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뿌레땅 뿌르국’식 어이없는 인사 후유증

과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가릴 수 없다’는 게 자연의 섭리이자 세상의 이치다. 물론 손바닥을 들이대 눈을 가린다면 하늘을 가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불가항력적인 일임에 분명하다.

그런데도 대명천지에 한낱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 초자연적이고 몰상식한 상황이 벌어져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국정원장, 국세청장과 더불어 국가 3대 권력기관의 수장인 검찰총장으로 내정됐다가 어이없게(?) 낙마한 ‘천성관 인사파동’은 현 정권이 얼마나 국민을 무시하는 ‘안하무인 정권’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무리 인재가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공직자보다 범법자에 가까운 인사를 다른 자리도 아닌 법을 집행하는 사법기관의 수장에 앉히려 했는지 묻고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인사파동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보면 국민된 입장에서 참으로 통탄할 내용들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사람을 제대로 된 검증절차도 없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내세웠던 것일까.

혹여 과거처럼 인사청문회 제도가 없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에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해진다. 여과 없이 대통령이 곧바로 임명했으니 자격 여하를 불문하고 검찰의 수장이 되어 자신보다 죄질이 가벼운 서민들에게 무소불위의 칼을 휘둘렀을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검찰 내 공안통인 천성관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도 애꿎은 인명을 앗아간 용산철거민 참사를 비롯해, 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 사건, 광우병 보도와 관련한 MBC <PD수첩>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한 장본인이 아니었던가.


아마도 그것이 대통령의 뇌리에 깊게 각인이 되어 ‘보은인사’ 차원에서 서둘러 올리려다 보니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막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예로부터 나랏님은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 재주와 능력을 보기 전에 먼저 인간 됨됨이를 꼼꼼히 살피고 따졌다. 그가 가진 재능을 귀히 쓰기 위함이었다. 자칫 재주만 보고 썼다가 그릇된 인간성 때문에 훗날 화를 자초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번 검찰총장 인사에서 검사로서 공안사건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천성관의 재능만 봤지 인간 됨됨이는 하나도 살피지 않았다. 그것이 작금의 사태를 초래한 주요 요인인 것이다.

동생과 지인(?) 등에게 23억5000만원을 빌려 28억7000만원짜리 호화 아파트를 구입하고, 조건없이 리스를 승계받아 고급승용차를 공짜로 탔으며, 최근 자식의 결혼식을 교외에서 조촐하게 올렸다 하기에 알고 봤더니 대한민국에서 하나뿐인 6성급 호텔 야외에서 초호화판으로 치렀고, 돈 빌려준 지인과 부부동반으로 수차례 해외 골프여행을 다녀와 놓고도 청문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한 사람이 바로 천성관이었다.

이를 두고 청문회장에서 한 여당 국회의원은 “24년간이나 공직생활을 한 사람이 그 정도로밖에 못살면서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처지가 딱하다”고 두둔하며 혀까지 찼으니 이 어찌 가관이 아니겠는가. 요즘 세태풍자로 인기를 끌고 있는 모 방송사의 개그 코너 <뿌레땅 뿌르국>의 소재로나 설정할 법한 한심스런 상황 앞에서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사시 22회인 천성관의 검찰총장 발탁은 군으로 치자면 군단장과 군사령관도 거치지 않은 일개 사단장을 곧장 참모총장으로 세 단계나 끌어올린 ‘제멋대로 인사’의 전형이란 점에서 파격을 논하기조차 구차하고 입만 아플 따름이었다.

그로 인해 관례대로 애꿎은 10여명의 유능한 선배 동료 검사들이 등 떠밀리다시피 옷을 벗었고, 쇄신을 꿈꾸던 검찰은 다시 총장 후보자를 엄선할 때까지 조직의 혼란과 업무공백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 헌법에 보장된 인사권을 엿장수 가위질하듯 맘대로 휘두른 대통령의 잘못임을 모르는 국민은 단 한 명도 없다. 쇄신도 좋고 파격도 좋지만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쇄신, 국민이 이해하는 파격이 아니라면 한낱 위험한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인사가 만사(萬事)라지만 이 같은 <뿌레땅 뿌르국>에서나 나올 법한 어처구니없는 인사는 세계인의 웃음거리임에 분명하다.

기왕지사 쓸 거라면 제대로 고르고 걸러 쓰던가, 아니면 처음부터 조직이라도 흔들지 말 것이지, 이제 와서 천성관이 자진해서 물러나겠다니 “검찰의 최고책임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말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다렸다는 듯 내정을 철회한 처사는 제 발등 자기가 찍어놓고 도끼 탓하는 격이다.

한 번만 생각하고 한 번만 더 유심히 살폈더라면 국민들의 가슴에 이토록 처절한 실망감과 분노는 안겨주지 않았을 텐데 참으로 딱하고 유감스럽기 그지없다.

따라서 청와대는 비록 사후약방문이긴 하지만 이번 인사파동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 한 번 구멍 난 인사검증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대통령이 제대로 된 인사를 행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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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