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요리주점이 주목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20대 여성 소비자들의 취향과 잘 맞기 때문이다. 수년 전 창업시장에서 인기를 끈 퓨전주점의 경우에도 다양한 요리안주를 갖춰 그간 술 소비에서 소외돼온 여성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점이 성공요인이었다.
식사를 겸할 수 있는 다양한 요리안주를 운영하며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한 점이 룸 요리주점의 특징이다. 퓨전주점의 경우 짧은 시간에 많은 고객을 들이기 위해 딱딱한 나무의자, 작은 테이블 등의 시설을 들인 곳이 많았다. 또 좁은 공간에 많은 고객이 들고 개방적인 좌석배치는 지나치게 소란스러운 단점도 있었다. 대부분의 퓨전주점이 점포 임대료 부담이 큰 자리에 점포를 내면서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자연스레 나온 시설형태였던 셈이다.
반면 룸 요리주점은 퓨전주점의 이러한 단점들을 과감히 버렸다. 50평 안팎의 매장에 20개~24개 사이의 방 형태로 구성되는데 2인실부터 10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다인실까지 용도별로 구분했고, 공주풍에서 현대적인 느낌까지 여성들의 취향에 맞춰 방마다 인테리어 콘셉트를 다양하게 꾸몄다. 퓨전주점이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다면 룸 요리주점은 술이 아닌 커피와 생과일주스를 팔아도 될 정도로 차분한 것이 특징이다.
대신 점포 임대료 부담이 적은 건물 2층 이상에 가게를 내는 경우가 많다. 짧은 시간에 많은 고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적은 고객이라도 오래 편안히 머물면서 다양한 요리를 즐기도록 유도하고 있다. 1만2000원에서 1만8000원 사이 가격대에 요리안주가 구성되며, 4인 기준으로 3만2000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룸형 요리주점 본사의 설명이다. 또 여성고객이 60%를 웃돌면서 웰빙메뉴, 다이어트 음식 등을 갖추는 곳도 있다.
주머니 여는 소비자 잡아라!
룸 요리주점이 창업시장에서 주목받는 데에는 소비자층이 얇아진 점도 있다. 불황으로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가 줄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고객을 받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따라서 구매력이 충분한 소비자들을 붙잡아 둘 수 있는 요소를 강화했다.
하지만 룸 요리주점의 경우 성인단란주점 등과의 차별화가 분명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어려운 한계도 있다. 인테리어, 조명 등에서 철저하게 여성들의 취향에 맞춰 밝은 분위기를 내야하고 방의 형태이면서도 완전히 폐쇄적이어서는 안 된다. 룸 요리주점에서 벽 등으로 공간을 나누되 천장이 열려있도록 하고, 출입구도 커튼 등으로 간접적으로 막는 것은 이 때문이다.
룸 요리주점의 또 다른 어려움은 시설중심의 창업이라는 점이다. 늘 청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노후화가 빠른 인테리어로는 감가상각비 부담을 떨치기 어렵다. 따라서 인테리어가 직접 드러나도록 하기보다는 커튼, 소파, 쿠션 등의 패브릭 제품으로 꾸며 세탁만으로도 신선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불황을 맞아 소비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여성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창업 아이템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여성의 눈길을 사로잡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더 이상 창업시장만의 속설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룸 요리주점처럼 기존의 창업 아이템을 개량한 틈새 아이템은 앞으로도 꾸준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