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7개월 만에 전격 사의…연말까지 회장직 수행
신춘호 회장과 불화설…회사 “전혀 아니다” 일축
손욱 농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농심에 따르면 손 회장은 최근 회사에 사의를 표명, 올해 연말까지만 회장직을 수행하기로 했다. 손 회장이 1년7개월 만에 회장직에서 퇴진하는 셈이다.
손 회장은 1967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래 삼성전기, 삼성SDI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30년 넘게 ‘삼성맨’으로 재직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 3월 새우깡에서 생쥐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와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이른바 ‘생쥐깡 파문’ 당시 농심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룹 오너인 신춘호 회장이 ‘특급 소방수’로 손 회장을 영입한 것. 또 성장 정체에 빠진 농심의 일대 혁신을 불러일으키겠다는 복안으로도 분석됐다. 신 회장이 손 회장에게 연구개발(R&D)센터에 대한 자문을 구하다 혁신 열정을 보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경영으로 유명한 농심이 외부인사를 대표이사로 영입한 것은 1999년 신세계 출신인 권국주 사장 영입 이후 처음이었다.
회사 측은 “신 회장이 직접 나서 손 회장의 사의를 만류했지만 손 회장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며 “농심의 변화와 혁신을 정착시킨 손 회장은 퇴임 이후 CEO 컨설팅과 후학 지도에 나설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손 회장의 퇴임을 두고 신 회장과의 불화설이 제기되고 있다. 손 회장이 그동안 내부 결재라인에서 배제되는 ‘왕따설’등 구체적인 얘기도 돌고 있다. 심지어 회사 측 결정에 대해 불만을 품은 손 회장이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농심 측은 손 회장과 신 회장의 불화설을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손 회장이 결재라인에서 배제됐다는 것과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고려 중이란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손 회장이 사임한 것은 스스로 자신의 역할이 여기까지라고 생각하고 후학 양성에 대한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