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마약복용 혐의로 탤런트 주지훈과 모델 예학영이 적발된 데 이어 지난 8일 연예인들이 연루된 대마 흡연 사건이 터지면서 연예계가 ‘마약 괴담’에 이어 ‘대마초 괴담’에 술렁이고 있다. 유명 영화배우 등이 대마초를 피웠다는 혐의가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8일 대마초를 상습적으로 피운 혐의로 인터넷방송국 대표 P씨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P씨가 중견영화배우 O씨와 연극배우 L씨, 또 가수 S씨 등 10여 명의 지인들과 함께 대마초를 피웠다고 진술함에 따라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경찰 측 “P씨가 연예인들과 대마초 피웠다” 진술
대마초 지목 배우 O씨 “그런 일 없다” 강력 부인
경찰에 따르면 P씨는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자신의 거주지와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서울 대학가 등지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대마초를 피운 혐의다.
특히 P씨는 지난 2월 초, 서울 성북구 북악스카이웨이 정상 팔각정에서 유명 연극배우 L씨와, 같은 달 중순에는 서울 모대학 입구 근처 주점에서 영화감독 C씨와, 또 지난 3월에는 영화배우 O씨 자택에서 대마초를 각각 피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교류 깊은 연예인들 ‘구설’
경찰은 P씨가 이들 외에도 유명 연예인 수명과 대마초를 피운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자는 10명 안팎”이라며 “현재까지 절반 정도 수사가 진척된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은 P씨 구속에 따라 P씨와 함께 대마초를 피운 정황이 포착된 인사 대부분을 이미 조사, 조만간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마초 흡연 혐의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중견배우 O씨는 소속사를 통해 혐의 사실을 강력 부인했다.
O씨의 소속사 관계자는 “대마초 관련 얘기를 듣고 본인에게 직접 확인을 했는데 절대로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며 당혹감을 표했다. O씨는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 모습을 비추며 인기를 끌어온 중견배우다. 하지만 경찰은 조만간 수사 상황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수사가 초기 단계라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곧 해당 연예인을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P씨가 지인들과 함께 대마초를 피웠다고 진술함에 따라 수사 확대 방침이 알려지면서 연예계가 다시 떨고 있다.
대체로 연예인 대마초 사건의 경우 사건 당사자와 절친하거나 교류가 깊은 일부 연예인들도 구설에 올랐다.
실제 일부 연예인들은 사건 당사자인 또 다른 연예인들의 대마초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연예인 대마초 사건은 1980년대에 가수 신중현과 조용필이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면서 사회적 충격을 던져줬다. 이후 김세환·김수희·이승철·김현식 등 가수들의 대마초 흡연이 줄을 이었다.
최근 예능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록밴드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씨는 “88년 마약 복용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 재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90년대도 상황은 비슷했다. 93년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불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가수 현진영도 필로폰 상습 투약과 본드 흡입으로 한순간에 몰락했다. 가수 신성우, 이현우, 신해철, 영화배우 박중훈 등도 마약사건을 일으킨 대표적 인물이다. 가수 전인권은 97년 필로폰 투약으로 구속된 이후 지난해까지도 마약 혐의로 교도소를 오갔다.
2002년 가수 싸이의 대마초 사건은 연예계에 적잖은 충격을 던져줬다. 2005년 5월에는 남성그룹 ‘듀크’의 멤버 김지훈도 엑스터시와 대마초를 각각 한 차례씩 복용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2006년 5월에는 신세대 연기자 겸 가수 고호경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대마초 복용 혐의)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도대체 연예인들은 마약에 왜 손을 대는 것일까. 연예인들이 마약을 복용하는 이유는 연예계의 특수성에 기인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화려한 겉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 내면적으로는 상당히 고통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모습까지도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감춰야만 한다.
연예인들은 이런 스트레스와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마약’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또 인기 절정에 있는 경우는 인기 하락에 따른 불안감과 초조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인기가 없으면 그것에 대한 심한 우울과 스트레스 극복의 이유로 마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 대마초를 피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한 가수는 “갑작스럽게 큰 인기를 얻으니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컸다. 새 앨범 발표를 앞두고 초조한 마음에 대마초에 손을 댔다”며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후회했다. 80년대 마약 사건에 연루됐던 7080 세대의 한 스타도 “콘서트를 마친 후 극심한 허무감이 밀려왔다. 당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심한 우울증에 빠졌고 그만 마약을 복용했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했다.
불안·초조감 해소 위해 손대
사실 연예계에서는 다른 곳에서보다 마약을 접할 기회가 많다. 외국에 나가는 사례가 빈번하고 서로의 비밀을 지켜주는 문화 때문에 마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많은 네티즌들은 연예인의 직업적인 특수성으로 인한 우울증과 스트레스 등을 이해할 순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지 마약 복용은 절대 용납 못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연예인들. 해마다 그들의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마다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