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26탄] 롯데제과 ‘빼빼로’

어른도 홀린 정체불명 ‘빼빼로데이’누구냐 넌?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 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다이어리데이,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블랙데이, 로즈데이, 키스데이, 구구데이….’
유래가 명확치 않은 ‘소비촉진 기념일’들이다.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게 만드는 이들 기념일은 남녀노소 누구나 아는 특별한 ‘데이’로 인식된 지 오래다.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빼빼로데이’도 이중 하나다. 롯데제과에게 11월은 ‘대박의 달’이다. 1년 중 최대 대목인 빼빼로데이가 낀 탓이다. ‘1’이란 숫자가 네 번 연달아 겹쳐지는 11월11일은 막대형 과자와 모양이 흡사해 빼빼로데이라 불리는 기념일이다.

‘국민 과자’ 명성 지켜
‘불량 짝퉁’까지 등장

이날을 전후해 매년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고 있는 롯데제과는 올해도 마찬가지로 소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푸짐한 경품을 주는 등 기발한 빼빼로데이 마케팅을 전개 중이다.
1983년 첫 선을 보인 빼빼로는 독창적인 길쭉한 막대모양과 스틱형 과자에 초콜릿이 가미된 맛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농심의 ‘새우깡’과 함께 ‘국민 과자’란 명성을 얻고 있다.

롯데제과에 따르면 빼빼로는 출시 첫해 약 40억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2003년 300억원을 넘어선데 이어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560억원을 올리는 등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판매 실적이 지난 27년간 14배 정도 늘어난 것. 지난해까지 팔린 빼빼로만 무려 35억갑 이상이다. 국민 1인당 평균 70갑씩 먹은 셈이다.
특히 빼빼로는 전 국민에게 과자 공포증을 유발했던 ‘멜라민 파동’과 극심한 불황 한파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대내외 악재로 식품업계가 쑥대밭이 된 지난해 9월과 10월 빼빼로의 매출은 오히려 늘어 전년대비 약 50% 증가한 300억원을 기록했다.

식지 않는 빼빼로 인기의 일등 공신이 바로 빼빼로데이다. 빼빼로가 국민 과자로 올라선 것도 10년 넘게 지속된 빼빼로데이 덕분이란 평가가 절대적이다.
지난해 실적만 봐도 그렇다. 빼빼로데이를 앞둔 10월 한 달 매출은 연간 전체의 40%에 달했다. 빼빼로데이 특수 기간인 9∼11월 3개월간 매출로 따지면 각각 전년대비 30∼50%씩 늘어난 100억원, 210억원, 65억원 등으로 65%를 차지했다.

롯데제과가 시판 중인 빼빼로는 최초 제품인 ‘초코’(1983년 출시)를 비롯해 ▲아몬드(1984년) ▲딸기(1994년) ▲후레이크(1994년) ▲치즈(1995년) ▲커피(1995년) ▲땅콩(1996년) ▲헤이즐(1996년) ▲불고기(1996년) ▲땅콩크림(1997년) ▲누드(2000년) ▲블랙(2005년) ▲카카오(2006년) ▲레몬치즈(2007년) 등 모두 14종류다.
이 가운데 지난해 빼빼로데이 시즌에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700원짜리 오리지널 ‘초코 빼빼로’다. 롯데제과가 전국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110만개가 팔렸다. 이어 1000원짜리 ‘아몬드 빼빼로’, ‘누드 빼빼로’등이 뒤를 이었다. 


“여학생들 사이서 자연스럽게 시작”
<vs>“판매 늘리기 위한 업체 기획 작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10만원 이상 고가의 빼빼로 상품이 등장하는 등 초·중·고 10대에 머물렀던 빼빼로데이 소비층이 갈수록 성인들로 확대되고 있다”며 “덩달아 초콜릿 등 관련 제품들의 판매도 늘어 GS25,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 바이더웨이 등 편의점의 지난해 빼빼로데이 전후 평균 매출이 2007년에 비해 30∼50% 상승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롯데제과 측은 “지난해 특수기간인 9월부터 11월까지 팔린 빼빼로는 8100만여 갑으로 국민 1명이 1.6갑의 빼빼로를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 성수기(9·10·11월)엔 10∼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롯데제과는 11월11일 하루뿐만 아니라 매월 11일을 빼빼로데이로 굳히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롯데제과는 최근 ‘빼빼로 e-card 페스티벌’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전까지 11월11일에 국한했던 행사를 매월 11일로 확대한 것.
2010년 3월10일까지 진행되는 이 페스티벌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함께 친구의 이메일 주소(또는 휴대전화 번호)를 빼빼로 홈페이지(www.pepero.co.kr)에 올리면 매월 11일 전자카드(또는 문자)를 발송해 주는 행사다. 참가자에겐 매월 추첨을 통해 MP3와 콘솔게임기, 영화티켓 등을 제공한다. 빼빼로데이가 ‘범국민 기념일’로 자리 잡자 ‘짝퉁 빼빼로’까지 등장했다. 롯데제과로선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상술인 줄 알지만
올해도 선물하겠다”

문구점, 팬시점 등을 통해 유통되는 짝퉁들은 모양이 빼빼로와 비슷하지만 국적과 생산업체가 불분명한 불량품이다. 성분, 유통기한 또한 정확하지 않아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11월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유통기한이 1년 이상 지난 중국·태국산 빼빼로를 유통시킨 업자를 적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빼빼로데이를 두고 업체의 얄팍한 상술이란 비판도 있다. 지나친 상업적 발상으로 무리하게 소비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롯데제과 측은 빼빼로데이가 다른 기념일과 달리 학생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처음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회사 관계자는 “빼빼로데이는 1990년대 중반 부산 모 중학교의 여학생들이 빼빼로처럼 키 크고 날씬해지자는 의미로 11월11일 친구끼리 과자를 주고받기 시작한 것이 시초”라며 “부담 없는 가격으로 서로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빨리 자연스럽게 전국으로 퍼졌고 1990년대 말엔 가까운 일본으로까지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빼빼로데이가 탄생한 배경을 롯데제과가 판매를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한 작품으로 보고 있다.
마케팅업체 한 임원은 “빼빼로데이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과 같이 일본의 식품업체들이 1980년대 시작한 선물주기 캠페인의 후속편으로 볼 수 있다”며 “정을 나눈다는 차원에선 뜻 깊은 날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엔 업체가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상술이 교묘하게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도 빼빼로데이가 상술이 만든 기념일이란 의견 쪽에 쏠린다. 한 업체의 설문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눈 가리고 아웅’상술 도마에
슬그머니 용량 줄여 가격 인상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탈 ‘알바몬’이 지난해 11월11일 빼빼로데이를 맞아 대학생 9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82.6%가 “빼빼로데이는 상술이 빚어낸 기념일에 불과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재미있는 기념일 중 하나”란 응답은 15.8%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술인 줄 알지만 선물하겠다”는 응답자가 33.4%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롯데제과의 ‘눈 가리고 아웅’식 상술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빼빼로의 가격 인상을 노리고 슬그머니 제품 용량을 줄이는 편법을 동원한 게 대표적이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지난 2월 빼빼로의 용량을 33g에서 30g으로 10% 줄였다. 가격은 그대로 700원을 유지했다. 결국 용량 축소로 사실상 가격을 11% 올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발이다.
더욱이 롯데제과는 용량 축소 사실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 비난을 키웠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라 제품 겉면에 용량이 제대로 표기돼 있다면 용량 축소 시 이를 공지하지 않아도 되지만 소비자를 외면한 처사란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총용량 ‘33 ⇒ 30g’
축소 미공지로 비난

당시 롯데제과 측은 “환율 때문에 비용절감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제품의 용량을 줄였다”고 해명했지만 롯데제과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각각 1조2447억원, 897억원, 1847억원으로 전년보다 9.7%, 4.5%, 69.5% 증가한 만큼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롯데제과의 꼼수는 처음이 아니다. 

1983년 출시 때 빼빼로의 용량은 50g이었다. 이후 1997년 40g으로, 2000년 들어 33g으로 축소됐다. 눈에 띄는 점은 롯데제과가 지난해 30g으로 줄였다 여론이 들끊자 다시 33g으로 원상복구했다가 이번에 또 30g로 줄였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가격은 최초 200원에서 700원으로 뛰었다.

최근엔 묶음 포장의 빼빼로 가격이 도마에 올랐다. 한 언론의 취재 결과 롯데제과가 선보인 대용량 빼빼로 제품의 용량이 개별 제품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난 것.

이 언론은 “6봉 묶음 ‘초코 빼빼로’와 5봉 묶음 ‘아몬드 빼빼로’에서 롯데제과의 눈속임 흔적이 있다”며 “대용량 상품의 한 봉이 개별 제품보다 7g이 적었고 과자 개수도 2개가 적었지만 판매가격은 각각 더 비쌌다”고 보도했다.

빼빼로 논란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8일 공정위 국감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롯데제과가 껌과 과자 등의 용량을 줄이는 편법을 이용해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며 “롯데제과는 용량 감소를 통해 적게는 4%, 많게는 17.6%까지 가격을 올렸는데 이를 2개월이 지나도록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롯데제과는 제과업계 ‘빅4’ 중에서 나머지 회사 전체를 합친 것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규모가 크다”며 “이 같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상품의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하거나 유지·변경을 금하는 공정거래법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호열 공정위원장은 “롯데제과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거 해태제과가 과자 용량을 줄인 것에 대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한 바 있는 만큼 사실여부를 확인해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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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