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병원 못가겠네∼"
이명박 대통령이 의료계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의료계뿐 아니라 국민들도 의료계 민영화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위기설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잃은 이 대통령으로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일까.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의료계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혀, 의료계 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에서는 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의료민영화 괴담’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의료계 내에서는 민영화가 추진될 경우 종합병원이 의료계를 장악할 뿐 아니라 국민들의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게다가 일부 새내기 의사들의 경우 진료비로 받은 돈을 대부분 빚을 갚는데 사용하고 있지만, 민영화가 추진될 경우 ‘실직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또 의료계뿐 아니라 일각에서는 수많은 의료민영화 괴담이 흘러나오고 있다. ‘의료민영화가 추진될 때에는 2년 안에 최소 10배 이상의 의료비가 상승할 것’, ‘손가락 잘리면 서민들은 스스로 치료해야 할지 모른다’, ‘감기 걸리면 10만원 맹장수술은 3백만원’, ‘5년 뒤엔 30초에 한 명 꼴로 죽는다’는 등 갖가지 괴담이 판을 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종합병원의 경우 외국업체들이 많은 약을 제공하고 있다”며 “민영화가 추진될 때에는 약육강식의 논리로 인해 갖가지 ‘로비’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민영화가 진행될 때에는 빈부의 격차가 심해질 것”이라며 “잘 사는 동네, 못 사는 동네가 확연히 구분될 뿐 아니라 병원 수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의료민영화 괴담’이 나온 진원지는 어디일까. 의료계에서는 이명박 정부를 지목하고 있다. 서울의대 이진석 교수는 지난달 29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국민 건강권 확보를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 정책 워크숍에서 “의료민영화에 대한 소문을 정부는 괴담으로 치부했으나 이들 소문의 발원지는 이명박 정부 자체”라고 주장했다.
‘감기 걸리면 10만원’ 등 갖가지 괴담 파다
의료계, 괴담설 진원지 이명박 정부 지목
이어 그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의료공급체계 합리화에 소극적으로 일관하면 실질적으로 의료민영화 추진으로 판단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영리 및 비영리법인 사이의 중간 단계의 법인에 대한 초안을 마련해뒀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또한 지난 6월 의료법 개정안 일부분이 입법 예고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의료법인간에 합병절차(안 제51조의2∼제51조의4)를 신설해 경쟁력이 약한 의료법인의 퇴출 구조를 마련한다는 이 조항에서는 의료법인의 해산 사유를 정관상 해산사유 발생, 목적달성 불능, 파산, 합병으로 규정해 합병의 근거를 마련하고, 합병 절차·요건·효과에 대해 규정함으로써 의료기관간 인수·합병 활성화를 통해 의료기관의 경영합리화를 도모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이도록 하는 법안이 예고된 상태다.
여기에다 외국인 환자의 유치를 위한 행위가 허용되지 않아 국가간 의료서비스 경쟁력이 뒤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행위를 허용하고, 일정부분 환자 유인·알선행위를 허용함으로써 의료기관의 자율성과 의료서비스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조항을 입법 예고했다. 이 때문에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게 정치권과 의료계의 해석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인수·합병을 추진할 경우 종합병원들이 체인화를 할 수 있다. 질적 양적인 문제를 떠나서 국가 통제 기능이 마비될 수도 있다”며 “더욱이 이익 목적을 추구하기 때문에 인력을 줄이고, 간호사 대신 조무사 등을 채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의료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의료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여전히 민영화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는 반응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먼저 실천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의료민영화에 대한 괴담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의료 민영화 반대하는 계층은?
"해외 유학생·교포 결사 반대!"
의료민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드세다. 의료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병원비가 터무니없이 올라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의료 민영화를 반대하는 계층은 과연 어디일까. 일각에서는 “국민들이 대부분 반대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 외국 유학생이나 해외 동포들이 의료 민영화에 대해 크게 반대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실제 해외에서 5년간 생활을 했던 박모씨는 “미국의 경우 이미 의료민영화가 되어 있는 상태”라며 “병원비가 너무나도 비싸다보니 도저히 병원을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의료민영화로 인한 부작용의 피해를 이미 맛 본 탓일까. 이들은 유학시절 느꼈던 아픔을 또 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