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이 마약으로 신음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출입이 잦은 홍대나 이태원 등지의 클럽은 공공연히 환각파티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기존 마약에 비해 값은 저렴하고 효과는 빠른 장점을 가진 신종마약이 클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최근 클럽에서 마약을 하다 적발된 30여 명 역시 신종마약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 덜미를 잡혔다. 신종마약의 온상이란 오명까지 얻은 클럽 풍경을 살펴봤다.
“숨어서 몰래 하는 건 옛말이죠. 요즘엔 대놓고 하는 게 마약이에요. 술이나 담배처럼 기호식품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어요. 더 신나게 놀 수만 있다면 마약 아니라 더한 것도 하는 게 요즘 애들인걸요.”
이태원의 한 클럽 관계자는 최근 클럽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신종마약에 대한 질문에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과거에 비해 요즘 젊은이들은 마약을 접하는 일이나 환각에 빠져드는 것을 대단한 일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도 했다.
마약도 기호식품?
클럽 관계자는 “‘스컹크’ 같은 약은 엑스터시보다 절반이나 싼데다 구하기도 쉬워서 그런지 마약에 입문(?)하는 사람들도 쉽게 구해 흡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며 신종마약의 확산 실태를 알려주기도 했다.
마약을 즐기는 목적 역시 예전보다 훨씬 단순해졌다고 한다. 클럽에서 좀 더 신나게 놀고 춤추기 위해 스스럼없이 마약에 손을 댄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것도 마약 확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클럽에서 종종 엑스터시 등을 즐긴다는 20대 여성 A씨는 외국인 남자친구와 교제를 하면서 자연스레 마약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A씨는 “몇 년 전만 해도 마약 같은 건 범죄자같이 무서운 사람들이나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A씨가 환각의 세계를 알게 된 것은 2년 전 미국인 남자친구를 사귀면서부터라고 한다. 별것이 아니라는 남자친구의 끈질긴 설득에 못 이긴 A씨는 결국 대마초를 피웠고 그 후부터 각종 마약에 손을 뻗쳤다고 한다. A씨는 “만약 외국인 남자친구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마약과 클럽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후회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신종마약의 확산과 마약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의 증가로 인해 클럽이 마약의 온상으로 자리매김할 위기다. 최근 클럽에서 마약파티를 하다 35명의 젊은이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사건은 클럽의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주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신종마약을 해외에서 밀반입해 사용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영어학원강사 차모(32)씨 등 3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중 마약을 판매하면서 사용을 주도한 차씨 등 3명은 구속됐고 공짜로 나눠주거나 사용한 32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지난 7월경 환각효과가 있는 JWH-018 성분이 함유된 ‘스컹크’ ‘스파이스’와 벤질 피페라진이 함유된 ‘슈퍼E’라 불리는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해 이태원이나 홍대 앞 클럽 등에 유통하고 함께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영국 등 외국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마약을 주문한 뒤 국제 우편으로 받는 수법을 통해 마약을 구매했다. 이들 중 김모(25)씨는 캐나다에서 직접 슈퍼E를 구매하기도 했다.
이들이 이 같은 신종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이유는 스컹크, 스파이스 등이 외국에서는 식물 영양제로 정상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7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투약이 금지된 마약으로 분류되어 있다.
엑스터시 대용으로 사용된 슈퍼E의 경우 알약형태의 제품으로 지난해 9월 마약으로 지정됐으며 일부 투약자는 진짜 엑스터시인 줄 알고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마약은 단속사례가 거의 없어 안전하다는 의식이 확산된 데다 값이 싸고 효과도 빨라 클럽 등지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적발된 사람들은 대부분 20대 대학생과 직장인으로 홍대와 이태원 클럽에서 버젓이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집단으로 마약을 한 뒤 환각상태에서 파티를 즐겨 왔다.
그런가하면 지난달에는 클럽촌을 돌며 마약파티를 벌인 혐의로 클럽 업주, 유학생, 유흥업소 종사자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중국에서 엑스터시 등을 밀반입해 투약한 혐의 등으로 강남구 N클럽 사장 김모(33)씨와 용산구 이태원동 C클럽 DJ 안모(31)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마약을 투여한 해외 유학생과 유흥업소 종사자 등 4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강남에서 회원제 클럽을 운영하던 김씨는 올해 1월부터 지인으로부터 중국에서 밀반입된 엑스터시, 필로폰, 대마초 등을 사 클럽 동호회의 회원 50여 명에게 팔고 함께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역시 홍대와 이태원 인근 클럽에서 엑스터시를 투약하며 마약파티를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클럽 환각 파티에는 보통 200~300명이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다. 주말에는 원정 파티까지 즐겼다. 가평 리조트 등으로 가 환각상태에서 밤새 춤을 추며 마약을 투약했다. 이 원정 파티에는 무려 500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져 마약인구의 확산 실태를 보여줬다.
클럽서 무더기 환각파티
파티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강남의 부유층 자제나 해외 유학생, 유흥업소 종사자들이었다. 이들은 클럽과 관련한 인터넷 동호인 카페에서 활동하다 엑스터시 등을 판매해 온 클럽 사장 김씨와 접촉해 마약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흥 전문가는 “클럽에서 마약을 한 연예인들의 사건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클럽이 마약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클럽에서 마약을 접한 이들의 경우 환각상태에 클럽의 분위기까지 더해져 더욱 빠르게 마약에 중독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