대’가 고령화와 개인주의라는 시대적 변화에 부딪히며 위축을 겪고 있다. 불황 속 경쟁주의 일색인 현실도 한몫하고 있다. 또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정서 차이도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조직들의 앞날을 위협하고 있다.

회원 감소로 젊은피 절실
강해지는 개인주의에 흔들
독특한 조직 문화도 변화


이러한 현상은 고대·호남·해병대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일반 기업은 물론 공직사회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합리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학연, 지연 등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끌어주고 밀어주기 관행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한국의 대표적인 정통 조직들의 문화가 주춤한 반면 새로운 인맥 라인이 부상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광진구에 위치한 대원외고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이 학교의 동문회의 경우 고교 동문회로는 이례적으로 20∼30대가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번 모이면 300여명 이상이 모인다고 전해진다. 매년 참가자가 늘고 있는 모양새다.

외국어고 동문회가 부상하는 것은 기존 조직보다 위계질서가 느슨하고, 사회 각계의 우수한 인재들과 인맥을 쌓기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연예인들의 팬클럽 모임 등이 기존 3대 모임에 뒤지지 않는다고 알려진다. 자발적으로 똘똘 뭉친 이들은 규모도 규모지만 각종 봉사활동 참여와 더불어 취미 이상의 소속감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이렇지만, 한때 고대교우회·호남향우회·해병대전우회는 한국의 ‘3대 패밀리’와 함께 ‘3대 마피아’로 불렸다. ‘패밀리’는 혈연을 연상케 하는 응집력을 표현한 명칭이었고, ‘마피아’는 거기에 더해 구성원이 공유하는 사적 이익과 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강한 집행력에 초점을 맞춘 호칭이었다. 하지만 이 세 집단은 비슷하면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고대교우회는 ‘고대생답다’ ‘투박하고 촌스럽다’ ‘끈끈하고 질기다’ ‘한국적 인간관계의 화신들이다’ 이런 학풍을 어떤 사람은 지방출신 비중이 높고 여학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적 구성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도심에서 상대적으로 멀어 자기들끼리 어울리는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지정학적 분석도 있다.

호남향우회는 정치, 경제적으로 소외됐던 특정 지역주민들의 ‘생존전략’이라는 측면이 매우 강하다. 그들을 둘러싼 상황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향우회를 올바로 볼 수 없다. 과거 박정희 정권 때부터 시작된 편견과 여러 가지 제약에 시달렸던 사람들이 전두환 정권 시기 탱크와 대치하면서 죽음의 냄새를 함께 맡았던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집단적 기풍이라고 볼 수 있다. 전남도청 건물에 아직도 남아있는 총탄 자국이 호남인들의 가슴 속 상처를 전해준다.


그래도…
뭉쳐야 산다?

해병대전우회는 특정한 체험을 공유하는 공동체다. 결집력의 근거는 ‘군생활’이다. 비슷한 고통을 경험했다는 이유로 하나가 된다. 이들의 자부심은 개인 차량이나 지역 행사장 등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순진무구함도 느껴지는 순정마초이기도 하다.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부를 매개로 연결된 이익집단과는 거리가 멀다.

결속이라는 측면에서 고대교우회와 비견될 수 있는 패밀리는 ‘TK’가 유일하다. 뚜렷한 실체는 없지만 TK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대구, 경북 사람들 모두를 TK라는 인적 네트워크 범주에 뭉뚱그려 집어넣을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호남향우회, 고대교우회, 해병대전우회 일원이 될 수 있지만 이를 낯뜨거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집단주의라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공동체 구성 원리를 일깨워준다는 점에서는 그리 부정적이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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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