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나면서 많은 고3 부모들의 마음이 예전보다는 편안해졌다. 물론 대학의 당락에 따라 또다시 고단한 1년이 시작될 수도 있고 아예 대학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제 ‘한시름’은 놓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정작 수험생 당사자들은 ‘흥분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제 ‘성인’이 된다는 흥분감 그리고 ‘어릴 때’는 해보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을 이제는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뒤섞여 심지어 탈선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한다. 수능이 끝난 이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화류계의 현장을 취재했다.
술을 먹는 것은 어쩌면 가장 기본에 속한다. 일부 여학생들은 이제 자신들을 옭아매었던 ‘미성년’이라는 딱지를 훌훌 털어버리고 ‘립스틱 짙게 바르고’ 홀복을 입은 채 화류계에 투신하고 있다.
특히 그렇지 않아도 학교에서 ‘탈선학생’으로 낙인찍혔던 많은 여학생들의 경우 ‘수능 끝’은 ‘탈선 시작’이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능이 끝나면서 가장 급격하게 호황을 누리는 업소는 다름 아닌 ‘술집’이다.
립스틱 짙게 바르고’ 홀복 입은 채 화류계 투신 중
업소 관계자 “아가씨 하겠다 문의전화 2~3배 증가”
어른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업소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이제까지 출입을 금지당했던 그들에게는 ‘금기의 공간’에 발을 디딜 수 있는 짜릿한 자유의 순간으로 다가온다. 물론 수능이 끝났다고 해서 곧바로 ‘성인’이 되고 업소 출입이 마냥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이들은 각종 방법을 동원해 술집으로 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은 서울 영등포와 신천 일대다. 이곳은 그렇지 않아도 10대들에게는 ‘뚫리는 술집’이 적지 않았다. 미성년자임을 알고도 눈을 감아주거나 ‘그저 그렇게’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니 이제 수능이 끝난 상황에선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모(19)양의 이야기는 이들의 심리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성양은 “솔직히 수능 끝나면 다 끝난 거 아닌가요? 대학생이 술집을 못 간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이제 2~3개월이면 대학생이 될 텐데 그 전에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뭐가 달라지는 건지 모르겠어요”라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고3 여학생들
술집으로 집결
이들에게는 이제 더 이상 법적인 규정이 의미를 갖지 못한다. 심리적인 마지노선이 법적인 경계선을 이미 무너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나마 이렇게 술만 먹는다면 다행인 경우다. 일부 수능을 마친 여학생들이 대거 화류계로 진입하면서 화류계 자체에 지각변동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룸살롱 영업상무 이모씨의 이야기는 이런 지각변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상무는 “수능이 끝나면서 아가씨를 하겠다는 문의전화가 2~3배 이상은 늘어난 것 같다. 물론 그 전에도 간간이 그런 문의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너무 갑작스럽게 늘어났다. 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화류계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업소 측에선 그들이 미성년자라는 법적인 규제를 벗어난다면 큰 부담감은 없다. 특히 손님들은 나가요 아가씨의 나이가 어릴수록 좋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로서는 그녀들의 나가요 지원이 오히려 반길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
취재진은 모 영업상무로부터 아직은 앳돼 보이는 한 ‘나가요 지망 고 3여고생’을 만나볼 수 있었다. 김양은 사실 오래전부터 대학은 일찌감치 포기했었고 6개월 전부터는 ‘나가요 생활’을 꿈꾸면서 생활해 왔다고 한다. 김양은 “애초에 공부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다. 고등학교 이후에 무엇을 할지 일찌감치 생각해두고 있었고 각종 사이트에서 여러 가지 정보도 입수했다. 결국 내 경우에는 룸살롱에 가는 것이 제일 좋을 거라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화류계의
‘지각변동’
이어 “일단 키도 적지 않고 외모도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 3~4개월 전부터 직접 업소에 문의전화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결같이 수능 이후에 면접을 보자는 이야기를 했고 이제는 한 업소에 다니기로 결정됐다. 이제는 좀 더 당당하게 일도 해보고 사회도 배워나갈 생각이다”라고 강변했다. 어른들이 봤을 때 그녀의 직업선택은 안타까운 면도 없지 않다.
여자 나이 20세, 이제 한창 꽃다울 나이에 화류계라는 어두운 세계로 진입해 남성들과 부대끼며 세상을 배워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양은 오히려 당당한 모습이다.
어차피 공부로 승부가 나지 못할 것이라면 돈으로라도 승부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김양의 말이다. 여고생들의 화류계 진입이 룸살롱뿐만은 아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각종 키스방, 페티시 등 이제는 변종 유사 성매매업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요즘 학생들의 성의식이 발달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이런 일들은 더 이상 부담스러운 일들만은 아니다. 서울 강남의 한 키스방 업주 A씨는 “술을 마시지 않고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능이 끝난 여고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업소가 바로 키스방이 아닌가 싶다. 특히 한 달만 일해도 200~300만원의 목돈을 벌 수 있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대박’인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이어 “도대체 어떤 곳에 가서 그 정도의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하루에도 키스방에서 일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수십 통에 이를 정도다. 이제 조만간 그들도 미성년자 딱지를 벗어나는 만큼 업소로서도 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또 “요즘 여고생들은 일부 성인들 못지않은 육감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녀들을 앞세우면 당분간 업소의 매출이 급상승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고 기대했다.
노래방에도 급격하게 여고생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일부 여고생들은 이미 노래방으로 진출한 학교 선배의 ‘조언’을 들으며 차분히 ‘도우미 생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취재진이 만난 한 노래방 도우미 최모(21)양은 자신에게 전화가 오는 고등학교 후배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최양은 “사실 나 역시 처음 이 일을 시작하면서 먼저 졸업한 선배들의 도움을 받았다.
아무래도 고등학교 선후배다 보니 말은 ‘이년, 저년’ 하지만 그래도 잘 이끌어주는 면이 있었다. 남들에게 돈을 주면서도 배우지 못한 것을 선배들에게 많이 배웠다. 그간 꾸준히 학교 후배들과 연락을 했고 이제는 후배들이 나에게 연락을 해서 도우미 생활에 대해서 묻곤 한다”고 전했다.
여고생들 화류계 진입에
남성고객들 쌍수로 환호
이어 “사회에 나와서 처음 갖는 직업으로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다른 선택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노래방 도우미만큼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수능 끝나고 아이들의 문의가 많아서 가끔씩 만나면서 이야기도 해주고 있다. 어쨌든 경제적으로 힘든 아이들에게 이 일은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고생들의 화류계 진입에 따라서 덩달아 신난 이들은 당연히 남성고객들이다. 이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에 ‘이제 막 미성년 딱지’를 뗀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중년 남성 서모씨는 “솔직히 우리 같은 중년들이 어디 가서 그런 20대 초반의 여자들을 만나겠나. 결국 시간이 흐르면 그들도 이쪽의 때가 묻을 것이니 그 이전에 그녀들과 함께 놀면서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룸살롱·키스방·페티시·노래방 등 ‘기웃기웃’
남성고객들 ‘즐거운 시간’ 기대감에 부풀어
서씨는 이어 “1년에 한 번 정도 맞이할 수 있는 ‘특수’라고나 할까. 남들이 보면 ‘변태 중년’이라고 하겠지만 실제 20대의 여자들과 놀아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알 수 있을 것이다”고 귀띔했다. 사실 대학입학 시험이 끝나고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는 그만큼 우리 사회의 고등학생들이 ‘대학’이라는 것에 억압되어 왔고 그로 인해 자신의 사소한 욕망까지 통제되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면에서 이는 ‘사회적 병리현상’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여학생들의 수능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단지 부모나 본인 자신들만은 아니라는 사실, 곧 그들과 함께 당당하게 유흥을 즐기고자 하는 남성들 역시 수능이 끝나길 간절히 바란다는 사실은 왜곡되고 뒤틀려 있는 우리 사회의 성적 욕망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