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 그녀들이 사는 법<천태만상>

단추 스스로 풀어헤치고 “봉 잡았다”

경기불황으로 서민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꽃뱀’을 선택한 여성들이 있다. 그녀들은 ‘반반한’ 얼굴과 ‘뻔뻔한’ 태도로 남성들을 한순간에 궁지로 몰아넣고 경찰에 눈물로 호소, 결국에는 수백에서 많게는 천 단위의 돈을 뜯어내는 지능범이다. 반면 남성들은 한없이 불리한 위치가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건이 터지면 경찰들조차 여성들에게 온정주의적인 태도를 보내고 남성들을 피의자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이 작심하고 성추행 혐의를 남성에게 뒤집어씌우면 남성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에 끝까지 싸우는 남성들도 있기는 하겠지만 대부분은 ‘XX개에 물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남성들의 이런 태도들이 또 다른 꽃뱀들을 양산하고 있다. 도대체 이들 꽃뱀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30대 후반의 전문직 종사자인 최모씨. 그는 최근 태어나서 ‘이보다 황당할 수는 없는’ 일을 당했다. 방송이나 주변의 이야기로만 치부해왔던 꽃뱀의 덤터기에 제대로 당했던 것이다.
그가 찜질방에서 자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사실 아무리 늦어도 택시라도 타고 집에 들어가기 때문에 찜질방에 갈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날은 오랜만에 새벽까지 많은 술을 마셨고 자칫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가는 다음 날 아침 출근에 지장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여성과 경찰서행
알고 보니 ‘꽃뱀’

결국 찜질방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는 어차피 술에 많이 취했기에 찜질방에 들어가자마자 세상  모르고 잤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찜질방 내부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더니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실눈을 떠서 상황을 살펴봤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결국 최씨는 다시 잠이 들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잠시 후 경찰이 찜질방으로 들이닥쳤고 결국 그는 영문도 모른 채 한 낯선 여인과 경찰서로 끌려가야 했다. 난생 처음 보는 그녀는 경찰서에서 울먹이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최씨는 이를 기억하지 못했다.

찜질방서 자다가 봉변…‘아차’하는 순간 성추행범?
여성의 수작 ‘집요’, 구체적 정황 진술하며 ‘올가미’
심야 만취 남성 대리운전 수법으로 꽃뱀짓 하기도
남성들 “꽃뱀 사기 방지 특별법을 만들어라” 성토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며 ‘혹시나 내가 나도 모르게 성추행을 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자신이 그럴 리가 없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술을 먹고 자신이 하는 행동들은 대부분 무의식적인 ‘습관’일 가능성이 많고 그런 점에서 최씨는 이제껏 아무리 술을 많이 먹어도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꽃뱀의 수작에 걸려든 것.

하지만 여성의 주장은 집요했다. 그녀는 매우 구체적으로 상황을 진술했던 것이다. 예를 들면 ‘몇 시쯤 남자가 자신의 가슴 부위를 쓰다듬고 이와 동시에 자신의 성기를 엉덩이에 밀착시켰다’는 식이었다. 여자의 진술이 워낙 구체적이다 보니 경찰은 그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최씨도 이에 완강히 부인하며 ‘억울하다’ ‘저 여자는 꽃뱀인 것 같다’며 경찰에서 말했지만 그럴수록 여자는 더욱 더 눈물을 흘리면서 ‘저 남자를 당장 집어넣어라’ ‘난 돈 때문에 이런 거 아니다. 합의는 해준다고 해도 안 할 것이다. 여자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얘기를 계속했다.

결국 최씨는 불구속될 위기에 처하면서 합의금 500만원을 물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계속해서 문제를 발생시키면 결국 궁극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그때는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진실을 말해도 그 진실이 털끝만큼도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도 많이 놀랐다. 모든 정황과 사건은 여성을 위주로 돌아가고 있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비록 서로 제시할 수 있는 증거는 없었지만 여자의 울음에 경찰들이 동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찜찔방 같은 곳에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다. 꽃뱀들의 비열한 인간성에 많은 실망을 했고 이제는 낯선 여자가 두려워지기까지 한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꽃뱀에게 당했다는 사례는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 사실 그녀들이 작심하고 달려들 때는 남성들에게 불리한 것이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대리운전 기사로 접근해 성추행 혐의를 남성에게 뒤집어씌우고 돈을 뜯어내는 유형의 꽃뱀도 있다. 그녀들은 심야에 만취한 남성의 차를 운전하는 등의 수법으로 꽃뱀 짓을 하곤 한다.

이모씨가 여성 대리운전을 통해 집으로 가던 중에 갑자기 술이 깬 것은 그녀가 차를 한적한 4차선 도로 갓길에 세웠기 때문이다. 당시 도로가 막히는 것도 없었고 차를 세울 필요도 없었기에 이씨는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별 대답 없이 전화기를 들어 통화를 시작했다.

“그때는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녀의 상의 단추가 3개 정도 풀어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디선가 ‘꽃뱀 여성 대리운전’에 대한 얘기를 듣긴 들었던 터라 이씨는 순간적으로 차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문은 이미 잠긴 상태였고 바로 뒷 차에서 누군가 내려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건장한 남성의 말은 ‘그녀는 내 아내인데 왜 성추행을 했느냐’는 것이었다. 지금 당장 합의금을 내놓지 않으면 경찰서로 가자는 것은 당연히(?) 이어지는 협박의 수순이었다. 결국 그는 경찰서에 가서 끝까지 싸운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말 그대로 ‘봉변’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때로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이용한 ‘레스토랑 꽃뱀’도 있다. 그녀들은 30~40대 솔로 커뮤니티에 가입,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남성들을 꼬셔 밥값이나 술값을 덤터기 씌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일단 솔로 커뮤니티에 오는 남성들은 여자가 없어 외로운 사람이 틀림없다는 점에서 그녀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활동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우선 오프라인에서 몇 번의 집단 번개를 통해 상대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그녀들이 하는 첫 번째 활동이다. 이 과정에서 돈이 좀 있는 듯한 남성을 미리 점찍어 두었다가 슬며시 다가가 향후의 개인적인 만남을 유도해낸다. 그런 후 그녀는 남자를 자신이 아는 레스토랑으로 데려가 비싼 와인과 함께 근사한 저녁을 먹는다.

문제는 가격이다. 비싼 와인을 벌컥벌컥 마시면 저녁 값은 잠깐 사이 50만원으로 올라가 버린다. 남성은 황당하지만 여자 앞에서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것. 여자는 그후 때로는 그 남자와 잠자리를 갖기도 하면서 50만원의 비용 지불에 대해 아깝지 않게 생각하게 만든다고 한다.

간혹 이런 여성들의 행각이 적발돼 커뮤니티 차원에서 강퇴를 당하기도 하지만 인터넷 상의 솔로 커뮤니티가 한두 군데가 아닌 만큼 꽃뱀들은 ‘커뮤니티는 넓고 남자는 많다’는 신념으로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꽃뱀들의 활동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히 극심한 생활고 때문이다. 특히 30대 이상의 여성들은 취업 시장에서 냉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보험과 같은 영업직이나 백화점의 판매원 등 힘들고 고단한 서비스직밖에 없다.

레스토랑 꽃뱀 만나면
속수무책으로 덤터기


물론 성실하게 이런 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여성들도 있지만 좀 더 쉽고 편하게 돈을 벌고자 하는 욕심에 이 같은 꽃뱀 행각을 통해 돈을 벌려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꽃뱀들은 특히 자신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일단 여성들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하면 남성들은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성추행에 있어서만큼은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라는 인식이 강하다.

범죄에 대한 고발 앞에선 그 진실 여부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일단은 부인하고 시작한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찰들마저 처음부터 남성의 말보다는 여성의 말에 더욱 신빙성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성이 마음을 굳게 먹고 시작하면 남성들은 결국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대부분의 남성들이 끝까지 실체적인 진실을 밝히려고 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사실이 집이나 직장 등 자신의 주변으로 퍼져 괜한 오해를 사기 싫기 때문에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나는 것은 꽃뱀들밖에 없다.

이런 성추행 사기의 경우 CCTV도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실을 밝히기 어렵다는 점도 꽃뱀들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부 남성들 사이에 ‘꽃뱀 사기를 줄이기 위한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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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