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초부터 정부와 갈등 “사임 압박”
올초 공공기관 지정 반발 “중도 하차”
이정환 한국거래소(KRX) 이사장이 임기 중 돌연 사직해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지난 13일 갑자기 사직서를 회사에 제출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한국거래소 이사장직 사직서를 공식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이 이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오는 2011년 3월까지다. 아직 1년5개월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물러난 셈이다. 이 이사장은 두 달 전부터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내부의 혼란을 우려해 알리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재경부 국고국장과 공보관을 거쳐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정책상황실장을 지냈다. MB정부 출범 초기 이사장직에 취임했지만 방만 경영을 이유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정부와 갈등을 빚으며 사퇴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부가 올해 초 민간기관인 한국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자 이에 반발해오던 이 이사장이 중도 사퇴란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이사장이 거래소 허가주의법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용퇴를 결정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허가주의’란 자본금이 일정 수준 이상이고, 투자자 보호장치와 거래소 운영 시스템을 갖췄다면 어떤 회사라도 주식·선물 등 금융투자상품거래소를 설립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 법률이 통과할 경우 복수거래소 설립이 가능해 내년 초 열릴 예정인 공공기관 재심의 과정에서 한국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요건이 해소될 수 있다.
이 이사장은 “정부가 한국거래소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해 주면 사임하겠다고 그동안 밝힌 바 있다”며 “거래소에 허가주의를 도입하기 위한 의원입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어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이사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경영 공백이 불가피한 한국거래소는 새 이사장 후보를 선정할 ‘임원추천위원회’구성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추위 구성은 직원대표가 추천한 인사 1명과 거래소 사외이사, 이사회에서 선임한 외부인사로 10∼15명 정도로 구성된다.
여기서 복수의 후보자를 선정하면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승인을 받고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에 보고해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는 인사에 대해 대통령이 결정해 선임하는 절차를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