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씨비제약이 제품 유통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제약사의 간판 약품인 간질약 ‘케프라’의 견본품이 판매용과 섞여 실제 매장에 유통됐던 것. 해당 제품은 유통기한도 불법으로 연장 표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사실을 확인한 제약사는 긴급 공지를 띄우고 회수조치에 들어가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성남지역 한 약국에선 견본품 약을 구입한 한 고객이 약사에게 항의를 하다 경찰까지 출동했다.
직원 실수로 유통기한 표시 잘못된 견본품 약국에 유통
유통기한 지난 제품 1년 연장 스티커 부착해 조작 논란논란
한국유씨비제약이 ‘케프라(정)250mg/10T’에 대한 자진 회수에 들어 간 것은 지난 10월21일 오후부터로 이날 도매상을 중심으로 제품 출하 중지를 통보했다. 이어 23일에는 회사 홈페이지에 긴급 공지를 띄워 케프라에 대한 긴급 회수 조치를 알렸다.
긴급 회수 ‘분주’
유씨비제약이 분주해진 이유는 최근 시장에 유통된 케프라가 견본품이었던 탓이다. 견본품으로 포장된 제품이 판매용으로 병원과 약국에 공급된 사실을 확인한 유씨비제약이 뒤늦게 사태수습에 나선 것.
유씨비제약 한 관계자는 “수입상 다량의 물량이 한꺼번에 국내에 들어와 견본품과 판매용으로 나뉘어 포장되는데 이 과정에서 견본품으로 포장된 제품이 실수로 판매용과 뒤섞여 시장에 공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통된 950팩 중 실제 고객에게 판매된 40%를 제외한 570여 팩이 회수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동이 일어나자 업계에선 다국적 제약사가 제품 및 유통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견본품 유통에 대한 확인이 10월21일 한 도매상의 제보를 통해 먼저 파악된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유씨비제약은 지난 10월7일 문제의 제품이 유통됐지만 2주가 지나도록 사실 확인을 하지 못했던 셈이다.
유씨비제약은 관리에 소홀했던 점을 인정했다. 유씨비제약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견본품은 표지 겉면에 스티커를 붙여 나가는데 이번의 경우 견본품 출하량이 많아 아예 표지에 견본품이라고 인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이를 생각 못한 출고확인자가 통상처럼 ‘스티커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지자 창고확인자는 ‘없습니다’라고 답했고 결국 해당 제품은 (스티커가 없는) 판매용 제품으로 인식돼 시장에 공급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단순한 직원들의 실수가 큰 파장을 몰고 왔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파장은 자진회수에서 끝나지 않았다. 실제 견본품 케프라가 고객에게 판매돼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고객 A씨는 경기도 성남의 한 약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조제한 뒤 40일치 약값으로 약 14만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약이 부족하다는 약사의 말에 A씨는 15일 후 나머지 약을 받으러 갔다.
약을 확인한 A씨는 약품 겉면에 견본품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 해당 약국을 찾아 항의했다. 그러나 약국에선 견본품 유통은 제약사의 실수로 발생한 것으로 제약사에 항의하라고 대응했다. 약사와 고객 간의 언쟁은 쉽게 가라앉지 못했고 약사는 약국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로 고객을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이 소동에 대해 유씨비제약은 오해에서 빚어진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유씨비제약 한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지난 10월22일에 발생한 것”이라며 “하루 앞서 문제를 파악한 회사가 각 약국에 사실 통보를 했고 성남의 한 고객이 제품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돼 회사가 먼저 연락을 드려 사정설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약사와 고객 간의 다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며 “서로간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후 문제 해결은 원만히 됐다”고 설명했다.
논란거리는 또 있다. 당시 고객 A씨는 견본품포장에 2009년 5월29일까지인 약의 사용기간을 1년 연장시켜 다시 붙인 스티커를 발견하고 약국에 항의했다. 일각에선 유통기한 조작이 의심되기도 했다.
이에 유씨비제약은 언론을 통해 “유통기한 연장은 식약청 허가를 받은 상황이라 별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본지 취재진에게도 초기 유씨비제약 한 관계자는 “케프라가 국내에 수입된 이후 식약청을 통해 사용허가 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돼 스티커로 연장표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생산돼 2년 뒤인 2009년 5월까지 사용이 가능한 제품의 기한이 식약청의 허가에 따라 2010년 5월로 1년 연장됐다는 해석인 셈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케프라에 대한 식약청의 유통기한 연장 허가는 지난 2008년 6월에야 승인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에 수입된 2007년 제품의 유통기한은 기존 2년의 기준을 지켜야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유씨비제약은 2007년 제품에 유통기한 연장스티커를 붙여 판매에 나섰다.
업계 일각에선 유씨비제약이 의도적으로 유통기한을 연장해 판매율을 높이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유씨비제약은 유통기한이 무단 연장된 제품에 대해 고객들에게 어떤 공지나 설명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품 중 상당수는 판매용으로 시장에 유통됐지만 최근 견본품 논란이 발생하기 이전까지 회수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유통기한 연장 왜?
유씨비제약은 유통기한 연장 표시 스티커 부착은 담당 직원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유씨비제약 한 관계자는 “이번에 유통된 제품에 유통기한 연장 스티커를 붙인 것은 식약청의 사용기간 연장 허가를 받은 뒤인 지난해 7~8월경”이라며 “당시 담당자가 승인 이전 수입된 제품에 대해서도 유통기한 연장이 가능한 것으로 생각해 스티커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품에 스티커 작업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사용허가가 3년으로 연장된 제품인 만큼 음용에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