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국감 ‘재벌 저격수’ 부진 왜?

대기업·총수 행태에 직격탄 의원들 부재
자체 정보력 상실…기업 로비 결과 분석도

국정감사가 싱겁게 막을 내렸다. ‘혹시나’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났다. 막말은 기본. 뻔한 질문에 뻔한 답변들이 오갔다. 툭 하면 지역구 민원성 발언이 나왔고 여야 간 정치공방으로 얼룩졌다. ‘국감 스타’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특히 해마다 대기업 행태에 직격탄을 날린 ‘재벌 저격수’들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 후끈 달아올라야 할 재계 국감장이 미지근하다 못해 서늘했던 이유를 캐봤다.

매년 국감의 단골 메뉴는 재벌이다. 그중에서도 기업 CEO 특히 재벌그룹 총수의 출석은 초미의 관심사다. 각기 다른 예민한 사안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 기업들이 국감철인 10월만 다가오면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폭로’ 없고 ‘이슈’ 없었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긴장은커녕 여유마저 흘렀다. 우선 지난해 국감 때와 비교해 기업인 증인이나 참고인 채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증인·참고인 명단에 간간히 재계 인사들이 끼어 있었지만 국회의 엄포를 무시한 채 아예 불출석한 경우가 허다했다. 그나마 국감장에 선 기업인들도 의원들의 딴청으로 뒷전에서 시간만 때우다 돌아가기 일쑤였다.

재계로선 국감이 흐지부지 끝나자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과거 숨죽여 지냈던 것과 달리 이번 국감 기간 중 “기업활력 증진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지연되고 있는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하라”고 정치권에 건의하는 등 큰 소리를 내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국감 도마에 오른 기업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 한결 홀가분했다”며 “설사 기업이나 임원들이 국감 타깃이 됐더라도 무사히 넘어가 다행”이라고 말했다.

후끈 달아올라야 할 재계 국감장이 미지근하다 못해 서늘했던 것은 ‘재벌 저격수’들의 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국감 때마다 화끈한 폭로와 뜨거운 이슈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의원들이 올해 유독 힘이 빠진 모습이다.

A의원은 재계에 거침없이 독설을 퍼붓는 ‘거포’로 유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좌장으로 꼽히는 A의원은 재벌그룹 중에서도 ‘○○그룹 저격수’로 통한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 본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의아해 하는 시각이 많다. 올해 국감장에선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수년째 정권과의 유착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는 등 ○○그룹을 집중 포화한 것과 대조된다.

B의원도 국감 때마다 재계를 벌벌 떨게 했다. 수사기관 출신답게 국회에 입성한 이후 줄곧 삐뚤어진 재벌그룹들의 행태 등을 낱낱이 파헤친 것. 지난해의 경우 모그룹의 비정상적인 경영 실태를 질타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올해엔 재계에 대해 별다른 지적 없이 조용히 넘어갔다.

지난해 국감에서 초선의 ‘재벌 저격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C의원과 D의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C의원은 모 회장의 비리 의혹을, D의원은 ‘회장님’들을 싸잡아 공격해 눈길을 끌었지만 올해는 ‘꿀 먹은 벙어리’ 신세다.

해당 의원들은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고군분투 중인 재계의 사정상 무차별적인 ‘호출’과 ‘공격’을 가급적 자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정치권과 재계 일부의 의견은 다르다. ‘재벌 저격수’들이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정보력 문제다. ‘총성 없는 전쟁터’인 국감에선 중요한 정보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 국감이 이른바 ‘정보전’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특히 국회에서 손꼽히는 ‘정보통’만 막강한 대기업을 건드릴 수 있다. 무심코 찔렀다간 역풍을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7월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당시 낙마의 결정적 요인으로 불거진 ‘빨대 논란’ 이후 정부의 각 부처는 물론 재계로 이어지는 ‘정보라인’마저 무너졌다는 게 정치권 한 인사의 전언이다.

그나마 복병으로 떠오른 몇몇 의원들이 재벌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지만 새 정보 없이 기존의 논란거리를 재탕 삼탕 우려먹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국감에서 재계 최대 쟁점이었던 투기로 의심되는 효성그룹 일가의 초호화 미국 부동산 보유 건도 의원들의 개인 작품이 아닌 미국 한 교포가 폭로한 의혹들을 그대로 나열한 수준에 그쳤다.

각 기업들의 로비 결과란 분석도 있다. 의원들의 정보력 상실 현상과 반대로 재계의 로비력이 빛을 발했다는 얘기다. 실제 국감 전부터 ‘살생부’에 오르내린 기업들은 대부분 대관업무 담당자들을 국회에 상주시키는 등 일찌감치 방어 태세를 갖췄다는 후문이다. 당초 국감 증인 리스트에 올랐으나 최종 선정 과정에서 제외된 재계 인사들도 한둘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옛 저격수들의 부재가 부각됐다. 재계의 숙적인 전 의원들의 ‘빈자리’가 올해 국감에서 더 커 보인 것. 국감뿐만 아니라 임기 내내 재벌그룹들의 치부를 과감히 들춰낸 노회찬, 심상정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재벌그룹에 대한 국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을 뒷받침하는 인물들이다.

 옛 거포들 ‘빈자리’ 크다

두 의원은 지난 17대 국회 때 대기업 지배구조, 경영권 세습, 각종 비리 등을 문제 삼아 재벌그룹에 날선 비판을 퍼부었으나 지난해 4·9 총선에서 낙마한 뒤 재기를 노리고 있다. 같은 노선을 걷고 있는 강기갑 의원이 홀로 재벌에 맞서고 있는 형국이지만 재계보다 서민 정치에 초점을 맞추면서 ‘재벌 저격수’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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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