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롯데·롯데홀딩스 사장서 회장으로 자리 이동
사실상 경영 2선으로 물러나…사퇴 사전작업 의혹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롯데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일본명 시게미쓰 다케오)은 지난 1일 일본롯데의 사장에서 회장으로 취임했다. 신 회장은 일본롯데와 직급 체제를 동일하게 유지하는 롯데홀딩스의 사장에서도 물러나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본롯데의 후임 사장엔 전문경영인(CEO) 쓰쿠다 다카유키 씨가 취임했다. 와세다대학 상대를 졸업한 뒤 스미토모은행에 입사, 2001년 로얄호텔 사장과 2007년 회장을 역임한 쓰쿠다 씨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사업을 총괄하는 지주회사 롯데홀딩스의 사장직에도 올랐다.
일본롯데의 사장 교체는 1948년 그룹 창업 이후 처음이다. 외부에서 CEO를 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최초다. 신 회장은 그룹 창업 후 사장직을 유지하며 줄곧 경영을 총괄해 왔다.
업계 일각에선 고령인 신 회장의 은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인사가 신 회장의 은퇴를 염두에 둔 사전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것. 일본에선 보통 사장이 경영업무를 전반적으로 총괄하며 회장은 사실상 2선에서 대외업무 등을 보좌하는 것으로 역할이 분담돼 있다.
나아가 일본롯데뿐만 아니라 국내 롯데그룹 경영구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신 회장의 계열사 등기이사직 사퇴와 지분 및 부동산 처분 등으로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가시화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부사장과 차남 신동빈 부사장은 모두 일본롯데와 롯데홀딩스의 부회장으로 상향 조정됐다. 일본롯데는 한국롯데와 별개이며 규모도 10분의 1에 불과하다.
롯데그룹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롯데는 한국롯데와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이번 인사는 일본롯데가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단순한 직책조정일 뿐 신 회장의 거취와는 전혀 연관이 없다”며 “신 회장의 두 아들의 승진은 겸직체제로 돌아가는 일본롯데와 롯데홀딩스의 인사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