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원정 불륜' 폭로전 막전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3: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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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의 나비부인이 목사님의 그녀?

[일요시사=사회팀] 그동안 불거진 온갖 성추문 의혹은 '큰 목사님' 역시 여자를 밝히는 한 남자란 사실을 간증하는 듯 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목사님의 부적절한 외도가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은폐돼왔다는 의혹이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원정 불륜 의혹. 나비부인을 향한 조 목사의 마음은 진심이었을까. 




지난 14일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이하 모임)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 목사의 부적절한 불륜 관계와 조용기 일가의 수천억원대 재정 비리를 폭로했다.

사랑과 배신
은밀한 만남

조 목사는 세계 최대 단일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등록신도 48만명)의 원로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기독교 인사다. 그러나 조 목사를 위시한 조용기 일가는 그간 한국 기독교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왔다.

이번 기자회견으로 조용기 일가는 회복하기 힘든 수준의 도덕적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인의 장막 안에서 조용기 일가는 아직 건재하다. 오히려 교회 내부에선 조 목사가 피해자란 얘기도 나온다. 때문에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향후 조 목사를 반대하는 쪽과 옹호하는 쪽으로 갈려 심각한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모임은 "조용기 목사 일가의 재정 비리와 여성 문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더함공동체' 이진오 목사의 협력을 받은 이번 기자회견은 무려 수십쪽에 달하는 증빙자료가 첨부될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았다.


특히 <빠리의 나비부인>(2003)과 관련한 증거가 제시될 것이란 소문은 교회 안팎을 술렁이게 했다. <빠리의 나비부인>은 신도들 사이에선 금기로 분류된 '사탄의 책'이었다.

<빠리의 나비부인>은 프랑스 파리 국립 오페라단 최초의 한국인 소프라노 가수였던 정귀선씨가 쓴 소설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이 유명해진 건 정씨가 조 목사와 내연 관계에 있었으며 이후 배신당했다는 내용을 자전적 형태로 서술했기 때문이다.

장로들, 내연녀와 부적절한 관계 폭로
소프라노 정귀선씨 책 모두 실화 주장

모임에 따르면 조 목사는 책이 발간되자마자 시중에 나돌던 <빠리의 나비부인> 전량을 회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처 회수하지 못한 책도 있었다"고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빠리의 나비부인'을 검색하면 관련한 내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자회견 당일 오후 1시50분께.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은 수십대의 카메라와 기자회견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단상에 있던 김대진 장로, 김석균 장로, 박성태 장로, 하상옥 장로 등은 비장한 얼굴로 10분 뒤 있을 기자회견을 기다렸다.

그들의 등 뒤에는 '조용기 목사 일가 퇴진 촉구 기자회견'이란 구호가 적힌 플랜카드가 걸려 있었다. 플랜카드와 정면으로 마주본 곳에 설치된 빔 프로젝트는 곧 있을 기자회견을 위해 예열된 모습이었다.

오후 2시. 약속 시간이 되자 더함공동체의 이 목사가 마이크를 들었다. 그러나 기자회견 시작과 동시에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은 단상으로 밀려왔다. "너네 이런 것(기자회견) 하면 교회 망신시키는 거야"란 고함소리가 들렸고, "이런 걸 누가 하라 그랬어"란 외침과 함께 빔 프로젝트의 전원이 꺼졌다.


폭로 둘러싸고
교인 간 충돌 격화

험한 얼굴을 한 교인들이 기자회견을 무마하기 위해 몰려들자 모임 측은 단상을 에워싸고 이들을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모임 측과 교인 세력이 서로 가슴을 밀치고 멱살을 잡는 등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단상 뒤편의 싸움은 앞쪽보다 수위가 높았다. 흥분한 교인은 모임 측 한 장로의 멱살을 잡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그러자 옆에서 나타난 백발의 노인은 바닥에 쓰러진 장로를 발로 걷어차려 했다. 위급한 상황에서 이를 제지한 모임 측 인사는 "다 잘 되자고 이러는 건데 왜 그러시냐"며 노인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신경전으로 장내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강당에 놓인 간이 의자들은 차례로 쓰러졌다. "똑바로 하라고, 이 새끼들아"와 같은 거친 말도 간간이 들렸다. 멱살을 잡힌 한 장로는 "어차피 다 언론에 나갈 건데 마음대로 하라"며 "날 때려봐야 소용없다"고 체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자회견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긴 힘든 상황. 몇몇 교인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오후 2시10분께. 모임 측 장로들이 교인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사이 이 목사는 다시 마이크를 들고 단상 구석에 섰다. 그는 "우리는 조용기 목사 일가의 부패와 타락을 한국교회와 사회 가운데 고발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수십 명의 취재진은 이 목사를 에워쌌다. 그러자 성난 교인들은 기자들을 밀치고 들어와 이 목사의 마이크를 뺏으려 했다. 하지만 이 목사는 방해에 굴하지 않고 낭독문을 끝까지 읽어 내렸다.

이 목사는 지난 2000년부터 조 목사의 전횡을 비판해 온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처장을 역임했던 그는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서 다음과 같이 폭로했다.

우선 이 목사는  과거 조 목사가 교회 땅을 담보로 돈을 대출받은 뒤 <스포츠투데이>란 매체를 창간하자 이를 강력히 반대했다. 이에 조 목사는 이 목사에게 사람을 보내 "내 뒤에 김태촌과 조양은이 있는데 네가 이래도 되겠냐"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유명 깡패들과의 친분을 이용, 이 목사를 겁박한 것이다.

하지만 이 목사가 '마음대로 하라'며 강경한 태도를 취하자 이번엔 다시 조 목사 측이 3억원 제안하면서 회유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돈을 거절했고, 이후 조 목사는 이 목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끝까지 괴롭혔다. 이 소송은 조 목사의 패소로 끝났다.

협박 카드로
조폭들 활용?

하지만 조 목사에겐 또 다른 판도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바 원정 불륜 의혹. 2003년 출간한 <빠리의 나비부인>은 조 목사를 실제 모델로 한 소설이다.

이 목사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로 한 이종근 장로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의 불법감금으로 기자회견장에 올 수 없었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당시 원정 불륜 의혹을 은폐한 사람이 바로 이 장로였기 때문이다. 다음은 모임 측이 밝힌 원정 불륜 은폐의 전말이다.





이 장로는 조 목사의 대리인으로 지난 2003년 내연녀 정씨와 직접 만났다. 당시 이 장로는 '조용기 목사와의 어떠한 관계도 발설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정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5억원을 건넸다. 대신 이 장로는 정씨에게서 관련 자료가 담긴 가방을 넘겨받았다.

가방 안에는 이 장로와 정씨가 합의한 각서, 합의서, 입금 영수증, 조 목사가 정씨에게 '영혼의 부부'라며 준 반지, 시계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둘의 불륜 관계를 입증할 만한 조 목사의 점퍼, 스웨터, 꽃무늬 파자마, 민소매 상의, 흰색 팬티 등은 물론이고, 당시 함께 묵었던 호텔의 투숙 영수증까지 있었다. 이와 관련해 성인 남녀가 숙박업체에서 한 방에 투숙하면 불륜으로 볼 수 있다는 법률 해석이 있다.

내연녀 정씨는 <빠리의 나비부인>에서 조 목사를 처음 만난 장면을 묘사했다. 그는 1993년 5월 프랑스에 살던 강모씨(여)의 소개로 조 목사와 인연을 맺었으며, 조 목사의 구애에 마음이 흔들려 사랑에 빠졌다고 기술했다.

더불어 자신의 본명은 정모씨인데 조 목사가 이름을 정귀선으로 바꿔줬고, 수많은 밤을 함께 보냈다고 주장했다. 정씨가 책에서 불륜을 암시하며 쓴 표현은 '꿈같은 사랑을 나눴다' '달콤한 밤을 보냈다' '자기가 입던 잠옷을 건네주며…' 등이다.

"위로금 15억 건네고 평생비밀 각서 받아"
<빠리의 나비부인> 보니…"수많은 밤을 함께 보냈다"


<빠리의 나비부인> 출간 당시 기독교 전문매체인 <뉴스앤조이> 등 복수 언론은 취재에 들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목사는 책을 모두 회수했고, 정씨에게 교회 재정으로 추정되는 15억원을 건네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것으로 모임 측은 밝혔다.

지난 9월 모임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산하 윤리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이 장로, 하 장로 등 원정 불륜 무마에 관여한 핵심 인사들은 증인으로 출석해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모임의 진술과 증거자료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윤리위원회는 공문을 보내 조 목사의 퇴진을 정식 요청했다. 그러나 조 목사가 침묵을 지키자 기자회견이 준비됐고, 장막 안에 감춰져있던 조 목사의 불륜 의혹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교인들은 모임 측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의 발언을 장외에서 접한 교인들은 "(조 목사의) 아들들은 모르겠지만 조 목사님이 어떤 분인데 이럴 수 있냐" "이단이 판을 치는 걸 보니 말세의 징조다"란 반응을 내놨다.

또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한 여성 권사는 "너희들이 십일조라도 했냐"면서 "조 목사님은 세계적인 목사님이신데 세계적인 목사가 어떻게 도둑질을 하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조 목사 아들이 회장으로 있는 <국민일보>를 통해 해명을 내놨다. 강력한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국민일보> 기사에서 "오늘 기자회견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 중인 형사사건의 고발인들이 주도해 이루어진 것"이라며 "시중에 떠도는 유언비어 수준의 소문을 각색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법적 대응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회도 같은 날 '교회의 입장'이란 성명을 통해 "(기자회견 내용 중) 위법하거나 사실이 아닌 사항이 있을 경우 당회 차원에서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횡령·배임 이어
불륜도 드러날까

그러나 모임 측은 이번 폭로 내용이 한 점의 의혹 없는 사실이란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불륜 사실 외에도 현재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조용기 일가의 횡령·배임 혐의가 밝혀질 수 있도록 추가 고발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조용기 일가를 둘러싼 폭로전이 점차 가열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선량한 신도들만 고통 받고 있다는 지적이 교회 안팎으로 제기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조용기 일가 횡령·배임 의혹
추정 규모만 5000억?

지난 14일 모임은 '조용기 목사 일가 퇴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조 목사 일가의 5000억원대 횡령·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모임 측이 주장한 의혹 중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용기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던 순복음선교회는 1992년부터 98년까지 CCMM 빌딩을 건축하면서 교회로부터 1633억원을 빌렸다. 하지만 조 목사는 이 가운데 643억원만 돌려주고, 990억원을 반환하지 않았다.

모임에 따르면 공사 당시 조 목사의 장남 조희준씨가 운영하는(주)넥스트미디어코퍼레이션과 (주)퍼실리티매니지먼트코리아에는 각각 공사 대금 285억원과 166억원이 지급됐다.

둘째, 조 목사의 삼남 조승제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내셔날클럽매니지먼트그룹을 통해 순복음선교회로부터 CCMM 빌딩 3개층을 295억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조씨는 3년 뒤 다시 순복음선교회에 해당 층을 372억원에 되팔아 77억원의 부당 차익을 편취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셋째, 조 목사는 퇴직금으로만 200억원을 넘게 챙겼고,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연간 120억원씩 총 600억원의 특별선교비를 받았다. 하지만 특별선교비의 사용처는 불분명하다.

이에 대해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조 목사님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해 조작된 것"이란 입장을 <국민일보>를 통해 전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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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