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한국 자동차산업 향방<긴급점검>

전운 감도는 미래 자동차시장 “적극적 투자만이 살 길이다”

지난해 미국 발 금융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자동차산업이 최근 소폭 상승한 모습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의 효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덕분이다. 그러나 자동차업계는 여전히 먹구름이 가득하다. 지속적인 경기 회복을 위해 해결되어야 할 위험요소들이 산재한 가운데 내년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세계 강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한 탓이다.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는 미래 자동차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 자동차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금융 위기 이후 국내 자동차산업 불안정한 성장
정부지원 극약처방 따른 일시적 효과 ‘위기 여전’


세계 자동차산업은 지난해 유래 없는 판매율 감소를 기록했다. 2008년 9월 리만브라더스 파산에 따른 세계 경제위기의 후폭풍이었다. 당시 세계 자동차시장 월별 판매추이를 살펴보면 2008년 9월(515만대) 이후 10월 461만대, 11월 425만대, 12월 454만대, 2009년 1월 413만대, 2009년 2월 413만대 판매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최고 23.5%가 하락한 수치다.

세계 자동차산업 회복세
정부 세제지원 ‘반짝’ 효과

연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세계 자동차산업의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난다. Global lnsight가 지난 10월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 한 해 세계 자동차판매량은 전년대비 7.3% 감소한 6133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4년(6145만대) 수준으로 5년째 소폭 상승세를 이어오던 세계 자동차산업이 다시 후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나마 세계 경제위기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올 3월 이후 판매 감소폭은 점차 축소됐지만 이 같은 판매 회복세도 일부 국가에 한정된 모습이다. 정부의 신차구입지원 정책의 효과를 본 미국,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도 정부가 앞장서 1.6ℓ이하 차종 소비세 인하(10%→5%), 농촌지역 상용차 구입 등의 지원을 펼친 결과 2008년 4분기 이후 72.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자동차용 할부금융 지원과 소비세 인하(14%→8%) 혜택을 받은 인도도 같은 기간 18.3% 성장했다.

국내 자동차산업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판매가 호전되는 효과를 얻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4월 내수 부양을 위해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노후차량 세제지원 제도를 실시했다.
이는 2000년 1월1일 이전에 등록된 차량을 새 차로 바꿀 경우 개별소비세 및 취득등록세를 250만원 한도 안에서 70%씩 깎아주는 것으로 국내 자동차 판매량이 호전되는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 같은 회복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장 올해로 대부분 국가의 지원정책 시행이 종료된다. 이후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대비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의 경기회복 조짐은 각 국가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 시행에 따른 일시적 효과일 뿐”이라며 “세계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소비 회복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부채 조정, 경기 악화 등에 따른 소득 감소로 소비는 여전히 침체 상태다. 소득 증가를 통해 소비 확대의 근원이 되는 고용 사정도 여전히 부진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자동차산업의 지속적인 경기 회복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은 국제 유가 상승이다. 지난해 말 배럴당 3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 유가는 올 3월 이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는 내년 이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LA(미 에너지정보청)는 내년 국제 유가가 WTI 기준으로 배럴당 72.4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석유의 수급 불균형이 원인이다. 최근 경기회복과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성장세 확대로 석유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OPEC은 적극적인 감산 정책으로 시장 공급량을 줄이고 있다. 여기에 비 OPEC의 생산 부진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장기화되는 달러화 약세도 자동차산업의 수출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는 국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적 위상 하락과 함께 약세를 띠고 있다.

글로벌 강자 저가 친환경·신흥시장 선점 박차
적극적 투자확대로 미래경쟁력 강화 앞장서야


미국 경제의 세계 시장 지배력 약화와 미국 자본시장의 투자 매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도 달러 약세의 원인이다. 실제 최근엔 아랍산유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등이 원유 거래 시 달러 대신 별도의 ‘원유바스켓’ 통화를 만들자는 내용의 비밀 회담을 가졌다는 보도가 전해질 정도로 국제 사회에서 달러의 위상이 크게 꺾여있다.

세계 자동차산업이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점도 불안 요소다. Global lnsight의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전에는 SUV, 대형차 판매호조로 인한 선진시장의 자산효과 증가와 신흥시장의 높은 성장 등이 자동차산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주는 원동력 역할을 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선진시장의 성장 한계와 신흥시장의 성장세 둔화, 금융위기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낮은 경제성장률은 자동차산업을 저성장으로 이끌 수밖에 없다.

저성장 접어든 세계 경제
잠재적 위험 요소 곳곳에 

실제 Global lnsight는 2010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6492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05년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업계는 자동차산업이 경제 위기 이전인 2007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2012년쯤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이런 더딘 성장 속에서 산업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이미 발 빠른 대응으로 시장 변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008년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사상 최초로 영업 적자를 기록한 도요타는 과잉 생산능력 축소 및 생산 라인 재배치로 대응에 나섰다. 도요타는 2008년 203만여 대를 생산해내는 북미지역의 생산능력을 오는 2010년까지 18.4% 감소시킨다는 방침이다.
엔화 강세 및 북미 가동률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생산 물량을 북미 생산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는 2010년부터 미시시피 공장에서 생산된다.

업체 간 제휴를 통해 생산설비, 플랫폼, 브랜드, 판매망 등의 상호 활용을 통해 개발비와 투자비를 절감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 브랜드와 생산설비를 활용해 미국 소형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푸조-시트로엥-미쓰비시 3사는 2011년 공동투자로 러시아 시장 전용 모델을 생산해 해외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폭스바겐과 스즈끼도 인도 소형차 시장 공략을 위해 업무 제휴를 추진 중이다.
세계 주요 기업들은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에도 적극적이다. 선진시장의 비중이 축소된 데다 중국 시장이 이미 큰 성장세를 이룬 만큼 점유율이 낮은 새로운 시장 선점으로 판매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인 것이다. 대상으로는 인도와 브라질, 러시아 등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 도요타는 브라질 시장에 대한 판매 포트폴리오를 2007년 9%에서 2012년 14%로 상향 조정했다. 인도 시장은 7%에서 10%로 늘렸다. 혼다는 브라질 시장 점유율을 14%에서 15%로, 인도 시장을 10%에서 15%로 늘렸다. 폭스바겐은 브라질 시장을 34%에서 35%로, 인도 시장을 1%에서 2%로, 러시아 시장을 5%에서 9%로 늘렸다.
이들 업체는 연비 개선 및 저가 차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도요타는 현재 다이하츠와 공동개발로 저가 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50만엔대의 가격으로 예상되는 이 모델은 2010년 인도에서 생산, 인도 및 신흥국에 판매된다는 방침이다.
닛산도 현지업체인 바자즈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초저가차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2011년 인도에서 생산될 계획인 이 모델의 가격은 30만엔대로 알려지고 있다.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개발 및 생산 라인업도 확대되고 있다. GM은 벤츠, BMW와 2모드 하이브리드차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도요타는 2020년까지 전 차종의 하이브리드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0년 중반까지 중국, 미국, 태국에 이어 유럽으로 현지 생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르노닛산은 2020년 세계 수요의 10%로 예상되는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10년 미국과 일본에서 전기차 출시와 동시에 2012년 대량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전기차 분야의 선두업체를 지향하는 GM도 2010년 전기차 볼트를 출시하고 한국과 중국을 주요 개발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글로벌 강자 전략적 제휴
친환경차 및 신흥시장 선점

반면 이 같은 주요 자동차 기업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시장 대응 마련은 상대적으로 열세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성장에 접어든 세계 자동차산업 시장에서 업체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국내 기업은 친환경 자동차 개발, 신흥시장 진출, 해외기업과의 업무 제휴 등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지금이라도 해외기업에 비해 열세한 R&D 투자 규모를 늘려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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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