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 노린 ‘강남 음란클럽’<실체>

훔쳐보고 보여주며 ‘짜릿짜릿’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관음증’이 또 하나의 변태업소를 만들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영업을 하던 이른바 ‘커플 음란클럽’이 그것. 이 업소의 콘셉트는 ‘훔쳐보기’다. 타인이 보는 앞에서 연인 등 커플이 성관계를 하도록 만들어 스릴을 즐기게 하는 것이 이 업소가 제공하는 서비스다. 연인 간 성행위에 대해 마땅한 처벌법을 찾지 못했던 경찰은 결국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업주를 구속했다. 타인의 은밀한 행위를 보는 것 또는 보여주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 세태를 추적했다.

문제가 된 업소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빌딩 지하 1층에서 ‘커플 테마클럽’을 내세우고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찰에 따르면 이 클럽은 지난달 19일 문을 열고 각종 음란행위들이 가능한 업소란 것을 홍보하고 있었다.
실제로 클럽 안에선 커플 간 성행위를 타인이 볼 수 있는 관전섹스, 스와핑, 그룹섹스 등 난잡한 행위들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연인 간 섹스가 왜?”
합법적 업소라 주장

이 클럽은 여느 변태업소들이 그렇듯이 회원들만 출입을 허용하도록 했다. 인터넷으로 성인인증을 하고 홈페이지에 가입한 회원만 입장할 수 있는 일종의 ‘프라이빗 클럽’이었던 셈이다. 이 클럽이 알려진 뒤 네티즌들의 폭주로 서버가 다운된 홈페이지에는 “성과 관련한 어떤 금기도 금기시한다”는 자극적인 문구로 홍보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7월부터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클럽 홍보를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클럽은 엉뚱한 방식으로 홍보가 됐다. 경찰 단속에 의해 변태적인 콘셉트의 클럽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은 ‘단속의 대상이다’와 ‘연인들끼리의 성관계인 만큼 단속근거가 없다’는 의견으로 갈려 공방전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에 클럽 측은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는 업소가 아닌 만큼 공연음란죄나 성매매 관련 법규로 단속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들며 ‘합법적인 업소’임을 자신했다.

강남에 ‘훔쳐보기’ 콘셉트의 신종 음란클럽 드러나
커플끼리 입장 타인 앞에서 성행위하며 쾌감 느껴
‘관전 섹스’ 마니아 등 암암리에 퍼진 ‘엿보기’ 세태 원인
관음증 즐기는 마니아 노린 유사업소 우후죽순 생길 우려


클럽 운영진은 “여러 법률 전문가와 상담한 결과 ‘밀폐된 공간이고, 고용한 종업원이 아닌 실제 연인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므로 실정법으로 단속할 근거가 없다’라는 판단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럽 업주 나모(38)씨 역시 떳떳한 입장이었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나씨는 “(클럽에서 일어난 일은) 지금도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문화의 일종이기 때문에 시장은 더 커질 것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씨는 또 “언론의 보도가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면서도 “내가 퇴근한 뒤인 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클럽을 운영하게 된 계기에 대해 나씨는 “단순한 사업적 구상 차원에서 커튼이나 칸막이를 없애고 엿보기와 보여주기와 같은 관음이 가능하게 하면 돈을 더 잘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클럽 홈페이지 게시판에 도배된 이용자들의 후기에 대해선 업주 자신이 올린 글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게시판에는 ‘황홀한 경험이었다’ ‘광란의 밤이 너무 좋았다’는 등의 호평으로 도배가 되어 있어 실제 클럽 이용자들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 후기들이 업주가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실제로 음란행위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더욱 불투명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은 이 같은 클럽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고 업소에 대한 비난도 들끓었다.
경찰 역시 파장이 커지자 단속할 만한 근거를 찾는 데 분주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당사자의 합의만 있다면 클럽에서 이뤄지는 행위는 공연음란죄나 성매매특별법으로 처벌할 수 없어 손님이나 업주를 처벌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다. 결국 경찰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업주 나씨를 붙잡았다.

강남경찰서는 지난 1일 영업장 면적을 무단으로 넓히고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뒤 주점 영업을 한 혐의로 나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나씨는 업소를 열면서 영업장 면적을 기존에 신고했던 132㎡에서 198㎡로 확장해 주점 영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 트러블 치료용 관전섹스
어느 순간부터 ‘쾌감용’으로

경찰은 해당 클럽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전날 밤 11시쯤 강남구청과 함께 단속에 나서 나씨를 연행했다. 경찰 조사에서 나씨는 “업소 내에서는 보도에 나온 것처럼 그룹성교나 스와핑 등의 성행위를 허용한 적이 없다”고 보도 내용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변태클럽의 업주는 법의 처벌을 받을 처지에 놓였지만 단순히 식품위생법 위반에 그쳐 유사한 업소들이 줄지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나씨의 말처럼 ‘엿보기’와 ‘보여주기’문화는 어느 순간부터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어 이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는 변태업소들이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

이는 음지에서 ‘관전섹스’ 마니아들이 늘어나고 있는 세태로도 알 수 있다. 관전섹스란 말 그대로 타인의 성생활을 보는 것으로 처음에는 발기부전이나 불감증 등 성 트러블로 고민하는 부부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다른 커플의 성생활을 보면서 자신들의 문제를 고치는 ‘치료’의 목적이었던 셈.
이 관전섹스는 언제부턴가 ‘흥분’의 목적으로 돌변했다. 다른 남녀의 성행위를 보거나 자신의 섹스 장면을 남들이 지켜보는 것에서 흥분감을 느끼는 ‘오락용’으로 그 목적이 바뀐 것. 이들은 자신들의 성행위를 봐줄 ‘도우미’를 인터넷에서 물색하기도 하고 타인의 섹스를 보며 쾌감을 느끼면서 돈까지 얻는 ‘관전 아르바이트’에 나서기도 한다.

직장인 강희석(가명·32)씨도 최근 관전섹스에 빠져들었다. 거의 매일 밤 인터넷 포르노사이트를 뒤져 야동(음란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감하는 강씨. 스스로는 마니아, 남이 보면 중독 수준이다. 정작 실제 성관계를 했던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남이 하는 장면을 보는 게 직접 하는 것보다 더 짜릿하다며 밤마다 어김없이 야동에 흠뻑 취한다.

그런 그가 최근 호기심에 새로운 성인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어느 회원으로부터 묘한 제안을 받았다.
“한 여성이 남성과의 성관계를 지켜 봐주면 용돈을 주겠다고 제안했어요. 전에 한번 고등학생을 ‘관람객’으로 참여시켰는데 미성년자여서 차마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면서 자신들을 봐줄 성인남자를 찾고 있다더군요. 1시간 동안 보기만 하면 15만원을 주겠다고 유혹했어요.”

강씨는 돈을 대가로 ‘관전’을 해달라는 요청에 깜짝 놀랐다. 접속한 곳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성인사이트였던 이유다. 그러면서도 “성매매나 번섹(번개섹스)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아니다”라며 위안, 그녀의 제안을 수락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평소 ‘남이 하는 것’을 보는 게 즐거웠던 그로서는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 유성훈(가명·37)씨를 통해 ‘관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자칭 ‘관전 마니아’다. 이제까지 관전에 참여한 경험만 20회 남짓. 과거부터 무엇이든 훔쳐보는 성향이 있었다는 그는 떳떳하게 즐기기 위해 관전의 세계에 뛰어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옆집 누나나 여자화장실을 몰래 훔쳐보고 싶은 욕망이 병적 수준이었다”며 “지금은 인터넷에서 쪽지나 이메일 등을 통해 쉽게 상대를 찾고 있다. 관전은 ‘금기’이기 때문에 쾌감이 더욱 크다”고 전했다.

“침대 모서리에 앉거나 테이블 의자, 커튼 뒤, 화장실 문을 열고 보는 경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전하죠. 남이 하는 행동을 지켜볼 때면 내가 뭐라도 된 느낌입니다. 남의 관계를 지켜볼 때 남녀의 표정과 신음소리, 동작 하나하나에 나도 모르게 흥분하죠.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내가 지켜봄으로써 상대방도 같이 흥분하는데 진행하다 말고 2:1 섹스를 하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관음증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관전섹스는 어느 순간부터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변종 성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을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세태 속에서 커플 음란 클럽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 또 다른 업소의 생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유사한 변종 업소
우후죽순 생길 우려


한 유흥 전문가는 “온갖 자극적인 변태업소들 속에서 돈 내고 훔쳐보는 업소가 생겼다는 자체만으로도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더욱 자극적인 형태의 ‘관전 클럽’이 생기기 전에 단속할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