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김우일의 한국재계 30년 비사

역대 대통령과 재벌총수 함수관계 ⑨전두환 편
국세청 비호 ‘전두환표 유령단체’수십억씩 현찰 동냥


정부와 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나아가 대통령과 총수는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함수관계다. 그동안 기업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어떤 배에 타느냐에 따라 순항과 표류를 반복해 왔다. 유독 거침없이 승승장구한 신흥 재벌이 있는가 하면 하루아침에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비운의 총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 공식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는 ‘대우 제국’의 마지막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낸 김우일 ㈜대우M&A 사장이 박정희 정권부터 노무현 정권까지 정·재계 실세들과 부대끼면서 겪은 ‘한국재계 30년 비사’역대 대통령과 재벌총수간 애증관계를 연재하기로 했다.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이 삼등분으로 풍비박산된 지 2주일 후 김우중 회장으로부터 지시가 떨어졌다. 오늘부로 한국중공업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고, 모든 직원들은 기획조정실로 복귀하라는 명령이었다. 아마 공식적인 대통령의 하명이 있었던 모양이다. 다른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통령의 산업통폐합 철회 지시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 기인했음을 추측할 수가 있다.

“당장 현찰로 가져와!”
거액 기부금 요청 쇄도


첫째, 대우에서의 실사 리포트를 보면 이를 정상화시키는데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을 당시의 약 5천억원으로 계산했다. 이 전액을 조달하기로 한 정부가 자신감이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그 반대로 현대에게는 대우자동차를 넘겨야 하는데, 대우자동차의 지분 50%를 갖고 있던 미국 GM의 동의가 어려웠을 가능성도 있다. 셋째, 재계를 좌지우지하기 위한 길들이기 차원이라는 분석과 넷째, 대우자동차의 빅딜을 알고 있는 미국 측에서 “자본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강력한 항의를 전달했을 수도 있다.

당시 미국이 전두환 정권의 당위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미국 정부의 비위를 맞출 필요가 있는 정부로서는 넷째의 경우가 가장 신빙성이 있다. 또 추후 재계로부터 막대한 기부금을 각출했던 것을 봤을 때는 셋째의 경우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한국중공업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 완전히 정부의 산하기업으로 편입됐고, 정부의 인사들이 속속 CEO로 부임하기 시작했다. 대우그룹에서 투입됐던 2백억원은 향후 5년에 걸쳐 회수되는 전제였지만, 사실상 어려웠던 한국중공업의 자금사정으로 30%정도는 회수가 되지 않아 대우그룹의 손실로 남았다. 무책임한 권력자의 한마디가 재계에 손실을 끼친 경우가 아닐 수 없다.

이때 10대 그룹기획조정실 경영관리 실무자로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일해재단, 새마음 재단 등 정체가 불분명한 공익법인으로부터 거액의 기부금 요청이 쇄도했고, 혹시 대우그룹에서도 전화가 없었는지의 여부를 묻는 전화였다. 아직까지 대우그룹에 기부금 요청 전화는 없었다. 필자는 격동기에 권력층을 빙자하는 사기꾼의 협잡이라 생각했다. 아니다 다를까 그 즈음 담당이사로부터 지시가 떨어졌다.

“빨리 50억원을 들고 이 명함에 쓰여 있는 데로 가서 전달해!”

“50억원을 어떻게 해서요?”

“무조건 현금이야 빨리 오늘 중으로!”

필자는 부랴부랴 돈을 현금으로 준비해서 명함을 살펴봤다. 일해재단 사무국장 김모씨라 쓰여 있었다. 다른 그룹에서 수소문했던 정체불명의 공익법인 이름과 같았다. 주소지는 세검정 부분이라 적혀 있었다.

차를 몰고 주소지를 찾아 가니 이건 사무실이 아니라 조그만 사택의 별실이었다. 들어가니 군인인 듯한 사복차림의 사람이 명함을 주며 “돈을 건네 달라”고 했다. 명함은 바로 상사로부터 받은 명함과 동일했지만, 정체불명의 단체에게 돈을 그냥 넘긴다는 것이 뭔가 투명치 않았다.

“영수증을 주십시오.”
필자는 사무적으로 얘기했다.

“뭐 영수증? 여보시요, 여기가 어딘 줄 아시요. 바로 각하의 친위단체요. 없어도 아무 문제없으니 그냥 가시오!”

“아니 아무리 각하라 하더라도 영수증 없이는 기업의 회계처리가 되지 않을 뿐더러 세무상으로도 비용인정이 되지 않습니다. 반드시 영수증도 필요하고 이 영수증도 세법상 비용인정이 되는 단체의 영수증이 필요합니다. 아직 일해재단이라는 단체가 세법상 비용인정이 되는 단체로 등록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불가합니다.”

“당신 뭐야? 도대체. 잠깐만 기다려!”

화난 듯한 그 사람은 주 사무실로 들어가 누구와 통화하는 듯하더니 나오면서 필자에게 강압적으로 얘기했다.

“당신 총수한테 지금 전화해봐!”
필자는 김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아무 소리 말고 건네주라”는 지시가 나왔다. 영수증을 받으라는 별도의 말도 없었다. 필자는 로봇같이 부대자루에 담아온 현금을 건네주고 다시 한 번 영수증을 부탁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짜증나는 듯이 마지못해 자기의 명함 뒤에 볼펜으로 끄적거리며 자신의 사인을 하고는 필자에게 건넸다. 사무실로 돌아온 필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실감하며 하여튼 명함상의 일해재단이라는 공익법인의 세법상 등록여부를 체크했지만 국세청으로부터 “비등록단체인 바 손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금 수령 영수증 좀…”
명함 뒤 볼펜으로 끄적


이는 기업에게 치명적 손상이었다. 비용으로 50억원을 지출해놓고 비용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익금산입돼 추가로 20억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바 결국 기업은 70억원의 손실부담을 안는 것이다.

어떻하든지 이 일해재단을 세무상 인정받는 단체로 등록해야 했다. 즉시 명함 속에 있는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업의 불가피한 사정을 얘기하고 선처를 부탁했다. 처음에는 귀찮다는 듯이 뚱한 표정을 짓더니 “청와대의 최고권력이 이 정도도 못해 줍니까? 말 한마디로 거금을 각출하는 파워로 그까짓 국세청에 등록도 못해 쩔쩔 맵니까. 기업에 엄청난 손실을 막아주셔야 다음번에도 무리 없이 각출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처음 영수증 해결 못하면 다음번에 줄줄이 이어지는 기부금 각출은 아마 많은 부작용을 일으켜 오히려 각하의 얼굴을 먹칠할 수도 있습니다” 는 필자의 말에 “알았소” 라는 짧은 대답이 튀어나왔다.

일해재단의 힘은 대단했다. 3일 만에 국세청에서 공문이 떨어졌는데 일해재단을 손비로 인정받을 수 있는 단체로 등록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상 이 등록은 무분별한 사이비단체로의 기부를 통제하고자 한 것으로 웬만한 ‘빽’갖고는 힘든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최고 권력의 기부금 행렬은 권력의 과시 및 이권쟁취, 그 권력에 대한 아부가 어울려 전두환 정부의 말기까지 아무 탈 없이 이어져 갈 수 있었다.

권력에 대한 기부금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재벌총수나 임직원들에 팽배해 있었다. 오히려 앞장서서 기부금을 다른 그룹보다 좀 더 많게 내려는 심보가 있어 기부금의 요청이 있을 때는 항상 가장 효율적인 기부금액 결정을 고민하곤 했다.

가장 효율적인 기부금액 결정이라 함은 가장 적은 기부금으로, 다른 그룹보다는 가장 근소한 차이의 많은 금액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결정하기 위해 필자는 다른 그룹 기획조정실 직원들과 정보라인을 만들어 놓고 서로의 정보탐색을 했던 지긋지긋한 전쟁을 치르곤 했다.

대통령의 영부인은 물론 친척이 운영하는 공익법인에 수백억원의 기부금이 흘러들어 갔다. 재계 전체로 따진다면 아마 네 자리 숫자까지 올라가지 않았나 싶다. 연말 세무조사시에는 더 가관이었다. 가장 잘 따지고 쉽게 세금을 추징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기부금사항이다. 그래서 국세청에서 제일 먼저 손대는 것이 바로 이 기부금항목이다. 비용 인정되지 않는 비등록 공익법인 영수증은 칼날같이 손실부인했다.

대통령 친인척 법인에
천문학적 뒷돈 흘러가


사실 경영자들은 공익법인인 경우는 무조건 비용인정 받는 것으로 잘 못 알고 있어 무심결에 기부해놓고는 세금을 덮어 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설령 비용인정 받는 공익법인이라 할지라도 한도가 있다. 즉 매출액 혹은 소득금액의 일정 퍼센트만 비용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초과될 경우 기 부분은 비용인정이 되지 않았다. 사외유출하는 기부금에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무분별한 기부행위를 막아 놓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통령과 관련된 공익법인은 무한도기부금으로 설정해 이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풀어놓았다. 세무조사시 일해재단, 새마음재단 등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눈에 띄게 무소불위의 힘을 보여 주는 쇼를 하는 것 같았다. 재계에 가장 두려운 적은 검찰도 아니요, 경찰도 아니요, 재경부, 상공부도 아닌 바로 국세청이었다. 국세청에 잘못 보인 경우 재계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검·경의 경우 위법사항이 없으면 되었고, 재경부·상공부도 징계할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국세청은 아무 잘못이 없어도 아무 위법사항이 없어도 세무조사를 집행할 수 있다. 일단 조사를 하면 ‘옷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무조건 세금추징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기업회계와 세무회계가 달라 세무근거의 회계를 하면 무조건 익금산입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세무조사는 세금추징을 목표로 하니 추징금액의 많고 적음은 있을 수 있지만 그 화를 피할 수가 없었다.

전두환 정부는 이 국세청의 힘을 자유자재로 이용하여 재계가 스스로 끌려오게끔 했다. 이러니 권력의 막강함이 자연스럽게 재계의 머릿속에 각인되고 전두환 정권 5년 동안의 최고 권력층은 재계로부터 엄청난 기부금을 끌어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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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