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제16탄] 농심 ‘둥지냉면’

가공 냉면의 한계 “면맛 반, 조미료맛 반”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소비자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는 계절면 시장에서 ‘둥지냉면’의 기세가 무섭다. 농심의 ‘둥지냉면’은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을 맞아 마니아층이 생길 정도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사시사철 인기인 일반 라면과 달리 특정 계절에 판매율이 높은 계절면 시장은 그동안 한국야쿠르트의 ‘팔도비빔면’, 삼양식품의 ‘열무비빔면’, 오뚜기의 ‘메밀비빔면’등 비빔면류가 주도했다. 이 중 ‘팔도비빔면’이 단연 선두다. 1984년 출시된 ‘팔도비빔면’은 비빔국수를 라면으로 계량한 상품으로, 현재 5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비빔면 아성 깬다”
매출 갈수록 증가

‘라면의 본좌’ 농심이 이 아성을 깨기 위해 내놓은 야심작이 ‘둥지냉면’이다. 농심은 ‘둥지냉면’을 앞세워 ‘팔도비빔면’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농심은 2005년 ‘찰비빔면’을 출시, 승부수를 던졌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완패에 가깝다. 이에 지난해 5월 설욕을 벼르고 나온 제품이 ‘둥지냉면’으로, 농심은 내친 김에 ‘제2의 신라면 신화’까지 노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계절면 시장은 약 1500억원 규모다. 업계는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더운 날이 길어지면서 계절면 시장이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덩달아 400억원 규모인 인스턴트 냉면 시장도 올해 5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둥지냉면’의 지난해 매출은 110억원. 올해 목표는 200억원대다. 출시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가 아닐 수 없다. 농심은 ‘둥지냉면’의 시장 점유율을 20%대에서 올해 30%대 이상 끌어올린다는 복안으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회사 측은 “여름철뿐만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전년 동기 대비 매월 120%의 매출신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연초 계획했던 매출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봉지(1인분) 가격이 1400원인 ‘둥지냉면’은 일반 유명음식점에서나 맛볼 수 있는 냉면의 맛을 가정에서도 부담 없는 가격으로 손쉽게 만들어 먹는 장점이 있다.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한 건면 형태로 대량 구입과 장기 보관이 용이하고, 1인분씩 포장돼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출시 1년 만에 계절면 선두 ‘팔도비빔면’바짝 추격
튀기지 않는 ‘네스팅공법’적용…옛 궁중냉면 재현

농심은 이를 위해 자체 개발한 ‘네스팅 공법’을 적용했다. 기존의 냉장유통 냉면의 한계를 극복한 이 공법은 면발을 새 둥지처럼 말아 튀기지 않고 바람에 그대로 말리는 새로운 면 생산 방식이다. ‘둥지냉면’이란 제품명도 여기서 나왔다.
농심은 냉면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살리는 동시에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이 공법을 개발하기 위해 이태리의 건면 파스타 제조기술에 농심의 라면 제조 노하우를 접목했다. 약 2년의 연구 기간 동안 건면으로 둥지 모양을 잡기 위해 밀 144톤 가량, 메밀 5톤 가량의 원료가 들어갔다. 이는 ‘둥지냉면’ 120만 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특히 ‘둥지냉면’은 정통 냉면을 간편식으로 재현했다. 이 제품의 종류는 물냉면과 비빔냉면 두 가지다. 

‘둥지냉면 물냉면’은 국산 배와 국산 무로 담근 동치미 육수를 사용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살렸다. 농심은 고종 황제가 평소 즐기던 시원하고 깔끔한 궁중냉면을 구현하기 위해 궁중요리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
‘둥지냉면 비빔냉면’은 국산 배와 홍고추를 갈아 만든 비빔장을 저온에서 7일간 숙성해 매콤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물냉면에 달걀이나 메추리알, 배, 오이채 등을, 비빔냉면에 열무김치 등을 고명으로 곁들이면 맛이 더욱 살아난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너무 짜다”…나트륨 과다 탓? 
“조미료 맛이”…향미증진제 탓?

농심은 올해 ‘냉면 세계화의 원년’으로 선포, ‘둥지냉면’의 세계화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시장 수출을 확대해 한국 전통 면음식인 냉면의 세계화에 앞장설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둥지냉면’은 맛과 품질 면에서 일반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냉면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냉면을 부담 없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통 냉면을 표방한 ‘둥지냉면’의 맛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모든 식품이 그렇듯 ‘맛있다’는 호평과 ‘맛없다’는 악평이 엇갈리고 있는 것.
‘친 둥지파’들은 블로그 등을 통해 “‘둥지냉면’은 시중에 나온 냉면 제품 중 가장 냉면다운 냉면”이라며 “시원한 육수와 면발의 적절한 조화로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고 치켜세우고 있다.

문제는 까다로운(?) 입맛이다. ‘둥지냉면’의 맛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너무 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둥지냉면(물냉면·161g)’ 1봉지의 나트륨 함량은 1940mg으로,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1일 권장량(성인 기준 2000mg 미만) 대비 97%에 달하는 양이다. 다른 냉면 제품들의 경우 ▲오뚜기 ‘김장 동치미 평양 물냉면(500g)’3820mg ▲풀무원 ‘동치미 물냉면(495g)’2030mg ▲청정원 ‘우리밀 메일싹 물냉면(505g)’2460mg ▲CJ프레시안 ‘남도 매실냉면(430.8g)’1520mg ▲한국야쿠르트 ‘팔도 평양 물냉면(460g)’2610mg 등이다.

1봉지 나트륨 함량
1일 권장량 육박

이들 제품은 외관상으론 ‘둥지냉면’에 비해 1일 권장량 대비율은 물론 훨씬 많은 나트륨을 함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제품중량을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각 제품들의 1g당 나트륨 함량을 비교한 결과 농심의 ‘둥지냉면’은 12.05mg으로 ▲오뚜기 ‘김장 동치미 평양 물냉면’ 7.64mg ▲풀무원 ‘동치미 물냉면’ 4.10mg ▲청정원 ‘우리밀 메일싹 물냉면’ 4.87mg ▲CJ프레시안 ‘남도 매실냉면’ 3.53mg ▲한국야쿠르트 ‘팔도 평양 물냉면’ 5.67mg 등보다 2∼4배가량 나트륨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가공식품, 그중에서도 국물이 있는 냉면류 식품은 상대적으로 나트륨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며 “당국이 국민들의 나트륨 섭취 저감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식품업계의 나트륨 남용은 여전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둥지냉면’의 짠맛과 더불어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화학조미료(MSG) 첨가 여부다. 일부 소비자들은 “조미료 향이 너무 진하게 난다”며 ‘둥지냉면’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너무 조미료 맛과 향이 강해서 못 먹겠더라고요.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긴 하지만 육수에서 역한 냄새가 심합니다. 물냉면은 육수 맛인데 그 육수가 이상하니 말 다했죠. 조미료나 감미료 맛이 나 면만 건져 먹고 국물은 거의 버렸어요. 진짜 냉면까진 기대하지 않았지만 냉면이 아니라 조미료 탕에 가깝습니다.”

핵산계 조미료 첨가
“극소량…인체무해”

이런 와중에 한 냉면 전문가의 품평이 눈길을 끈다. 최근 모 언론이 수십년 동안 평양냉면을 연구해온 전문가에게 둥지냉면을 포함해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5종류의 인스턴트 냉면들에 대한 평가를 맡긴 것. 보통 비빔면 제품이 맵고 진한 비빔장이 특징인 ‘함흥식’이라면 인스턴트 물냉면은 육수로 동치미 국물이 들어가는 ‘평양식’이다.

이 전문가는 테스트 결과 면은 5종류가 모두 비슷하지만 육수에서 다소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모든 제품에서 단맛이 나는 가운데 이 중 ‘둥지냉면’ 육수가 가장 좋지 않다”며 “지나치게 감미료 맛이 난다”고 지적했다.
‘둥지냉면’에서 조미료 향이 진하게 나는 이유는 달고 시원한 향을 인공적으로 더해주는 ‘향미증진제’가 들어간 탓으로 분석된다. ‘둥지냉면’ 스프의 원재료는 고과당, 사과식초, 비프육수추출물, 무추출베이스, 배퓨레, 동치미추출농축액, 정제포도당, 정제염, 정백당, 정제수, 덱스트린, 양조간장, 치킨육수추출물, 맛베이스, 향미액, 화이트식초, 겨자맛페이스트, 구연산, 매실농축액, 합성착향료(오이향), 감초엑기스분말, 향미증진제, 건무, 건오이채, 건배추후레이크, 건배추, 볶음참깨 등이다.

농심은 이들 재료 외의 원료와 양을 ‘기업비밀’이란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농심 측은 ‘둥지냉면’에 화학조미료(MSG)를 전혀 첨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농심은 MSG 물질인 L-글루타민산나트륨만 사용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실제 ‘둥지냉면’에 첨가된 향미증진제는 핵산계 조미료인 이노신산이나트륨과 구아닐산이나트륨, 호박산이나트륨 등 합성첨가물로 구성돼 있다.

이기우 전 의원은 2007년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MSG인 L-글루타민산나트륨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향미증진제엔 이노신산나트륨이나 구아닐산나트륨 등 다른 인공조미료가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며 “식품업체에서 가공식품에 사용하고 있는 ‘무MSG’등과 같은 표시는 화학조미료 중에서 L-글루타민산나트륨만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인데도 소비자들은 마치 모든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은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MSG는 비타민 B6의 결핍을 초래해 과도하게 섭취하면 무력감, 두통, 발열 등을 유발하고 심하면 우울증이나 자폐증, 저혈당증을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 따라서 식품업체들은 제품에 MSG를 아예 넣지 않거나 줄이는 추세다.

농심 측은 나트륨 과다 함량과 향미증진제 사용 논란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건조식인 ‘둥지냉면’과 이미 제품에 물이 들어가 있는 냉장용인 타사 제품의 나트륨 함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며 “‘둥지냉면’은 조리 시 중량이 기존 161g에서 (물을 포함해) 500g 이상으로 늘어나는데 이 경우 타사 제품과 1g당 나트륨 함량을 비교하면 서로 비슷하거나 둥지냉면이 적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노신산이나트륨과 구아닐산이나트륨, 호박산이나트륨 등의 향미증진제를 쓰는 것은 맞지만 전체 0.03% 미만의 아주 극소량에 불과해 인체에 전혀 무해하다”며 “‘둥지냉면’에서 조미료 맛이 나는 건 향미증진제 때문이 아닌 소고기육수, 치킨육수베이스 등을 추출한 천연첨가물 향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농심은 2007년 3월 이후부터 모든 제품에 MSG를 사용하지 않는 등 지속적으로 천연조미료를 개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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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