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와 상도동계 만찬 회동에 쏠린 시선
감사의 뜻으로 만찬 수락, 정치적 의미 없어
동교동계 핵심 인사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회동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당초 이날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만찬 회동이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동교동계의 맏형 권노갑 전 의원이 박지원 의원과 함께 서울 상도동 자택을 찾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만찬에 초청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지만, 애도기간인데다 이희호 여사가 슬픔에 잠겨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했으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하면서 무산됐다. 김 전 대통령도 “새로 날을 받아서 하자”고 했다.
한화갑 전 대표는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회동이 무산된 데 대해 “김 전 대통령이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 이 여사에게 위로전화도 주셨고, 우리와 밥을 한 끼 했으면 좋겠다고 해 감사하는 뜻에서 처음에 수락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49재가 남아있는데 그 기간 동안은 자숙하면서 국민의 추모열기에 보답할 생각을 해야 한다”며 “어디 가서 희희낙락하고 밥 먹는 모습이 과연 서거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우리가 할 일이냐”고 말했다.
그는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회동에 쏠린 정치권의 시선을 의식한 듯 “우리는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정치적 결사를 위해서 모인다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전 대표는 “과거에는 양쪽이 협력관계이자 라이벌 관계였다”며 “협력할 때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힘을 합친 것이고, 민주주의가 실현됐을 때는 함께 경계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을 계기로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사이에 화해가 이뤄졌다는 시선에 대해서는 “반대하진 않지만 생각은 좀 달리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이후 일방적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공격을 받아왔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런 공격에 한 번도 대항해 본 적이 없고 묵언으로 일관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 볼 때는 우리가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어 “용서와 화해는 피해자가 용서해주고 화해하자고 했을 때 진정한 화해이지, 가해자가 화해하자고 일방적으로 선언하면 화해가 되냐”며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병원에 와서 화해했다고 말할 때 앞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말씀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우리는 과거에 같이 민주화를 위해서 협력했던 사람으로서 그런 취지에 공감하고, 그리고 그런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처세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DJ의 뜻에 따라서 앞으로 우리에게 가해를 했던 모든 사람에 대해서 용서하고 화해할 작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