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설’ 잠재울 사람은 오직 박근혜 뿐?
한나라당은 ‘9월 위기설’을 강도 높게 일축하면서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등 긴급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야당은 MB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인한 시장의 신뢰상실이 ‘9월 위기설’을 불러왔다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9월 위기설이 단순한 설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위기설이 재발할 수도 있는 만큼 시장에 새로운 신호를 주기 위해서는 경제 사령탑인 강만수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판단인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3일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를 열고 “유동성 위기 가능성은 0%”라고 공식 의견을 정리했다. 이러한 가운데 당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박근혜, 조용한 정치행보
MB 정권 출범 이후 박 전 대표 역할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었다. 대북특사설, 총리설, 당대표설까지 거론됐지만 현재 이러한 논의들은 잠정 중단됐다. 대신 조용한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친박계 의원들에게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삼가라는 단속령을 내린 상태다.
친박근혜계 한 중진의원은 “박 전 대표는 MB가 정권을 잡았으니 당분간 조용히 지켜보는 게 맞다”고 말했고, “현안에 대해 언급하면 자꾸 갈등 구조가 형성되니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당내 세력은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으로 총선 이전보다 커졌다. 현재 50명 이상이 친박의원들로 분류된다. ‘선진사회연구포럼’과 ‘여의포럼’이라는 친박 측 연구모임도 활발히 움직인다. 박 전 대표는 최근 다양한 전문가들을 비공식적으로 만나고 있다. 외환 고유가 복지 분야 전문가들이 중심이라지만, 명단은 비밀에 부치고 있다.
당· 청, ‘박근혜 역할론’ 놓고 목하 고민 중
구상찬 “MB가 화해 제스처 보낼 것으로 전망”
박 전 대표는 국회 상임위 배정에 있어서는 보건복지위를 선택했다. 박 전 대표가 국회의원 4선을 하는 동안 거쳐간 상임위를 살펴보면, 과학기술 정보통신, 여성위원회, 통일, 외교, 통상, 산업자원, 국방, 그리고 보건복지까지 다양한 상임위를 통해 한발짝 한발짝 백지위에 국정운영의 실력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대권후보로서의 위상이 추락하고 급기야 국민들 뇌리 속에서 완전히 잊혀질지도 모른다는 염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조금 빠른 감도 있지만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정부의 위기’를 위해 이제는 박 전 대표가 나서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당내에서 박 전 대표의 역할론에 대해 다시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기인데 박 전 대표를 언제 띄우느냐가 중요하다.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의원들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박 전 대표는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MB와 다시 만났다. 지난 5월10일 청와대 회동 이후 석달 만이다.
MB-박근혜 신뢰 회복하나?
이날 회동은 “(후 주석을) 각별히 환대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라”는 MB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가 후 주석이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박 전 대표를 공식 초청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MB와 박 전 대표는 만찬에서 특별한 대화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 안팎에서는 박 전 대표의 청와대행을 계기로 MB와 박 전 대표의 신뢰도 어느 정도 회복된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청와대 내에서도 박 전 대표의 역할론에 대해 심도 깊게 고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정·당·청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다 보니 MB입장에서도 박 전 대표를 경계를 하면서도 도움이 필요할 때가 올 것”이라며 “박 전 대표의 역할론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고, MB는 결국 박 전 대표와 손을 잡아야 할 때 손을 잡을 것이다”고 말했다.
친박계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도 지난달 26일 MB가 곧 박 전 대표에게 화해 제스처를 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 의원은 이어 “취임 6개월을 맞이해서 국정운용의 틀을 바꾸기 위해 박 전 대표의 도움이 MB에게 필요하다고 본다”며 “두 분께서 주위 사람 때문에 꼬인 관계를 풀고 박 전 대표의 국정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MB의 화해 제스처가 곧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회에선 MB의 국정운영에 대해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며 거듭 MB가 화해 제스처를 보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