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보다 더 즐거운 ‘추석 후’ 만들기
시댁이 경남 울산인 주부 이모(39)씨는 지난 설 연휴를 생각하면 다가올 추석이 두렵기만 하다. 유난히 길었던 지난 설, 연휴 5일을 꼬박 시댁에서 보냈던 이씨는 누구보다 혹독한 명절증후군을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씨는 감기몸살에 우울증까지 겹쳐 설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여기에 매년 명절 때마다 자신의 편이 돼 주지 않았던 남편에 대한 서운함까지 겹친 경험이 있어 추석이 오기도 전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반복되는 상차림에
시댁 눈치보기까지
이씨처럼 명절 연휴가 지나고 심신의 고통을 호소하는 주부는 부지기수다. 명절증후군을 겪는 대표주자는 역시 주부들이다. 애초에 명절증후군이 가사노동을 도맡아하던 주부들에게 붙여진 병명인 만큼 주부들이 명절로 인해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 백화점이 주부고객 2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백68명의 주부가 “명절증후군을 느낀다”고 답했다. 증상으로는 “짜증이 난다”는 답변이 46%, “머리가 아프다”는 답이 26%, “가슴이 답답하다”가 14%, “우울하다”가 12%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원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주부명절증후군. 그러나 대부분의 주부들이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그리 현명하지 못하다. 명절증후군이 왔을 때 그냥 참고 넘긴다는 주부가 60%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많은 답변이 남편과 싸워서 해소한다는 답으로 14%에 달했다. 그 외에 많이 먹는다가 4%, 아이들에게 화를 낸다는 답이 2%로 나왔다. 결국 명절증후군을 다스리다가 속병이 더 생기거나, 남편과 사이가 나빠지거나, 체중이 불어나는 등의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부들이 연휴 전의 안정을 찾고 즐거운 마음가짐을 찾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영화나 공연 관람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명절동안 시댁 어른들에게 들은 잔소리, 명절음식으로 인해 불어난 몸매 등 자신의 불만족스런 부분에 집중해 화를 돋우기보다는 문화생활을 통해 다른 이들의 인생이나 예술작품 등을 관람함으로써 잠시나마 시선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다.
또 연휴가 지나고 갑자기 통증이 몰려올 때는 찜질로 완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관절이 부었을 때는 냉찜질을 해 부기를 가라앉히고, 3~4일 통증이 계속될 때는 온찜질로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해야 한다. 또 시댁식구들과의 긴장되는 시간들이 지난 뒤 느닷없이 두통이 찾아온다면 어두운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두통약 한 알 정도를 복용하는 것이 방법이다.
주부가 하루빨리 명절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남편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내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수고 많았다”는 말 한마디를 건넨다면 명절증후군으로 인한 우울증은 절반 정도는 치유를 할 수 있다. 이는 누적된 피로에서 벗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 다음 명절에 대한 공포심도 상당히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전문가들은 정신적, 육체적 이상이나 우울증 등이 2주일 이상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의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아 만성적 우울증으로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는 것.
이처럼 명절증후군을 겪는 주부들이 많은 만큼 그에 따른 해소방법도 다양하다.
그러나 어디에 가서 호소할 곳도 없는 사람들은 바로 남편. 남편들도 주부 못지 않게 명절증후군을 겪는다.
이처럼 명절증후군을 겪는 주부들이 많은 만큼 그에 따른 해소방법도 다양하다. 그러나 어디에 가서 호소할 곳도 없는 사람들은 바로 남편. 남편들도 주부 못지 않게 명절증후군을 겪는다.
오랜만의 장거리운전
스트레칭과 휴식 필수
남편들이 명절동안 가장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은 귀성, 귀경길에 수 시간에 걸쳐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일. 특히 이번 추석은 연휴가 짧아 귀성, 귀경차량이 몰려 고속도로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장시간운전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휴식과 스트레칭이 필수적이다. 또 장시간 운전대를 잡다보면 근육긴장이나 혈액순환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 졸음운전을 할 위험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2시간 운전에 10분 휴식, 간단한 체조나 스트레칭 등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장시간 운전에 따른 허리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등받이 각도를 90~1백도 정도로 맞추고 엉덩이를 좌석 깊이 밀착하면 도움이 된다. 또 호흡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계속 배출돼 차량 내 산소가 부족해지면 졸음이 생기고 건강에도 해롭기 때문에 자주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는 게 좋다.
또 다른 남편 명절증후군은 금전적 부담이다. 설 명절은 부모님 용돈, 친척선물 등 한꺼번에 목돈이 나가기 쉬운 때인 만큼 알게 모르게 금전적인 부담이 큰 것. 여기에 남편들의 스트레스를 극대화시키는 부분은 승진 등 친척들의 성공스토리를 듣는 것. 이런 점은 가족들 앞에서 다른 친척과 비교대상이 되기 쉬워 더 큰 스트레스가 된다.
이 같은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음이라도 하게 되면 명절증후군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명절음식을 과식하게 되면 소화불량과 함께 명절 살을 덤으로 얻게 된다.
이처럼 몸이 무거워지면 피로감은 더욱 커지고 소화 장애를 겪는 등 생체리듬이 깨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연휴가 끝나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갔을 때 업무에도 지장을 줄 수 밖에 없는 것.
이처럼 과음이나 과식으로 인해 얻은 명절증후군을 해소하는 데 우선되어야 할 것은 속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름진 음식이나 맵거나 짠 음식 등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규칙적인 식사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과일이나 야채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 소화를 도와야 한다.
이와 같은 신체의 불편함보다 더 큰 압박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명절증후군으로 잔뜩 예민해져 있는 아내의 화살. 고향에서 돌아오는 차안에서부터 시작되는 아내의 잔소리와 시댁식구 헐뜯기는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다. 이때 실수로라도 시댁 편을 드는 말을 했다가는 되로 주고 말로 받기 십상이다. 불만에 쌓인 아내를 달래는 것도 무시 못 할 남편 명절 증후군의 하나라는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내의 푸념 섞인 잔소리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한 발자국 물러서 양보하는 방법 아닌 방법뿐일 것이다.
쓸쓸해 할 부모님에
전화 자주 드려야
고향에 남은 부모님들이 겪는 명절증후군도 무시 못 할 문제다. 모처럼 추석 연휴동안 자식, 손주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부모님들은 추석이 지나면 큰 상실감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식들의 빈자리를 보며 우울증과 무기력감에 빠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유일한 위안은 다음 명절인 설을 기다리는 것 뿐.
아들과 손주, 며느리 12명과 함께 지난 설 연휴를 보냈던 박모(67·여)씨도 명절증후군으로 우울증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손자들이 뛰어 놀던 마당을 볼 때에도, 모두가 도란도란 둘러앉았던 식탁에 앉을 때도 떠난 자식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밥을 먹어도 돌을 씹는 듯하다는 박씨는 결국 불면증까지 시달리며 심한 명절증후군을 겪은 바 있어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이번 추석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명절 후 고향에 남은 부모님의 공허함은 며느리들의 명절증후군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집을 떠난 자녀들을 기다린 시간만큼 자식들이 떠난 자리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는 곧바로 몸의 이상으로 나타난다. 두통, 피로감, 어지러움, 불안감 등의 증상이 그것이다.
이 같은 부모님들의 명절증후군을 치유할 사람은 바로 자녀들. 자신들의 빈자리 때문에 생겨난 증상인 만큼 평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부모님에게 보여줘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메우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평상시보다 전화를 자주 하고 명절이 끝난 뒤에도 자주 문안을 드리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긴 연휴동안 업무에 손을 놓았던 직장인들이 명절증후군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휴 내내 먹고 놀던 습관이 밴 직장인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업무에 집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직장인들이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려면 가장 먼저 생체리듬을 맞추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고 기상 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출근 첫날에는 업무량을 줄이고 중요한 결정은 뒤로 미루는 등 자기 나름대로 업무스케줄을 짜 실천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또 낮에 잠깐 눈을 붙이는 것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오랜 피로 회복기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명절 피로가 나아지지 않고 증세가 지속된다면 바로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 보아야 한다. 피로가 겹치면 제대로 일상생활을 유지해 나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만성피로로 각종 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한동안 책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책상에 앉아야 하는 학생들, 추석 대목이 지나고 다시 썰렁해진 시장을 지켜야 하는 재래상인 등 모두가 나름대로의 추석 명절증후군을 이겨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처럼 각종 증상으로 나타나는 명절증후군을 극복하려면 즐거운 추석 연휴의 기억은 잠시 한 구석에 접어 두고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김봄내 기자 /kbn@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