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 맞아 ‘피임계획’ 함께 세우는 여성들
‘바캉스 베이비’ 걱정에 콘돔·피임약 여행준비물 1위
본격적인 피서철이 왔다. 전국 해수욕장들은 앞 다퉈 개장을 하고 무더위와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이들은 바캉스 계획을 짜기에 여념이 없다. 이 중 연인과 함께 바캉스를 떠나는 여성들은 한 가지 계획을 더 포함시킨다. 다름 아닌 피임계획. 들뜬 마음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휴가 기간 동안 비어있는 원룸 등에서 동거생활을 하는 대학생커플 사이에서도 원치 않는 임신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 산부인과가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한다. 몸과 마음이 뜨거워지는 피서철, ‘바캉스베이비’로 인한 고민을 덜 해결책은 없을까.
직장인 이모(29·여)씨는 지난해 여름휴가를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한다. 마지막 날, 남자친구와의 하룻밤이 화근이었다. 남자친구와 동해안으로 피서를 떠났던 그녀는 이날 술기운과 들뜬 기분에 피임도 하지 않은 채 성관계를 가졌다.
다음 날 아침에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이씨는 뒤늦은 후회와 함께 산부인과를 찾았다. 사후피임약 처방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바닷가에서 다른 병원도 아닌 산부인과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산부인과는 어디에”
결국 이씨와 남자친구는 인근 약국의 약사들에게 사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처방전 없이 사후피임약을 사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 것. 그러나 약사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안 된다’는 말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이 커졌던 그녀는 결국 택시를 타고 30여 분 떨어진 산부인과로 가 처방전을 받아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다. 이씨는 “휴가 마지막 날을 병원을 찾는데 보낸 걸 생각하면 지금도 억울하다”며 “올해에도 남자친구와 함께 바캉스를 떠날 예정인데 피임기구부터 구비할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이씨처럼 원치 않는 아이를 가졌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황금 같은 휴가를 망친 이들은 적지 않다. 들뜬 기분에 피임조차 하지 않고 연인과 혹은 휴가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성관계를 하고 난 대가다.
이렇다 보니 바캉스 시즌이 끝날 즈음 산부인과들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바캉스베이비’ 걱정에 남몰래 병원을 찾는 여성들의 발길 때문이다. 실제로 이 기간 산부인과를 찾는 여성의 비율이 휴가철에 비해 약 10% 정도 늘어난다고 한다.
바캉스베이비가 생기는 곳은 피서지뿐만 아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동거생활을 하는 대학생커플 사이에서도 원치 않는 아기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휴가철을 맞아 몇 달간 아르바이트를 하러 떠난 친구의 원룸, 방학 동안 고향집으로 가 비게 된 동기의 원룸 등이 몇 달간 동거생활을 하게 되는 공간이다.
대학생 김모(23·여)씨도 7월 초부터 남자친구와 두 달간 친구의 원룸에서 동거생활을 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호텔경영학과에 다니는 친구가 여름 휴가기간 동안 제주도에 있는 리조트에 인턴사원으로 가게 돼 원룸이 비게 됐고 한 달에 15만원을 주고 빈 방을 빌리게 된 것.
거금 30만원을 한꺼번에 주는 것이 아깝기도 했지만 모텔요금을 생각하면 그리 비싼 편은 아니었다. 5~6회 정도의 모텔요금으로 두 달간 매일 함께 있을 공간을 찾았다는 것에 김씨도 남자친구도 무척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임신에 대한 걱정이다. 주위에서 방학 동안 동거를 하며 원치 않는 임신과 중절수술을 받은 친구들을 여러 번 봤던 터라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조심하겠다’는 남자친구의 말에도 김씨는 각종 피임법을 공부하는 중이라고 한다.
김씨는 “아직 아이를 키울 능력도, 결혼계획도 없는데 덜컥 임신을 하면 나만 손해”라며 “남자친구는 임신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어 야속하긴 하지만 내가 더욱 철저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여러 장소에서 바캉스베이비가 생기다 보니 휴가철 판매량이 급증하는 것 중 하나는 사후피임약이다. 소위 ‘다음날 아침 약’이라고 불리는 사후피임약은 성관계를 가진 후 72시간 내 피임을 목적으로 복용하는 약을 말한다. 관계 후 이 약을 먹으면 배란이나 수정을 막을 수 있어 임신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그리 추천할만한 피임법은 아니다. 응급피임약인 만큼 빠른 시간 안에 복용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피서지에서 처방을 내려 줄 산부인과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게다가 출혈, 구토,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어 건강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전 피임’이다. 문제는 성인들의 피임지식이 너무나 낮은 수준이라는 것. 제대로 된 성교육조차 받지 못한 성인들이 부지기수인 만큼 피임에 대한 오해도 난무한다.
생리 기간 중이나 생리 직후에는 임신이 되지 않는다거나 질외 사정으로 100% 피임이 가능하다, 수유기간 중에는 임신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속설이 기정사실화되어 피임법으로 널리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바캉스베이비를 막을 수 있는 확실한 피임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여성의 경우 경구용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이 가장 흔히 쓰이는 피임법이다. 피임약 복용은 난자의 배란을 막거나 자궁 경부를 끈끈하게 만들어 정자가 통과하기 어렵게 해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하는 작용을 한다. 피임을 원하는 주기의 월경이 시작된 날에서 5일 이내에 먹기 시작해 매일 3주간 복용해야 한다.
콘돔·피임약 필수
질 속에 삽입해 정자의 침입을 막는 여성용 콘돔 ‘페미돔’을 사용하는 것도 피임효과가 탁월하며 질병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피임법 중 하나다. 이밖에도 살정제, 루프 등 여러 가지 방법의 피임법이 있다.
남성이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피임법은 콘돔 사용이다. 비교적 값이 싸고 구하기도 쉬운데다 성병예방 효과도 있어 권장하는 피임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