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택배 딜레마’사연

차린 밥상에 손님 없고 젓가락 장단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시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대북사업 악재가 잇달아 터지면서 목매던 ‘북문’이 닫힌 지 벌써 1년째다. 매출손실만 1500억원. 직원도 절반만 남았다. 현 회장은 “절대 포기는 없다”며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미사일 시위’로 현대그룹의 생존 의지마저 꺾고 있다. 이 와중에 현 회장에게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내부 장악용’으로 만지작거리고 있는 비장의 카드가 말썽이다.

현대택배 통해 그룹 지배력 강화 밑그림
실적 추락, 인사 파문 등 구설수로 고민

현대택배가 현대그룹 경영구도의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로 떠오른 것. 현대그룹은 현대택배를 중심으로 그룹 전체 지배구도가 새로 짜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계열사 현대유엔아이(U&I)와 현대증권을 통해 정리금융공사의 현대택배 지분 20.59%(251만 주)를 약 185억원에 인수했다.

현대유엔아이와 현대증권은 컨소시엄 형태로 현대택배 지분을 인수했는데, 각각 15.60%, 4.99%를 사들였다. 이로써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소유한 지분 47.15%를 포함해 현대택배 지분 67.74%를 보유하게 됐다.

그룹 컨트롤타워 부상

예금보험공사 산하 정리금융공사는 2000년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 현대그룹의 두 계열사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투자증권(현 푸르덴셜증권)이 소유한 현대택배 주식을 145억원에 확보했었다. 현대그룹은 9년 만에 현대택배 지분을 되찾은 셈이다. 업계에선 현대그룹의 현대택배 지분 인수에 따라 현정은 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택배→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택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 형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현대택배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19.84%이며,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지분 19.30%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다시 현대증권, 현대아산 등 주요 계열사를 비롯해 현대택배 지분 47.15%를 갖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도 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현 회장 개인의 지배력은 상대적으로 낮다. 현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3.92%로, 2006년 3월 KCC의 지분을 사들인 독일회사 쉰들러(25.50%)보다 적다.

다만 현 회장은 모친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 등 특수관계인의 우호지분을 40% 이상 확보하고 있다. 현대상선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 회장은 현대상선 지분 1.51%를 보유하고 있지만, 역시 과거 적대적 M&A를 시도했던 현대중공업(17.60%), KCC(5.04%) 등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 반면 현 회장은 현대택배 지분 12.61%를 보유 중이다. 특히 그는 이번 현대택배 지분 인수 주축인 현대유앤아이의 최대주주(68.20%)로, 이를 통해 현대택배뿐만 아니라 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한층 강화됐다. 현대유엔아이는 현 회장의 장녀 정지이 전무도 지분 9.10%를 보유해 총수일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시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이 지주사 역할로 유력하지만, 최근 현대택배 지분 인수와 현대택배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높이고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지분을 늘리는 추세를 보면 현 회장이 현대택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택배가 이렇다 할 성적을 내놓지 못하면서 현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눈치다. 국내 택배업계 판도는 2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택배-대한통운-한진 순으로 ‘빅3’구도였으나 2007년 대한통운이 현대택배를 제친 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도 대한통운이 3655억원의 매출(1억5800만 상자)을 올려 3551억원에 그친 현대택배(1억4200만 상자)를 앞섰다. 현대택배는 롯데홈쇼핑 등 대형 화주들을 대한통운 등 경쟁업체에 뺏기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급기야 신흥 강호로 부상한 CJ택배((1억4000만 상자)와 한진(1억4150만 상자)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와 현대택배는 2위는커녕 4위로 추락할 위기다. 업계에선 올 상반기 이미 CJ택배가 현대택배를 밀어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 회장으로선 현대택배의 부진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적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지배구조에서 ‘강한 고리’역할을 할 수 있는 탓이다.

현 회장은 지난달 현대택배 창립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현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진행한 것과 대조된다. 현 회장은 당시 현대택배 임직원들에게 노고와 축하의 뜻을 전한 바 있다. 현대택배의 사장 교체를 두고 나오는 ‘뒷말’도 현 회장을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택배는 2004년 1월 취임한 ‘물류통’김병훈 전 사장 대신 ‘재무통’박재영 사장을 선임했다. 택배사업 특성상 물류전문가가 아닌 재무전문가가 수장 자리에 않았다는 점에서 인사 배경을 놓고 말들이 많았다. 김 전 사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표를 던져 의문을 더했다. 당시 현 회장은 박 사장에게 대표이사직까지 넘겼다. 박 사장이 현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게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일각에서 그럴싸하게 나돌고 있는 김 전 사장의 ‘항명설’이 눈길을 끈다.

‘고리’가 약해서야…

현대아산의 양평 콘도사업 지급보증과 관련 김 전 사장이 현 회장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는 내용의 이 항명설은 김 전 사장 사임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대그룹 측은 “김 전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고 일축했지만, 그룹 안팎에선 현 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김 전 사장이 사퇴 압력을 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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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