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국감 관전포인트> 증인 출석 기업인 누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0.14 13: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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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면 튀는 회장님 또 삼십육계 줄행랑?

[일요시사=경제1팀] 14일부터 11월2일까지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이번 국감에서는 200명에 가까운 기업인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역대 최대 규모다. 기업인들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피감기관이 600곳이 넘고 국감 기간도 휴일을 빼면 보름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부실·파행 국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에 200명에 가까운 기업인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지난 19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채택된 기업인 증인은 145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이마저도 경신,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감 이슈는 다양하다.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갑을 관행, 대·중소기업 상생 등 경제민주화 관련 이슈들로부터 통상임금, 4대강 담합, 동양 사태, 불산 사고 등 지난 1년을 뜨겁게 달궜던 기업 관련 이슈와 주요그룹 총수들의 모럴 헤저드까지 더해져 '기업감사'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현안도 많고
증인도 많고

지난 4일 전체회의를 통해 국감 증인 및 참고인 출석요구 의견을 가결한 정무위원회는 55명의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최근 금융권에서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오른 '동양 사태'와 관련, 동양증권이 동양그룹 계열사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개인투자자에게 적극 권유하는 등 불완전판매를 했는지 따져보기 위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이승국 전 동양증권 사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정무위는 또 자본시장법 위반 및 주가조작 여부를 묻기 위해 이상준 전 골든브릿지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꺾기 등 부당영업 행위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 박영빈 경남은행장을 채택했다.

이어 정부의 대부업체 저축은행 인수 가이드라인 마련과 관련해 최윤 아프로파이낸셜그룹 회장과 이동신 산와머니 대표를 부르기로 했다. 아프로파이낸셜과 산와머니는 대부 업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양석승 한국대부금융협회 회장과 문종복 신한신용정보 대표, 장유환 KB신용정보 대표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종화 금융결제원 원장과 오필현 한국신용카드밴협회 회장은 밴(VAN)수수료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스티븐 바넷 AIG손해보험 대표와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 존 와일리 ING생명 대표는 민원 과다 발생 및 감축 노력 미흡으로 증인 명단에 올랐으며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 김양진 우리은행 수석 부행장은 지주회사 은행경영 불간섭과 관련해 증인으로 선정됐다.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국토교통위원회도 4일 전체회의를 열고 52명의 기업인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올해 국토위 국감에서는 4대강 사업 의혹에 대한 신문이 핵심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감? 기감?…'묻지마' 무더기 증인 채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출석 여부 관심 집중

이와 관련해 허창수 GS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장)과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종환·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과 심명필 전 국토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 장석효 전 도로공사 사장, 김철문 전 청와대 행정관 등 이명박 정부 인사들도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이순병 동부건설 부회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등 주요 건설사 대표이사들은 공사손해보험과 관련한 계열사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중근 부영 회장은 건설원가 부풀리기 의혹과 부영11차 분양전환 등과 관련해 두 차례 국감 출석요구를 받았으며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해외건설노동자의 안전문제와 관련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20명의 기업인 증인을 채택한 환경노동위원회의 국감에서는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불법파견 의혹과 4대강 사업 책임 논란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와 함께 쌍용자동차 사태 해법과 간접고용 문제, 유해화학물질 사고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와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유일 쌍용차 사장과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김규한 쌍용차 노조 위원장이 증인으로 나온다.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는 환노위와 정무위 두 곳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으며 윤갑한 현대차 사장, 이유일 쌍용차 사장, 장정우 서울메트로 사장, 최연혜 코레일 사장 등이 증인으로 나온다.

김영만 한국마사회장 직무대행과 이수길 한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장이 마필관리사 간접고용과 산업안전관리 문제와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유일하게 하청업체에 연구수행 관련업무를 맡겨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원자력연구원에서는 정연호 원장이 증인으로 참석한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과 샤시 쉐커라파카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증인석에 앉게 됐으며 전동수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유출 사고에 대한 질의에 답할 예정이다. 최봉철 현대제철 부사장은 현대제철 당진공장 질식사고 등 산재 문제로 증인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재계 아우성
줄소환 논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증인 목록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름을 올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가맹점·대리점에 대한 횡포와 골목상권 침탈 등 대기업 횡포와 관련해 출석할 예정이다. 신 회장과 함께 증인 목록에 이름을 올린 김성환 신세계푸드 대표이사는 중소납품업체 기술 탈취, 허인철 이마트 대표이사는 주변상권 대상 발전기금 조성 등의 사유로 국감장에 서게 됐다.

막판 진통을 겪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출석 여부는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이사가 출석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또 명품 브랜드의 백화점 내 입점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조현욱 루이비통코리아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수년째 반복되는 여름철 전력난 문제와 관련해서는 오창관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와 유정준 SK E&S 대표이사 등이 증인대에 선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이석채 KT 회장과 종합편성채널 관계자들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KT의 노조탄압 의혹과 경영실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오는 28일∼31일까지 아프리카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이번 국감 참석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증인 채택 기업인
이번엔 나올까?

미방위는 '막말 편파방송 의혹' '종편 승인자료 위법·편법 사례 검증'등을 이유로 김차수 채널A 보도본부장과 김민배 TV조선 보도본부장 등 종편관계자들과 사업자 선정 당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이병기 전 방통위 상임위원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와 관련해서는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문재철 KT스카이라이트 사장과 김정수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이 모두 증인으로 채택됐다.

'통신사의 대리점 대상 횡포근절 및 상생협력 방안'과 관련해서는 최주식 LG유플러스 부사장, '휴대폰 단말기 가격의 적절성 여부 및 소비자 보호문제'와 관련해서는 백남육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과 박종석 LG전자 MC사업본부 본부장이 증인으로 결정됐다.

원전 비리사태와 관련, 최명규 JS전선 대표이사와 오인석 새한티이피 대표이사 등이 증인으로 불려올 예정이다.

기획재정위원회는 역외탈세 의혹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재국씨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3남인 선용씨가 증인대에 서게 됐다.


이해광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부동산 세제 관련,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중소기업 지원과 관련해 일반 증인으로 채택됐다.

200명에 가까운 기업인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된 가운데 기업인 무더기 증인 채택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악용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정무위는 32명의 기업인을 채택했지만 재벌그룹 회장 등 6명이 불출석했다. 출석한 증인들도 절반 가량은 자리만 지키다 국감장을 떴다.

기업들의 불만도 뒤따르고 있다. 국감의 본래 취지인 '정책 감사'가 아닌 '기업 감사'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6일 공식 성명을 통해 "국감 증인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국가기관의 기관장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 기업인 증인 채택은 예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 환경 속에서 촌각을 다퉈야 하는 기업 대표들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경영에 전념할 수 없어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고 무분별한 증인 채택 자제를 촉구했다.

피감기관도 증인도 역대 최다
10대그룹 중 8곳 증언대 선다

국회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출석이나 제대로 하고 불만을 표시하라는 것. 그간 기업인들은 국감 때마다 해외출장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을 기피해 여론의 표적이 됐다.

지난해에는 정무위 국감이 증인 불출석으로 파행되는 난항을 겪기도 했다. 증인으로 채택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등이 약속이라도 한 듯 전원 불참했다. 당시 정무위는 격노했고 청문회에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한 기업인들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법원도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 4월 재판부는 신동빈 회장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에는 벌금형으로 끝나지만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 최대 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 이례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회에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15년 이상 국감을 해 본 경험에서 말한다"면서 "국회의 의례적인 권위를 뽐낼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인으로 불러놓고 하루 종일 말 한마디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며 "기업인 증인 채택은 더욱 신중하게 선택하고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부실·파행 국감에 대한 우려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국감을 받는 피감기관 숫자가 600곳을 넘고, 휴일은 제외하면 보름 정도에 불과해 제대로 된 감사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으로 피감기관이 60곳이 넘는 산업위는 의원 1명당 질의시간이 10분도 채 안된다.

국감 전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여야의 정쟁이 파행을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은 '정치국감'이 아닌 '정책국감'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이명박정부의 국정실패부터 현 정부의 국정난맥상까지 날카롭게 파고들겠다는 각오다.

특히 최근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동양그룹 사태의 피해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 있다는 내용의 국감자료를 내놓아 파장을 일으켰다.

엇갈리는 의견들
파행 국감 우려

민 의원은 "박 대통령이 도덕적 해이 논란이 있는 현재현 회장을 대통령 해외 순방 때마다 수행시켜, 개인투자자들에게 동양그룹에 대한 공신력을 오인하도록 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세상 모든 일을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막말정치"라고 비판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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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