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회장·MK 최측근 가신, 글로비스 부사장으로 승진
초고속 승진 주목…정의선 경영권 승계 역할론 고개
현대가의 영원한 ‘그림자’ 김경배 현대·기아차그룹 전무가 물류계열사인 글로비스에 둥지를 틀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김 전무를 글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고 최근 밝혔다. 김 전무는 이달 중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통해 글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에 오를 전망이다. 올해 초 현대차 사장에서 이동했던 이광선 글로비스 사장은 고문직으로 물러났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전무는 현대정공에 입사한 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수행비서를 맡았다. 이후 현대정공 미국 현지법인 차장, 글로비스 북미법인 최고재무담당자(CFO), 현대모비스 경영지원담당 이사 등을 거쳐 2007년 8월 정몽구 회장의 비서실장(상무)에 임명돼 현대가 오너 2대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그림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4월엔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이번에 부사장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됐다. 올해 45세인 김 전무가 대표이사 자리에 오를 경우 주요 그룹 계열사 사장단 가운데 최연소로 기록된다.
재계에선 그의 글로비스행이 현대·기아차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의 ‘가신’인 김 전무가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대물림을 위한 모종의 임무를 맡은 게 아니냐는 것.
현대·기아차그룹은 ‘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를 띠고 있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글로비스 지분 31.88%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으며, 정 회장이 24.36%로 2대주주다. 결국 현대차 지분이 없는 정 사장으로선 글로비스 장악이 경영권 승계의 기반인 셈이다.
그룹 측은 이번 인사와 경영권 승계의 연관성에 대해 “아무런 관계가 없다. 경영권 승계는 아직 시기가 아니다”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