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별 추석나기 노하우 대공개 <5>

이번 추석 연휴는 유난히 짧다. 멀리 떨어진 고향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짧은 추석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명절마다 찾아오는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추석동안 늘어졌던 몸과 마음을 재정비할 여유도 없이 바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명절 내내 허리 한번 못 편 주부들의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연휴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명절증후군을 극복할 묘책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주부, 남편, 직장인, 학생, 그리고 고향에 남은 어머니와 아버지들에게 알맞은 명절증후군 극복 비법을 알아보자.

추석보다 더 즐거운 ‘추석 후’ 만들기

시댁이 경남 울산인 주부 이모(39)씨는 지난 설 연휴를 생각하면 다가올 추석이 두렵기만 하다. 유난히 길었던 지난 설, 연휴 5일을 꼬박 시댁에서 보냈던 이씨는 누구보다 혹독한 명절증후군을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씨는 감기몸살에 우울증까지 겹쳐 설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여기에 매년 명절 때마다 자신의 편이 돼 주지 않았던 남편에 대한 서운함까지 겹친 경험이 있어 추석이 오기도 전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반복되는 상차림에
시댁 눈치보기까지

이씨처럼 명절 연휴가 지나고 심신의 고통을 호소하는 주부는 부지기수다. 명절증후군을 겪는 대표주자는 역시 주부들이다. 애초에 명절증후군이 가사노동을 도맡아하던 주부들에게 붙여진 병명인 만큼 주부들이 명절로 인해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 백화점이 주부고객 2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백68명의 주부가 “명절증후군을 느낀다”고 답했다. 증상으로는 “짜증이 난다”는 답변이 46%, “머리가 아프다”는 답이 26%, “가슴이 답답하다”가 14%, “우울하다”가 12%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원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주부명절증후군. 그러나 대부분의 주부들이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그리 현명하지 못하다. 명절증후군이 왔을 때 그냥 참고 넘긴다는 주부가 60%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많은 답변이 남편과 싸워서 해소한다는 답으로 14%에 달했다. 그 외에 많이 먹는다가 4%, 아이들에게 화를 낸다는 답이 2%로 나왔다. 결국 명절증후군을 다스리다가 속병이 더 생기거나, 남편과 사이가 나빠지거나, 체중이 불어나는 등의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부들이 연휴 전의 안정을 찾고 즐거운 마음가짐을 찾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영화나 공연 관람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명절동안 시댁 어른들에게 들은 잔소리, 명절음식으로 인해 불어난 몸매 등 자신의 불만족스런 부분에 집중해 화를 돋우기보다는 문화생활을 통해 다른 이들의 인생이나 예술작품 등을 관람함으로써 잠시나마 시선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다.
또 연휴가 지나고 갑자기 통증이 몰려올 때는 찜질로 완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관절이 부었을 때는 냉찜질을 해 부기를 가라앉히고, 3~4일 통증이 계속될 때는 온찜질로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해야 한다. 또 시댁식구들과의 긴장되는 시간들이 지난 뒤 느닷없이 두통이 찾아온다면 어두운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두통약 한 알 정도를 복용하는 것이 방법이다.
주부가 하루빨리 명절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남편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내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수고 많았다”는 말 한마디를 건넨다면 명절증후군으로 인한 우울증은 절반 정도는 치유를 할 수 있다. 이는 누적된 피로에서 벗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 다음 명절에 대한 공포심도 상당히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전문가들은 정신적, 육체적 이상이나 우울증 등이 2주일 이상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의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아 만성적 우울증으로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는 것.
이처럼 명절증후군을 겪는 주부들이 많은 만큼 그에 따른 해소방법도 다양하다.
그러나 어디에 가서 호소할 곳도 없는 사람들은 바로 남편. 남편들도 주부 못지 않게 명절증후군을 겪는다.
이처럼 명절증후군을 겪는 주부들이 많은 만큼 그에 따른 해소방법도 다양하다. 그러나 어디에 가서 호소할 곳도 없는 사람들은 바로 남편. 남편들도 주부 못지 않게 명절증후군을 겪는다.

오랜만의 장거리운전
스트레칭과 휴식 필수

남편들이 명절동안 가장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은 귀성, 귀경길에 수 시간에 걸쳐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일. 특히 이번 추석은 연휴가 짧아 귀성, 귀경차량이 몰려 고속도로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장시간운전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휴식과 스트레칭이 필수적이다. 또 장시간 운전대를 잡다보면 근육긴장이나 혈액순환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 졸음운전을 할 위험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2시간 운전에 10분 휴식, 간단한 체조나 스트레칭 등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장시간 운전에 따른 허리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등받이 각도를 90~1백도 정도로 맞추고 엉덩이를 좌석 깊이 밀착하면 도움이 된다. 또 호흡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계속 배출돼 차량 내 산소가 부족해지면 졸음이 생기고 건강에도 해롭기 때문에 자주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는 게 좋다.
또 다른 남편 명절증후군은 금전적 부담이다. 설 명절은 부모님 용돈, 친척선물 등 한꺼번에 목돈이 나가기 쉬운 때인 만큼 알게 모르게 금전적인 부담이 큰 것. 여기에 남편들의 스트레스를 극대화시키는 부분은 승진 등 친척들의 성공스토리를 듣는 것. 이런 점은 가족들 앞에서 다른 친척과 비교대상이 되기 쉬워 더 큰 스트레스가 된다.
이 같은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음이라도 하게 되면 명절증후군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명절음식을 과식하게 되면 소화불량과 함께 명절 살을 덤으로 얻게 된다.
이처럼 몸이 무거워지면 피로감은 더욱 커지고 소화 장애를 겪는 등 생체리듬이 깨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연휴가 끝나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갔을 때 업무에도 지장을 줄 수 밖에 없는 것.
이처럼 과음이나 과식으로 인해 얻은 명절증후군을 해소하는 데 우선되어야 할 것은 속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름진 음식이나 맵거나 짠 음식 등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규칙적인 식사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과일이나 야채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 소화를 도와야 한다.
이와 같은 신체의 불편함보다 더 큰 압박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명절증후군으로 잔뜩 예민해져 있는 아내의 화살. 고향에서 돌아오는 차안에서부터 시작되는 아내의 잔소리와 시댁식구 헐뜯기는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다. 이때 실수로라도 시댁 편을 드는 말을 했다가는 되로 주고 말로 받기 십상이다. 불만에 쌓인 아내를 달래는 것도 무시 못 할 남편 명절 증후군의 하나라는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내의 푸념 섞인 잔소리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한 발자국 물러서 양보하는 방법 아닌 방법뿐일 것이다.

쓸쓸해 할 부모님에
전화 자주 드려야

고향에 남은 부모님들이 겪는 명절증후군도 무시 못 할 문제다. 모처럼 추석 연휴동안 자식, 손주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부모님들은 추석이 지나면 큰 상실감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식들의 빈자리를 보며 우울증과 무기력감에 빠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유일한 위안은 다음 명절인 설을 기다리는 것 뿐.
아들과 손주, 며느리 12명과 함께 지난 설 연휴를 보냈던 박모(67·여)씨도 명절증후군으로 우울증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손자들이 뛰어 놀던 마당을 볼 때에도, 모두가 도란도란 둘러앉았던 식탁에 앉을 때도 떠난 자식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밥을 먹어도 돌을 씹는 듯하다는 박씨는 결국 불면증까지 시달리며 심한 명절증후군을 겪은 바 있어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이번 추석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명절 후 고향에 남은 부모님의 공허함은 며느리들의 명절증후군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집을 떠난 자녀들을 기다린 시간만큼 자식들이 떠난 자리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는 곧바로 몸의 이상으로 나타난다. 두통, 피로감, 어지러움, 불안감 등의 증상이 그것이다.
이 같은 부모님들의 명절증후군을 치유할 사람은 바로 자녀들. 자신들의 빈자리 때문에 생겨난 증상인 만큼 평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부모님에게 보여줘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메우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평상시보다 전화를 자주 하고 명절이 끝난 뒤에도 자주 문안을 드리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긴 연휴동안 업무에 손을 놓았던 직장인들이 명절증후군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휴 내내 먹고 놀던 습관이 밴 직장인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업무에 집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직장인들이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려면 가장 먼저 생체리듬을 맞추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고 기상 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출근 첫날에는 업무량을 줄이고 중요한 결정은 뒤로 미루는 등 자기 나름대로 업무스케줄을 짜 실천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또 낮에 잠깐 눈을 붙이는 것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오랜 피로 회복기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명절 피로가 나아지지 않고 증세가 지속된다면 바로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 보아야 한다. 피로가 겹치면 제대로 일상생활을 유지해 나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만성피로로 각종 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한동안 책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책상에 앉아야 하는 학생들, 추석 대목이 지나고 다시 썰렁해진 시장을 지켜야 하는 재래상인 등 모두가 나름대로의 추석 명절증후군을 이겨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처럼 각종 증상으로 나타나는 명절증후군을 극복하려면 즐거운 추석 연휴의 기억은 잠시 한 구석에 접어 두고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김봄내 기자 /kb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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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