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탐구] 영화 <여고괴담5: 동반자살>주연 5인5색

“여배우 계보 우리가 이을 거예요”

손은서, 송민정, 유신애, 오연서, 장경아. 공개오디션에서 5545:1의 경쟁률을 뚫고 배역을 거머쥔 영화 <여고괴담5: 동반자살>의 주인공들이다. 스타 등용문인 <여고괴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주인공으로 발탁된 신예 호러퀸 5인방을 지난 6월16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나 오디션부터 촬영을 마친 소감까지 상큼 솔직 발랄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마다 총기 있는 눈빛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에서 제2의 박진희, 최강희, 공효진, 조안 탄생을 예감케 했다.

[손은서] 1~4편까지 기사 분석 대사 연습

손은서는 주연배우 중 가장 맏언니로 촬영기간 동안 가장 침착하고 두둑한 배짱으로 큰언니 노릇을 톡톡히 했다. 여고괴담 전편을 모두 보고 분석하면서 여고생의 감수성에 동감해 4편을 본 뒤 기회가 되면 반드시 응시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조금씩 준비를 했다.
“1~4편 관련 기사를 다 찾아서 영화를 분석했어요. 2, 3편은 직접 대사를 다 받아 적으며 연습했죠. 시간이 더 지나면 고등학생 역을 하는 게 힘들어질 거라는 생각에 ‘이번에 꼭 돼야 한다’고 독하게 마음먹었어요.”
무려 세 차례 오디션을 거친 후 합격한 그는 언제 어디서나 늘 한결같이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강단 있는 눈빛과 두둑한 배짱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끌고 가는 소이 역할을 맡았다. 
“처음에는 다른 역을 하고 싶었어요. 평범해 보이는 소이에 비해 모범생에서 히스테리컬하게 변하는 유진이 더 매력적으로 보였거든요.”
공포영화에서 아무 일 없는 듯이 말짱해 보이는 인물을 연기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감정 변화를 표출해내지 않고 안으로 삭이다 보니 항상 우울한 상태였다.
“다른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도 못 기대고 있는 인물이에요. 감정선이 뚜렷하지 않으니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어려웠어요. 어두운 인물에서 밝은 원래 성격으로 돌아가려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노력 중이지만 아직 완전히 빠져 나오지는 못했어요.”
손은서는 광고계에서는 알아주는 스타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클린앤클리어, 옥션, 맥도날드 등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볼 때마다 이미지가 다르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이영애, 김희애처럼 나이 들어도 자기 관리,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올해 목표는 신인상이다.
“영화든 드라마 분야에서든 신인상을 꼭 받고 싶어요. 평생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상이라 욕심나요.”

[송민정] 비명 100번 이상 지르는 투혼 발휘

큰 눈망울과 귀여운 외모가 트레이드마크인 송민정은 밝은 면과 심약한 면이 공존하는 은영 역을 연기한다. 공포를 가장 실감나게 표현하는 인물이자 가장 여고생다운 인물이다. 5명의 주연 중 가장 먼저 역할이 정해졌을 정도로 은영 캐릭터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은영이는 평소에는 밝고 천진난만하지만 술만 마시면 난폭하게 자신을 폭행하는 아버지 때문에 불안해하는 여린 친구예요. 친구 언주의 죽음으로 점점 패닉상태에 빠지는 역할이죠.”
송민정은 가장 감정적으로 여린 은영을 연기해 촬영 중 비명을 100번 이상 지르는 등 투혼을 펼쳤다.
“정말로 목이 성할 날이 없었어요.”(웃음)
송민정의 주특기는 바로 이효리를 닮은 눈웃음 애교와 깜찍한 표정연기다. 제작보고회 때 보여준 손을 흔들며 미스 코리아처럼 입장하는 엉뚱한 매력의 송민정은 깜찍한 표정 연기를 선보이며 당일 행사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실제 영화 촬영 현장에서도 화사한 미소와 애교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하는 그녀는 실제로 오디션 장기자랑에서 손담비의 ‘미쳤어’ 코믹 밸리댄스 버전을 선보여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합숙소의 일약 스타가 됐다.
“제 눈웃음이 이효리를 닮았나요. 좋은 얘기인 거죠? 오디션 장기자랑 시간에 다른 친구가 손담비의 ‘미쳤어’ 코믹 밸리댄스 버전을 같이 하자고 했는데 저만 합격을 했어요. 정말 미안해서….”
송민정은 뉴질랜드에서 자랐지만 중학교 시절부터 연기자의 꿈을 키워 한국에 왔다. 그동안 MBC 드라마 <흔들리지마> <나쁜여자 착한여자> 등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연기력을 다진 당찬 신인이다.
“아직 제 연기에 100% 만족한 적은 없어요. 찍을 땐 힘들었지만 지금 와서 보니 아쉬운 점도 많아요.”

[유신애] 눈물연기와 트로트 부르는 것이  주특기

유신애는 <여고괴담5: 동반자살> 촬영현장에서 귀여운 막내로 통했다. 영화에서도 언주의 동생 정언으로 등장해 언니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히려는 당찬 성격으로 나온다. 실제 외동딸인데다 활발한 성격을 가진 유신애는 캐릭터를 위해 주변의 도움을 받아 언니와의 관계를 관찰하고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등 캐릭터에 스스로 동화되어 갔다.
“저를 보고 첫인상은 어린데 당차고 똑부러지는 느낌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지만 실제로는 외동딸인데 언니가 없어서 주위 친구들의 도움으로 많이 배웠어요.”
작은 체구에 활발한 붙임성으로 언제 어디서나 귀여움을 독차지한 막내 유신애는 손만 대면 주르륵 흐를 것 같은 눈물연기와 구성진 트로트를 부르는 것이 주특기이다. 또한 일본 여배우 아오이 유우를 쏙 빼닮은 외모로 눈길을 끌고 있다.
“촬영기간 중 선배들이 ‘그만 좀 울어’라고 할 정도였어요.”
유신애는 어렸을 적 MBC 드라마 <M>에서 심은하 아역으로 출연한 경력이 있다. 연기에 대한 꿈이 커서 대학도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진학했다. 연기연습을 착실히 다져 공효진, 수애 같은 배우처럼 많은 작품들을 통해 다양하게 변신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영화 <님은 먼곳에>의 수애 선배 역을 해보고 싶어요. 국내 영화 중 여자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별로 없잖아요. 나탈리 포트먼처럼 다양한 변신을 거듭하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어요.”



[오연서]재도전 끝에 합격, 연기열정 남달라

KBS 주말드라마 <대왕세종>에서 양녕대군 박상민의 마음을 단번에 빼앗는 어리 역으로 주목받은 오연서는 지난 <여고괴담4: 목소리> 오디션에 도전했다 낙방한 뒤 재도전 끝에 합격했다. 그만큼 이번 영화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오연서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우등생에다 학교생활, 친구관계까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유진 역을 맡았다. 5명의 주인공 중 가장 감정 표출이 강한 악역 캐릭터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사실 처음엔 좀 못되게 나오지만 캐릭터의 처음과 끝이 달라요. 그래서 감정 연기 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잘 찍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영화의 흐름대로 장면을 찍은 게 아니라서 연결이 어색하고 튀지 않을까 걱정도 많아요.”
오연서는 그간 영화 <울학교 이티> <두사람이다> <허브> 등에 출연했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경력이 이번 영화의 오디션을 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번 오디션에서 시안 A와 B를 다 외워 와서 그 중 하나를 해야 하는데 심사위원께서 B를 해보라는 거예요. 정말 눈앞이 캄캄했는데 그동안 제 몸에 연기가 배 있었나봐요. 순발력으로 대사를 짧고 강하게 쳐 위기를 모면했거든요.”
다시 한 번 촬영을 하자고 한다면 대답은 노(No)다. 촬영 기간인 3개월간 추위에 떨었던 게 아직도 몸서리쳐진다. 하루 종일 세트 촬영을 하고 나면 링거를 맞았을 정도로 아프고 힘들었던 적이 많다. 옥상 난간 위에서 촬영한 포스터 장면은 가장 힘들었던 촬영 중 하나다.
“옥상 난간 위에서 안전장치라곤 와이어 하나로 버텼어요. 저희들끼리 ‘우리 이 정도까지 하는 거 보면 연기가 진짜 좋은가 보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새침한 외모와는 다르게 아침부터 삼겹살을 먹는 고기 마니아에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CF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오연서는 약 1년 전 미니홈피에 올린 사진이 화제가 되면서 ‘제2의 김희선’으로 불리며 당시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군 장본인이다.
“아무 생각 없이 올린 사진을 보고 ‘제2의 김희선’이라고 해주셔서 당황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어요. 김희선 언니처럼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어야 할 텐데….”(웃음)

[장경아] 무용 전공이 귀신 역할에 도움

연기 경험이 전무한 장경아는 원한을 품고 자살한 뒤 친구들을 괴롭히는 귀신 역을 맡았다. 학교에 불길한 기운을 감돌게 하는 모범생 언주다. 유진과 전교 1, 2등을 다투지만 친구들의 시기와 단짝 친구에게 당한 상실감 때문에 옥상에서 투신하게 된다. 그런 뒤 죽음도 함께하자는 피의 서약을 한 친구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저주하게 된다.
“생애 첫 영화라 모든 게 생소했어요. 촬영 전 초점 맞추느라 눈앞까지 줄자를 갖다 대며 거리를 쟀는데 막상 슛이 들어가면 어딜 쳐다봐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했어요. 대범한 척했지만 와이어 탈 때도 솔직히 무서웠고요.”
가장 애먹은 건 역시 피분장. 물엿의 끈끈한 느낌과 닦아낼 때마다 뽑히는 털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틈틈이 다른 친구들은 앉거나 누워서 쉴 수 있었지만 피분장을 한 장경아는 몸을 자유롭게 가누지 못해 이중고였다.
“화장도 여고생처럼 약간 촌스럽게 해야 했는데 모공을 뒤덮을 정도로 두껍게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교복도 최대한 뻣뻣하게 입어야 했어요.”
예원예중-서울예고에서 한국 무용을 전공, 현재 동국대 연극영화과 1학년 휴학 중이다. 오연서와 대학 친구. 소수 정예로 레슨 받는 무용을 전공한 게 이번 영화를 찍는 데 큰 도움이 됐단다.
“오랜 무용 경력으로 몸놀림이 유연한데, 귀신 연기할 때 도움이 되더라고요.”(웃음)
가녀린 외모와는 반대로 실제는 좀비 영화를 모두 섭렵할 정도로 공포 마니아임을 자청한 그녀는 극한 공포 상황을 즐기는 스릴을 좋아할 뿐 아니라 집에서 직접 파충류를 기르는 게 취미다.
“저는 음향 효과로 겁을 주는 공포물을 싫어해요. 여자 관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를 다뤘기 때문에 현실감 있으면서 슬픈 영화가 될 거예요.”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